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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Dec 20. 2023

당신의 글은 존중을 담고 있습니까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에 

저장해 둔 글만 발행해도 

쉼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한 달은 거뜬히 쉴 수 있을 정도다.




일주일 사이에 발행하지 못한 글은 

일 년이 지나도 그대로 묵혀지게 된다.

대부분 타인을 언급한 글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글쓰기에서 타인을 언급할 때 

섬세해져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어느 한 부분만으로 비치게 하지 않았나.






하루 전 날 밤, 

아이를 재우고 남편을 기다리며 

내 자리에 앉아 발을 데울 때만 해도

그날의 새로운 경험과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몇 글자를 쓰다가 잇지 못했다.




12월 6일 11시 30분 산도스 성수.


모임 날짜가 잡힌 이후 

하루도 6이라는 숫자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 

블로그의 분위기로만 알게 된 

이름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장소에 들어간 순간부터 어색해서 

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중요한 문자가 오진 않았나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괜히 확인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금 긴 자기소개 시간이 되자, 




핸드폰 따위는 생각하지 않게 되고

하원 시간이 다가올까 봐 조마조마 해졌다. 




조금만 더, 1분이라도 더 

함께 공간을 채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어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산도스 안에 요정 마법 가루라도 뿌린 건지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미소짓고 

마음 깊이 아파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감정 이입하고 있었다.






신비로웠던 시간을 마음에 새기고파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법한 

나를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받아준 사람들.

무엇인지 모를 자석 같은 당김으로 

어린아이같이 마음을 열어버린 나. 




순식간에 깊이 공감했다는 글을 쓰려면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독박, 남편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었다.




자칫 단편적으로 배우자를 책망하는 듯한 

느낌을 풍겨 이내 지워버렸다.

단어를 쓸 때마다 

그에 대한 존중이 깃들지 않다 생각했다.








노트북을 덮고 12시가 조금 넘자 

남편이 와, 하루에 대해 이야기했다.

피곤에 찌들어 축 처진 눈은 

내 이야기에 경청하고 있다는 정성을 보이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은 후 내게 해준 남편의 이야기는 

하루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글쓰기는 내 삶이 드러나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비중 있게 다룰 수밖에 없다.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고통에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지만 

고통을 함께 짊어나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고민 없는 단어 선택으로 

타인을 단편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어서 

타인을 언급하는 글쓰기는 참으로 어렵지 않나 싶다.




독박이라는 말은 

아내의 울화통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남편의 보이지 않는 죄책감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전업 육아라는 말에는 

잠시 잊힌 엄마의 꿈이 보이기도 하고 

다시 오지 않는 아이의 오늘을 함께 하고 있다는 

오롯한 행복이 담겨 있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타인을 말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

이렇게 또 세상에 나오지 못할 

저장 글을 하나 더 묵히게 되었다.




/ 성수 산도스, 플리크 돈블 연장반.

2023년 12월 7일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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