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지난주 금요일, 출근길에 비둘기를 봤다. 비둘기는 새빨간 우체통과 울창하게 솟은 나무 사이 위치한 화단에 누워 있었다. 동그란 정수리만 내놓은 채 코를 제 날개 사이에 파묻은 채로. 자신의 몸 양 옆으로 차와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비둘기는 움직임이 없었다.
미동 없는 비둘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비둘기를 살짝 만져볼까 생각했다. 비둘기를 콕 찌르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비둘기를 만져 그의 생사를 확인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거리에 서서 망설이던 나는 고개를 돌려 회사로 향했다. 안 죽었을 거야, 생각하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비둘기를 봤다. 진한 회색 털을 가진 비둘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픈 걸까.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움직일 힘을 다 써버린 걸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그의 머리가 지난주와는 조금 다르게 놓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동그란 정수리만 보이던 지난주와 달리 오늘 아침에는 비둘기의 감은 눈이 보였다. 그 모습이 꼭 깊은 잠에 든 것 같았다. 그 어떤 소란과 소음도 깨울 수 없는, 평안하고도 고요한 잠에 든 비둘기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가 원할 때 스스로 눈을 뜨기를 바랐다.
여섯 시, 동료와 함께 퇴근하며 여전히 그곳에 누워 있는 비둘기를 보았다. 비둘기의 벌어진 꽁지깃이 바람에 작게 흔들렸다.
화단에 누워 깊은 잠에 든 비둘기를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걸 보고도 지나친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고요히 잠든 비둘기를 바라보며 검색창에 '비둘기 사체 신고'를 입력했다. 그러자 '120 다산콜'로 전화하라는 정보가 가장 먼저 보였다. '120 다산콜'에 잠든 비둘기를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그의 마지막에 내가 끼어들어도 되는 걸까. 고민하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내일 아침까지, 그때까지만 기다려야지. 내일 아침에도 비둘기를 본다면 그때는 그의 마지막에 함께 해야지.
깊은 잠에 든 비둘기의 모습을 떠올리다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다 지친 걸음으로 몸을 웅크렸을 비둘기를 떠올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발견할 누군가를 기다렸을 마음을 그려본다.
나의 발견이 그의 죽음에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의 마지막에 함께 하고 싶다. 비둘기의 머무름이 헛되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