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야기에 대하여
넷플릭스 드라마 런온 9화에서 임시완은 일기를 써보려 마음먹는다. 하지만 잘 써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고민하며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답답해하던 그의 옆에서 넌지시 말을 건네는 신세경. “누구한테 문장력 과시하려고요? 혼자 볼 건데?”
모두가 알다시피 이곳은 개방된 글쓰기 플랫폼 공간이다. 일기 형식이 아닌 내 글을 읽어주는 브런치 회원이나 구독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신세경의 한마디는 어떤 종류의 글이던 참신한 주제나 수려한 문장력을 갖추지 않아도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담백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글이라면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이걸 깨닫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늘 완벽한 글, 화려한 글만이 써지는 순간을 집착해왔다. 무언가에 빙의된 채 일필휘지로 나름대로의 걸작을 써내려가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젠 알 것 같다. 반드시 재미나 자극, 호기심을 유발하려 애쓰는 글이 아니어도, 조금 어색하고 부족해 보일지라도 자신이 담겨있는 글이라면 무엇이든 언제나 아름답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