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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라이어 교사 Mar 24. 2024

13.67

추리소설로 홍콩 톺아보기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하루에 30분씩, 하루마다 조금씩 글을 쓰다 보니 글 쓰는 습관이 조금은 만들어졌다. 습관이 만들어지자 내가 쓰는 글을 질적으로 한 단계 향상하고 싶어 <강원국의 글쓰기> 책을 지금 읽고 있다. 아직 30 페이지, 10분의 1 정도, 밖에 읽지 않았지만 글을 쓰면서 고려하면 좋은 내용과 글쓰기 조언들이 많기 때문에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이를 적용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 실천하지 않는 지식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교사를 하면 다양한 분야의 연수를 들을 기회가 있다. 그러나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즉시 수업이나 학급경영에 써먹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내용과 관련해 이 연수를 들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심지어 어떤 연수는 내용보다는 그날 맛있게 먹은 점심 메뉴가 더 생생하게 기억나기도 한다.


 책의 처음 부분에서(비록 10분의 1밖에 읽지 않았지만) 가장 와닿았던 말은 “글쓰기에 있어 불필요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이다. 글쓰기 실력과 글쓰기의 욕심은 반비례 함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욕심을 부린 글을 보면 지저분하고 억지로 꿰매어 누더기 같은 느낌이 난다고 말한다. (1) 자료를 꾸역꾸역 넣어 쓴 글, (2) 잘 쓰는 것처럼 보이려고 쓴 글, (3) 남들의 좋은 평가만을 바라며 쓴 글을 그 예로 든다.


 내 글쓰기 습관에 대해서도 언급된 조언이 있는데, 작가는 시간을 정하지 말고 분량을 정해서 써보라고 말한다. 단, 정해진 분량을 너무 길게 잡지 말고 원고지 1~2장 분량의 짧게 써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언급하여 책의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원래는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13.67은 추리 소설이다. 나는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유일하게 읽은 책이 최근에 읽은 <셜록홈즈의 주홍색 연구>이다, 일단 추리소설의 특징이나 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또 작중 이야기의 배경인 홍콩을 가보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없어 소설 속에 묘사되는 역사적 사건들과 홍콩 지명에 대해 잘 모른다. 이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나는 13.67에 관해 쓸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책을 읽고도 독후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의 “무엇을 쓰던지 간에 쓴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과 “원고지 1~2장 분량의 글짓기를 해보는 것이 오히려 핵심만 전달할 수 있어서 괜찮다.”에 감화되었고 또 글쓴이가 말한 내용을 실천해 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꽤 예전에 읽었던 책 13.67에 대해 뒤늦게 독후감을 남긴다.


 13.67은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의 제목은 소설 속 첫 번째 이야기의 시간대인 2013년과 마지막 이야기의 시간대의 1967년을 합친 것이다. 제목의 뜻풀이에 추론할 수 있듯이 이 책 속 단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는 '관전둬'라는 뛰어난 관찰력과 수사 능력을 가지고 있는 수사관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첫 번째 단편은 뛰어난 수사관인, 그러나 죽어가는, 관전둬를 소개한다. 침대에 누워 YES와 NO 두 가지 대답만을 할 수 있는 관전둬를 등장시켜 미궁으로 빠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전둬와 그 주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다음 이야기부터는 점차 과거로(1967년까지) 되돌아가며 관전더가 홍콩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범죄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준다. 각각의 단편은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발생-조사-해결' 구조를 충실히 따르며 단편 안에서 완결을 짓지만 작가는 여기에 전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해결해야 할 숙제를 하나 남겨둔다.


 단편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관전둬가 뛰어난 수사력을 가질 수 있었던 영국으로의 경찰 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단편 속에서 사건 해결 과정에 대한 관전둬의 뛰어난 추리를 관찰하는 동시에 관전둬라는 인물 자체의 근원에 대해서도 추리해야 한다. 각각의 단편 속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것에 더해 모든 단편들이 이어져 가며 관전둬의 근원에 대한 진실을 찾게끔 하는 서술 방식이 흥미로운 점이었다.

 

 소설 속 마지막 단편인 '빌려온 시간'은, 여기에 관전둬의 근원에 대한 답도 들어있다, 다시 첫 번째 단편과 연결된다. 반전을 읽은 순간 너무 놀라서 다시 책의 앞장으로 돌아가 연결된 사실들을 꼼꼼히 확인해보기까지 했다.(꼭 직접 읽어보시라.) 마지막과 처음이 다시 연결되어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는 상황은 관전둬와 그 주변 인물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범죄나 음모, 갈등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또한 홍콩의 지명과 지역들 간의 관계, 각 지역이 가진 경제문화적 환경, 홍콩 내 다양한 대중교통에 대한 풍부한 묘사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홍콩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는 책을 읽을 때 홍콩 지도를 옆에 띄어두고 묘사된 지역들을 연결해 가면서 읽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며 홍콩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 하나인 67폭동의 전개 과정과 홍콩 반환과 관련된 시대말의 분위기도 등장인물의 대화와 생각, 소설 내용을 통해 풍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역시 67폭동과 홍콩 반환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사건을 이루는 배경과 전후 상황을 인터넷으로 찾아 공부해 가며 읽어야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추리 소설을 읽은 동시에 홍콩의 역사와 지역에 대한 공부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책을 천천히 깊게 읽으려고 해 보는 슬로우 리딩을 했다고 해야 할까? 만약 홍콩에 가게 된다면 13.67에서 등장한 지역들, 역사적 장소들을 테마로 해서 돌아다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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