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 내 마음속 타자와의 만남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의 태도는 죄수의 그것이 아니었던가. 처음에 매일 두 시간씩 우리 집에 와서 죽치고 앉아 있었던 그의 태도는, 다른 죄수의 독방을 침입하는 것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가엾은 죄수의 모습이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그렇게 폭식을 했던 것은 권태의 절정에 달한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양태였다. 자기 아내에 대한 그의 가학적 성향 역시 감금된 자의 행태였다.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전가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될 대로 되라는 태도, 그의 불결함, 그의 지저분한 매무새는 종신형의 죄수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