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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May 21. 2023

회사가 ‘키자니아’처럼 느껴지는 이유

“내가 교육을...?


대학생 때도 가르치는 게 싫어서

과외 한 번 안 해봤는데...“


콘텐츠 기획자로 입사한 지 반년 후,

교육과 멘토링을 해야 하는

대외활동 운영 업무가 주어졌을 때

내가 하고 다녔던 이야기다.

왜냐하면...



난 항상 호불호가 확실했다.


다른 사람들이 몇십 개 기업 분석하고 원서를 낼 때,

난 회사의 가치. 직무의 상세 설명을 읽고 또 읽으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이 회사의 가치가 내가 추구하는 바가 부합하는가”

에 충족되는 회사만 고르고 골랐다.


그래서 졸업 직전까지도

단 3곳의 회사에만

입사 지원을 했었다.


왜?

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안 할 거고

난 정말 좋아하고 잘할 자신이 있는 일을 발견했으니까,

무조건 그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로컬/관광 스토리텔링에 진심이었다

다양한 대외활동, 공모전을 거치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에 정확히 부합하는 직무를 골라 합격했고,

실제로 입사 초반 몇 개월은 꿈만 같았다.


회사가 너무 재미있고

일이 너무 행복해서

일요일 저녁이면 빨리 회사에 가고 싶었다.


“아니.. K-직장인 이렇게 쉬운 거였어?

깔깔. “


하지만 반년 후,

새로운 팀에 들어가고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며

거의 내 근간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회사 소속이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당연히 해야 한다.

머리로는 알았다.

하지만 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고르고 골라 왔는데..

심지어 교육은 정말 적성이 아닌 것 같은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어쩌나.

일단 나에게 주어진 일인 걸.


이왕 할 거, 제대로 하자.


정확히 내 업무는 우리 회사의 노코드쿨 저작도구

사용법을 강의하며 실감기술을 접목한 콘텐츠

완성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학생일 때 나도 이 교육에 수강생 입장으로

참여했었는데,

‘기획’에 대한 교육과 피드백에 매우 목말랐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게 아쉬웠던 것을 보강하기 위해

직접 실무자로 일하면서,

그리고 선배들에게 배운 팁을 정리해

새롭게 기획 교육안까지 제작해 가며

열을 올렸다.


(툴툴대며 새로운 사람에 빠져

챙겨주기 시작하는 K-로코 같잖아...?)


그렇게 일하던 나는,

아이들이 키자니아에서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듯

새로운 업무를 통해

몰랐던 내 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직업. 선생님, 강연가


사실 사람들 앞에 나서고, 발표하는 건

예전부터 워낙 좋아하던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새 사람들 앞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며

맨날 입던 편안한 옷이 아닌

커리어우먼 스타일의 옷을 쇼핑하며

은근히 기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1:1 피드백 시간에

교육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기획’ 하는 것만 재밌다고 생각했던 내가

누군가의 기획이 더 발전하도록 도와주고

몇 살 나이차이 안 나는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내 피드백에 귀 기울여주고, 감사해하던 분들을 만나며


오히려 지쳐있던 직장생활 중에 깜짝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참여자 학생분으로부터 이 카톡을 받고 얼마나 감격적이었는지 모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좋은 것에 좋은 것만 더했으니 그럴 수밖에!


마치 초코와 바나나를 둘 다 너무 좋아하는 내가

너무 맛있게 조합된 초코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랄까.


두 번째 직업. 컨설턴트(?!)


대학생이 주 대상이었던 과정을 잘 마치고 나서,

대학생에 특화된 과정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내가 과정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관광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면

더욱 효과가 크겠다는 생각이었다.


띠라서 ‘관광 기업’만을 특화한 과정의 필요성을 설득해

추진했다.

이젠 내가 이 업무를 즐기고, 더 큰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던 거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 은근히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단순 스펙이 아니라 정말 기업체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드백하는 날에는 부담이 되어

대단한 먹보인 내가

점심도 제대로 안 먹고 회의실에

처박혀 지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전국의 다양한 관광업계 분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설렘 그 이상이었다.


단순 교육과 지도를 넘어서,

'관광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낯설었던 ‘교육’이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소통’과 ‘기획’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뿌듯했던 발표회 날

생각해 보면...


학교를 다니며

‘적성 발견’을 완료했고,

회사에서는 이제

이제 그 적성을 보스몹처럼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내 가능성과 적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아마 내가 교육을 잘 못하리라 생각했던 이유는,

국영수에는 관광만큼 진심이 아니었기 때문 아닐까?


앞으로 공간 기획, 더 장기적인 분야의 관광 스토리텔링 등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참 많다.


이 분야에서는 또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까?


내 업무에 진심인 프로의 마인드

새로운 것에 항상 열려있는 유치원생의 마음가짐

동시에 지니면

신선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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