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웃라이어 교사 Apr 05. 2024

강원국의 글쓰기

일단 써봐야 실력이 는다.

학습 : 배우고 익히는 일


 글쓰기 잘하려면 글쓰기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쓰기' 책을 검색해 보았다. 그중에서 <강원국의 글쓰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여서 읽어보았다. 글쓰기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좋은 책이었다.  끝.


 글쓰기 책을 읽고 이렇게 끝을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렇게 마치면 책을 덮고 난 후 내 글쓰기 실력이 조금이라도 올라갈까?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었다는 잠깐의 만족감은 얼마 가지 않아 없어질 것이고, 남는 것이라고는 나중에 누군가가 이 책을 읽어봤냐고 물을 때 "응, 나 이 책 읽었어."라는 단답형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자격이다. 대략 200~300분 정도 책을 읽고 남는 것을 예/아니오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면 시간을 투자한 대비 결과가 영 신통찮다. 


'실천 없는 배움은 남지 않는다'라는 것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인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그 말이 아닌가 싶다. 안 해보면 안 남는다.


글쓰기 자기 계발서의 추억

 사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발령을 받은 이후 임고생 시절과는 다르게 글을 써야 할 일이 많았다. 2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었는데 송숙희 작가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과 유시민 작가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글쓰기와 관련하여 배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책은 읽었지만 읽은 내용을 전혀 실천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후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했을 때 나는 2권의 글쓰기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2권의 에세이(?)를 읽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다. 자기 계발서를 읽은 대부분의 경험이 이렇지 않은가 싶다. 계발서 안에 수많은 정보들이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1~2일 후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당연히 실천하지, 실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천이 중요합니다.

 저자인 강원국은 이 책에 자신이 습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고 말한다. 그 까닭일까? 책 속에는 글쓰기와 관련한 정말 많은 조언이 들어 있다. 읽으면서 참고하려고 밑줄 친 부분을 세어보니 150군데가 넘어간다. 거기에 붙인 메모와 북마크까지 더하면 그 이상이다. 너무 많아서 한번 읽고는 소화하기 어렵다. 이 많은 조언 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그래서 읽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는, 명령은 독자로 하여금 일단 써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단 써보는 것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또 다른 방법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글쓰기) 습관이 (포기하려는) 의지를 이긴다.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하라면 나는 '3습'을 꼽는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습관이다.
 평소 글을 쓰는 것은 뿌리를 내리는 일이고, 써야 할 글을 쓰는 것은 꽃과 열매를 맺는 것이다. 꽃과 열매를 잘 맺기 위해선 먼저 뿌리부터 굳건히 내려야 한다.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다.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식당에 갔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종업원들은 어떻게 이 복잡한 식사 주문을 외워서 서빙할 수 있지?' 자이가르닉 효과는 이렇게 탄생했다. 우리 뇌는 진행 중인 일,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끊임없이 생각하며 잊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실패한 일을 오래 기억한다. 언젠가 완수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무의식에 글 쓰고 싶은 마음을 장착해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하기 쉬운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 표현의 방법, 일관성, 독자를 고려하는 방법, 소재를 선택하기, 고쳐쓰기, 사고법 등은 일단 꾸준히 글을 써서 글쓰기의 습관을 만든 후의 일이라고 말한다. 배움은 익힘으로 완성된다. 익힘은 일단 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익힘으로 부활하기

 이 책을 읽기 전 <150년 하버드 글쓰기 수업>이라는 책을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읽었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익히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냥 이 책을 읽었다는 '응'이라는 대답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 방법에 대해 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책에서 주요하게 소개하는 OREO법칙을 우리 반 수업에서 실천해 보았기 때문이다.

 과자의 이름이기도 한 OREO 글쓰기란 강한 전달력과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한 Opinion(의견)-Reason(이유)-Example(예시)-Opinion(재의견) 총 4가지 파트로 작성하는 글쓰기 프레임워크를 말한다. 나는 작년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진단검사를 통해 발견했다. 그래서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을 도입하고자 하였고 그러던 도중 글쓰기 연수에서 OREO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연수를 배운 이후 아이들과 함께 내가 여러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관해 OREO 방식으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한동안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설명하지 위해서는 먼저 교사가 내용을 유창히 알아야 한다. 학생들의 글을 피드백해주기 위해서는 교사가 OREO 방식으로 쓴 글을 구분하고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대표적인 예제를 탐색해 보고, 초등학교에서 OREO 글쓰기를 적용한 사례를 찾아보았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이 올라가는 것처럼 내 OREO글쓰기 실력과 글쓰기 지도에 관한 이해와 기술이 올라감을 알았다. 이 기회가 없었다면 <150년 하버드 글쓰기 수업>은 영영 단답형 답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가장 쉬운 실천 방법 : 나만의 레퍼런스 만들기

 지금까지 읽은 자기 계발서를 모두 합치면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데이터 과학을 공부할 때 DIKW 피라미드를 배웠다. Data(데이터)-Information(정보)-Knowledge(지식)-Wisdom(지혜)의 머릿글자를 딴 지식의 위계를 표현하는 용어인데, 결국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배운 데이터나 정보를 체계화하고 맥락 속에서 적용하고 환류해 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 첫 스타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나는 이제 배운 내용이 있으면 내가 수행해야 할 사항들을 안내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그리고 행위를 하기 전에 체크리스트를 보며 내가 이 시간 주의집중해야 할 부분을 점검한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최근의 경험은 학생들에게 초기 문해력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지도 방법에 대한 연수를 들을 때이다. 지도 연수는 1년 동안 총 90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장기간의 수업이었다. 실천 기반 연수였기 때문에 각 차시가 끝날 때마다 다음 차시가 시작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배운 내용을 적용시키고 다음 시간에 그 결과에 대해 토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내가 지도한 사례, 다른 선생님이 지도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배운 점을 초반에는 노션에 정리하다가 기록량이 너무 많아짐을 느꼈다. 어차피 다 알지 않은가? 아무리 기록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다시 돌아볼 시간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기본과정이 끝나고 심화과정으로 들어가 다시 한번 각 영역을 다룰 때에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지도하는 학생을 초점으로 기록의 내용을 한정하고 배운 내용과 관련하여 레퍼런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레퍼런스라는 말이 거창하지 결국 수업 시작 전에 읽어봐야 할 점들의 집합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체크리스트를 읽어 보고 그날 수업에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사항을 점검했다. 연수에서 새롭게 배운 내용이나 아이가 충분한 성장을 이루거나 또는 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 지도 시 조정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체크리스트에 반영하였다.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은 따로 빼 기록해 두었다. 그렇게 한 학기를 진행하니 내 수업에 최적인, 나만의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수업도, 학생의 문해력도 점차 질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만들고 초기 문해력 수업 시간에 활용했던 체크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간단해 보이지만 30초 만에 그린 그림에 30년의 세월이 녹아있다는 피카소의 말처럼 나의 체크리스트도 90시간과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수업 실연 과정이 녹아 있다;;.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 글쓰기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많은 발전이 있기를...

초기 문해력 지도 시 사용했던 레퍼런스



 

 




매거진의 이전글 공산당선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