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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라이어 교사 Mar 14. 2024

소나타를 향하여 1

피알못에서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까지

영역: 피아노

연도: 2021, 2022, 2023

태그: Sonatina, Hanon, Sonata

목표: 모차르트 소나타 16번 K.545 연주하기


'소나타를 향하여'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했다.


 2021년 8월부터 피아노 학원에 결제한 기록이 남아 있으니, 이때부터 배운 걸로 치면 시작한 날로부터 목표 달성까지 대략 1000일 정도가 걸렸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저 3년 만에 모차르트 소나타 그 있잖아요! 도 미솔 시 도레도... 그거 이제 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선생님들은 '그거 우리 학교 1학년 학생들도 잘 쳐요!'라던지 아니면 '그거 저 다섯 살 때 치던 곡인데요.' 아니면 '그거 3개월이면 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이런 말을 들으면 피아노는 정말 갈길이 멀구나, 10년은 쳐야 피아노 좀 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직장인 때 정말 기본기부터 배우기(나름 클래식 피아노의 정석을 밟으며) 시작하여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근 3년 동안 배운 것이 나름 대단하다고 스스로 칭찬해 본다.


 뭔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우게 된 경위가 다소 엉뚱하기도 한데 지금은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가 피아노를 배우겠다며 악기상가에 가서 입문용으로 샀지만 몇 번 치지 않은 채 본가 방에 놓아져 있던 디지털 피아노를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간 날 갑자기 Feel을 받아 내 자취방으로 가져와 뚱땅거리기 시작한 것이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시작한 날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쳤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이다.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말에 친 적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2번 있는데, 첫 번째는 6살 무렵 누나를 따라 1달 동안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닌 일이다.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해 되돌아보면 많은 수강생 속에서 거의 방치되듯이 방에 갇혀 피아노를 치고 있었던 나는 한 손에서 두 손으로, 즉 반주를 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피아노는 머리가 아프다는 것을 깨닫고 급속히 흥미를 잃었다. 그날 학원이 끝난 후 엄마에게 그만 다닌다고 말했고 그다음 날부터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았다.(어쩌면 이것이 내 첫 번째 포기라고 해야 할까? 첫 번째 시련이라고 해야 할까?, 도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 기간을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교육대학교에 다닐 때 수강했던(교대는 시간표가 정해져 나오기 때문에 (대) 학생이 자신에게 불리한 수업을 피할 방법이 없다!...) 음악실기 수업이다. 피할 수는 없기에 음악실기에서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수업을 간신히 따라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 기간도 피아노를 쳤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피아노를 산 뒤 처음 1~2주는 여자친구가 피아노를 살 때 같이 구입했던 알프레도 성인 피아노 교본을 가지고 독학하려고 시도했다. 나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여 사는 사람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내가 연주하는 것에 대해 이게 맞는지 피드백을 받지 못하니 더 이상 배우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습관을 형성되는 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번 피아노를 친(두들긴) 후에 피아노 학원에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당시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은 군 단위의 읍내에 위치한 전형적인 시골 학교였기 때문에 주변에 성인만 전문으로 하는 피아노 학원은 당연히 찾을 수 없었다. 아니 피아노 학원 자체가 몇 개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학교 부장선생님에게 피아노 학원을 어디로 보내는지 물어보았고, 부장님은 유명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딴 학원에 자녀가  다닌다고 대답해 주었다.(다소 놀란 점은 부장님도 읍내 출신이라 학창 시절에 그 학원을 다녔다는 것이다.) 퇴근 후 그 학원을 찾아가 원장님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곡을 배우고 싶다는 질문에 정통 클래식을 처음부터 배워보고 싶은데 나이가 너무 늦었는지 물어보았다. 원장님은 인생에 늦은 건 없다고 대답해 주셨고 그날부터 내 피아노 배우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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