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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거지 한영준 Aug 17. 2021

비영리 창업 스토리 3편

행복하세요?!

나는 비영리 현장에서 산다. 그리고 수많은 방문자들이 온다. 

내가 잘 생긴 탓도 크겠지만, 본인이 후원하는 단체의 활동을 두 눈으로 보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기에 

언제나 방문자들에게 내 삶을 보여준다. 


대부분 겉모습만 볼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반응은 대부분 한결같다. 


"참 행복해 보이세요." 


방콕의 그녀와 헤어진 뒤 나의 여행은 바뀌었다. 

그러면서 아주 당연스럽게 비영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선교사님들을 찾아 나섰다. 

가장 가난한 곳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그들의 인생은 과연 어떨까? 


내가 만난 분들은 정말 대단했다. 소수민족들을 섬기고, 고아원을 하기도 하고,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이발을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노숙인들을 섬기고, 지역의 청년들을 교육하여 세우는 일을 했다. 교회도 많이 세우고, 한글학교를 세운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공통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내시고 계셨다. 위험한 슬럼가에서 학교를 하시는 선교사님은 안전문제를 늘 걱정하셨고, 후원금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셨다. 

자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책감으로 살고 계신 선교사님을 만났고, 사고로, 또는 지병으로 현장에서 사별한 선교사님들도 많이 만났다. 각자 힘든 상황들에서 돌파구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았지만, 공통적으로는 후원금 문제가 컸다. 사명을 가지고 나왔지만 사명감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았고, 후원을 받기 위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계셨다. 대부분은 교회의 후원이고, 소수의 개인 후원자들이 있었다.  교회가 후원을 끊으면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후원처 하나가 끊기면 당장의 구호사업에 지장이 있었다. 늘 그렇게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셔야 했기에 그들은 그들이 만든 행복을 누릴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했다. 


결심만 했지, 그게 맘대로 되나. 

시작해보니 큰 후원 없이 소수의 후원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건 엄청 어렵다는 걸 몸소 느껴버렸다. 

큰 모터 하나 달아버리면 될 일을 수많은 사공들과 함께 해야 하니 사건사고도 많았다. 어느새 배의 선장이 돼버린 나는 날씨 걱정, 사공들 먹일 걱정, 사공들의 불만 걱정,  걱정을 계속하다 보니, 걱정할 여유가 없어서 수습만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행히? 첫 열정과 패기, 젊음이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행복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돈을 늘 구걸해야 하고, 

후원자들에게 늘 잘 보여야 하고, 

심지어 사람들의 편견 덕에? 가난해 보여야 하고, 

근검절약에 맘속 깊이 착해야 하는 비영리의 편견 영역. 


그즈음. 내 통장 잔고는 늘 0에 수렴하고 

그나마 가진 것이 10년 된 고급 카메라와 4년 된 맥북이었을 시절 


'저 친구는 남을 돕는다는 녀석이 좋은 카메라, 좋은 노트북 가지면서 사네.  순 사기꾼 아냐?'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참지 말았어야 했다. 


첫 월급으로 한 달 1000달러를 받으며 


'결국 돈 때문에 했군요. 볼리비아에서 1000달러면 황제처럼 살 텐데, 우리가 낸 3천 원에서 110만 원이나 월급을 받다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분께 가볍게 욕을 날려드렸어야 했다. (어머 상스러워라) 


나는 요즘도 수많은 악플과 참견?! 속에 산다. 

여전히 그분들께 직접적으로 욕을 날려드리거나, 해명을 하려 하지는 않지만, 마음속 깊이 그들에게 '그럼 네가 와서 해보세요'라고 속으로 말하고 넘긴다. 

그러니 마음도 가볍고, 또 나의 기준과 신념으로 일하니 한결 마음이 행복하다. 


고생은 좀 했지만, 고액의 후원기업은 단 한 곳도 없이 수천 명의 소액후원으로 튼튼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고, 나름 행복한 비영리를 운영 중이다. 6년 동안 새로운 가정을 이룰 때 외에는 퇴사를 안 하는 것 보면 직원분들도 나름 만족하지 않나 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겠다 싶다.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어떻게 행복을 나눌 수 있을까? 

없는 것을 주면 안 된다. 가득한 걸 줘야 한다. 


나는 그걸 배웠다.  그리고 이건 내 목표다. 


그렇다면 무엇이 행복을 줄까? 


내가 내린 결론은 "돈"이다. 

다음 편에 돈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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