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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Jun 24. 2021

성북동 읽어주는 도시 여행법

내 취미는 도시를 걸으며 도시 읽기다. 책 읽기도 아니고 웬 도시 읽기일까? 말 그대로 도시를 걸으면서, 도시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야기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거다. 그렇다고 학자처럼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도성 걷기, 서울 둘레길 걷기, 때로는 핫플 카페를 들리면서도 가능하다. 그냥 일상에서 도서관을 가거나 새로운 곳에서 약속이 있을 때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어떻게 시선을 두냐, 그뿐이다.


코스를 먼저 소개하자면 혜화문-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혜성교회-경신고등학교-한양도성-북정마을 암문이다. 그 뒤에는 북정마을과 근처 성북동 뷰가 기막힌 카페에 간다. 하지만 그 장소들만을 따라가는 정보성 글이 아닌, 그 구간을 걸으면서 포착한 도시의 모습도 담았다. 물론, 어떤 맛집이 있는지 등 실용적인 정보들도 담았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내려 혜화문 쪽으로 걸어보자. 오는 길에 명문 막국수집도 있고(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간이 건강한 편이다), 분위기 좋은 맛집과 카페가 많지만 조용한 골목도 있다. 이곳도 숨은 핫플이라 나중에 다시 다뤄야겠다.


우리는 이 반대쪽으로 간다!


혜화문의 반대편을 보자. 사진에 나와 있는 방향이다. 이 쪽은 낙산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이 성벽과 혜화문은 끊어져 있다. 이렇게 도시를 걷다 보면 중간중간 끊어져 있는 성벽을 보게 된다. 한양도성이 일제강점기나 도시화를 거치며 끊어진 흔적이다. 의식하지 않을 때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곳에서 이런 '끊어진 역사'를 볼 수 있다!


혜화문에서 성벽을 따라 걸음을 옮겨본다. 옛 서울시장 공관을 재생한 한양도성 혜화동 안내센터도 들려야 한다. 하지만 발길이 붙잡혀 계속 머무르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 너무 매력적인 공간이기 때문-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서.



초여름 성북 풍경


혜화동 안내센터에서 나와 한양도성 순성길 표지판을 열심히 보며 따라가던 내 눈길이 멈췄다. 주택과 한옥이 자리 잡은 골목으로 눈길이 향한다. 그 풍경을 보며 때로는 샛길로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치 못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초록이 드리워진 그림자가, 골목의 모습과 어우러진다. 여기서 보이는 키가 작은 한옥 지붕, 주택 모두 성북동을 읽어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성북동의 역사문화지구는 용적률과 건폐율을 제한하고 있기에,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서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에서 도성은 끊겨 있다. 간간히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 뾰족이 솟은 혜성교회 담장의 축대로 사용되고 있더라. 비단 혜성교회뿐 아니라, 한양도성 혜화동 안내센터를 비롯한 개인주택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벽을 담장으로 쓰는 성북동의 몇몇 건물을 보며, 역사란 쉽게 훼손되고 없어져도 어떻게든 그 자리에 남아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는 걸 느낀다.



집과 집 사이, 성북동의 시간이 쌓인다


경신고등학교를 지나쳐 성벽이 나타날 때까지 걷는 길은, 주택가의 연속이다. 집과 집 사이, 빼꼼히 나온 풍경이 발걸음을 늦춘다. 마치 층층이 쌓인 케이크처럼, 파스텔톤의 예쁜 학교와 집이 한 층 한 층 쌓였다. 찾아보니 위의 두 건물은 홍익대학교사범대학 부속중고등학교다. 언덕 위에 집 하나가 자리 잡고, 또 다른 언덕 위에 학교 하나가 자리 잡은 모습이다. 덕분에 건너편에서 걷고 있는 나에게는, 하나하나 자리 잡은 건물을 볼 수 있다.


홍익대학교사범대


언덕이 층층이 쌓이고 쌓인 풍경은, 도시에 쌓인 시간이 층으로 쌓인 모습이다. 슬레이트 기와지붕, 성북동의 주택, 그 뒤로 겹겹이 흐려지는 산의 풍광까지. 산이 많은 도시, 언덕이 많은 동네가 보여주는 시공간의 층이다.



추억이 깃든 맛집


서울 왕돈가스에 얽힌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 있을 법하다. 나 역시도 그렇다. 대학교 교양 수업을 들으며 처음 서울에 대한 새로운 시야가 트였다. 그걸 알려주신 교수님과 함께하는 답사를 끝내고 이곳에서 다 같이 왕돈가스를 먹었다. 왕돈가스 맛은 기억이 안 나지만, 도시를 걷는 경험이 짜릿했던 기억은 난다. 도시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준 고마운 수업인 터라, 아직도 훈훈해지는 기억이다.


마전터는 가게 이름과 분위기가 워낙 인상적이라 기억이 난다. 성북동의 옛 지명을 따서 지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분위기도 옛 성북동의 정취가 남아있어, 간판만 봐도 막걸리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켜고 싶어 진다. 언젠가 이곳에 꼭 와보리라 다짐하며 계속 걸었다.



한양도성 걷기


이제 성벽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나름 오전에 온다고 왔는데도 덥다. 하지만 계속 걷고 있자니 성북동과 더불어 서울의 풍경이 눈앞에 드러난다. 공기는 신선하고, 초록은 푸릇푸릇하고. 무엇보다 힘들지 않고 손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 좋다. 자연 가득한 풍경보다는 적당히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도시 탐험가인 나에게는 도성 걷기가 그래서 좋다. 등산이 버거운 분들에게도,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낙산공원 말고, 새로운 곳도 가보시길!



이대로 쭉 걸으며 좋은 전망으로 유명한 와룡공원으로 향할 수도 있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북정마을과 성북동 카페까지 가는 것이다.


여기서 북정마을은 어떻게 가는 거지? 혼란스럽다. 이러다가 한양도성 북악 구간, 아예 산으로 가게 되는 거 아닐까? 일단 계속 걸어보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북정마을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성벽의 암문이다. 문을 통해 나오면 북정마을로 가는 입구다. 초여름을 맞이하는 장미가 피어있고, '성문'이라는 글씨가 반겨준다. 옛날에도 성곽마을에 도착하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1970년대 서울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북정마을과 심우장, 성북동 뷰가 한눈에 펼쳐지는 카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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