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I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생활 Feb 12. 2019

/DIY/ 집에서 하는 친환경 천연염색

아보카도, 꼭두서니, 호두, 양파로 염색하기


2018년 10월 친구 클라우디아와 함께 천연 염색을 연구하기 위해 열흘 동안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친구는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Sant Feliu Sasserra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데 마을의 인구가 600명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친구는 나름 상트 펠리우 사세라 다운타운에 살고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은 돼지농장이 유명해서 대부분 상트 펠리우 사세라에서 키우는 돼지가 카탈루냐 지방의 하몽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클라우디아가 직접 뜬 행주, 직접 깎은 스푼, 그리고 아기 스웨터


클라우디아는 10년 전, 우연히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친구인데 패션을 전공하고 바르셀로나의 힙한 동네 그라시아 지구에서 빈티지 가구 샵을 운영했었습니다. 젊고 씩씩했던 처녀시절 라이프 스타일과는 다르게 결혼 후 남편과 시골로 이주해서 어린 아들에게 직접 뜬 옷을 입히고, 매일 아침 신선한 빵을 굽고, 자연으로 산책을 가서 나뭇가지를 주워와 새벽에 스푼을 깎는... 정말 삶이 DIY인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클라우디아와 함께 하는 첫 염색 batch는 부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들로 zero waste 염색을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쓰레기통으로 바로 직행하는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 그리고 양파껍질을 이용한 염색입니다.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을 대략 열개, 양파도 대략 양파 열개 정도의 껍질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신선한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으로 염색하면 좋겠지만, 아보카도는 비싸기 때문에 몇 달 정도 모아서 염색할 때 사용합니다. 바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을 물에 깨끗이 씻어 플라스틱 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 놓는 방법이 몇 달이 가도 신선함을 유지합니다. 예전에 껍질과 씨앗을 깨끗하게 씻어 말려 플라스틱 통에 넣어 그늘진 곳에 보관했더니 며칠 뒤 곰팡이가 생겨서 다 버려야 했었는데 얼마나 아깝던지... 클라우디아는 양파 껍질을 유리병 안에 넣고 그늘진 곳에 보관했는데, 저는 양파 껍질도 냉동실 안에 보관합니다.




아보카도 염색 준비


냉동실에 몇 달간 얼린 아보카도 씨앗과 껍질을 분리하여 뜨거운 물이 잠길만큼 담가 놓습니다.


물에 담가 놓을 때 스테인리스나 세라믹, 유리로 된 용기를 사용합니다.


첫날, 그리고 몇시간 뒤


이렇게 담가 놓고 몇 시간이 지났더니 씨앗과 껍질에서 이쁜 색이 우려 나왔습니다.


다음날


친구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기에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8개월 된 아기를 육아하며 하려니 하루 종일 걸려서 아보카도는 뒷전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일어나서 아보카도 상태를 봤더니 전 날 보다는 더 진하게 색이 우려 나왔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다시피, 신기하게 하루 담가 놓았더니 아보카도 껍질의 색깔이 다 빠져나와서 초록색이 되어버렸습니다!  


혹시나 껍질과 씨앗이 다른 색깔을 낼까 싶어 분리를 해 봤는데, 별로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아보카도 껍질은 조금 갈색빛이 도는 주황색이었고, 씨앗은 살구색 정도. 어떤 아보카도는 핑크색을 만든다고 해서 기대를 했지만, 우리가 사용한 아보카도는 주황빛이 많이 돌았습니다.


조금 더 진한 염색을 위해 아보카도 껍질을 잘게 손으로 찢은 후, 이틀 정도 방치했습니다.



양파껍질 염색 준비


아보카도 염색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이 잠길만큼 담가 놓습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 뒤


양파 껍질은 아보카도와 다르게 물을 붓자마자 바로 노란 물이 우려 나왔습니다. 양파는 노란색을 만든다고 하는데, 우려 나온 색을 보아하니 아주 노란색은 아니고 주황빛이 섞인 노란색이 될 것 같았습니다. 소량의 양파 껍질로 엄청 농축된 물이 나온 것 같아 더 진해질까 싶어 이틀 정도 방치시켰습니다.





클라우디아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염색 batch는 동네를 산책하며 채취한 꼭두서니 뿌리와 호두를 사용한 천연염색입니다.


시골이라 그런지 동네 산책은 하이킹으로 이루어졌고, 산에 즐비하게 나고 있던 꼭두서니를 채취하고 호두나무 밑에 떨어져 있던 호두를 주워서 염색 재료로 준비했습니다.


호두는 다 익어서 거의 썩을 직전의 아주 새까만 상태의 호두를 사용했고 (대략 40알 정도), 꼭두서니 뿌리는 클라우디아가 몇 달 모아 말린 것 과 함께 산에서 채취한 신선한 것을 함께 섞어했습니다.




꼭두서니 염색 준비


이름도 생소한 꼭두서니 나무의 뿌리를 이용한 염색인데, 영어로는 Madder roots라고 불리며 미국에서도 빨간색 염색을 하기 위해서 자주 쓰입니다. 책에서 읽은 바로는 4년 된 꼭두서니 나무에서 채취한 뿌리가 염색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꼭두서니를 손으로 잘게 부서 트린 뒤, 블렌더에 어느 정도 갈아버립니다.



어느 정도 갈린 꼭두서니 뿌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물을 우려냅니다.


준비해 온 2.5야드 천을 염색하기에는 너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여서 클라우디아와 동네 산책을 빙자한 꼭두서니 채취에 나섰습니다.



그리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꼭두서니를 채취하고 집에 갖고 와서 깨끗하게 씻어 가위로 자른 뒤 전에 우리고 있던 꼭두서니 뿌리 물에 혼합시켜 넣었습니다.



호두 염색 준비


썩은 것 같이 생긴 호두를 호두나무 밑에서 줍고 떨어지기 직전의 열매를 따왔습니다.



호두는 양이 너무 많아 냄비에 직접 끓이기로 했습니다. 몇 시간 뒤에 한약 냄새가 나면서 색깔도 한약 색이었습니다. 저한텐 엄청 익숙한 향이었습니다.




직물 준비


염색 물들을 준비하고 방치시키는 동안 염색하고 싶은 직물을 pre-wash/pre-treat 하는 과정을 시작합니다.


프리워시를 하는 이유는 공장에서 직물 생산시 화학용품을 사용한 것을 빨아 없애기 위한 것도 있지만, 직물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빨았을 때 천이 조그 라드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리 트리트를 하는 이유는 염색 흡수를 돕기 위한 것.


프리워시는 그냥 빨래하듯, 세탁기에 아주 소량의 세제만 넣고 찬물로 빨면 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프리워시 할 때엔 무향의 세제를 사용합니다. 프리워시를 끝낸 젖은 천을 바로 프리 트리트를 하는데, 염색 흡수를 도와주는 프리 트리트 점착제는 대부분 탄산나트륨을 사용하지만 친환경과 화학 용품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염색을 위해서 두유를 사용하였습니다.


프리 트리트 하기


1) 두유 1, 물 2 혼합 용액에 프리워시가 끝난 천을 24시간 담가 놓는다

2) 점착제가 골고루 흡수될 수 있게 몇 번씩 천을 뒤척여 주는 작업을 한다

3) 24시간이 지난 뒤 세탁기 탈수 옵션을 선택하여 천을 짠다

4) 햇빛에 하루 종일 말린다

5) 천이 다 마르면 구김을 없애기 위해 다리미질을 한다

6) 뜨거운 물이 있는 냄비에 천을 담근다


물과 두유 혼합 중.
두유와 물 혼합 물에 천을 담그고 햇빛에 말립니다


저는 총 10야드의 천을 4등분 해서 2.5야드씩 염색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직물을 준비하는 게 엄청난 노동이어서 작업 사진을 찍을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스와치를 만들기 위한 천을 프리 트리트 하는 사진으로 대처합니다.




아보카도 염색 시작


염색은 불을 써서 계속 뜨거움을 지속시켜 염색하는 방법과 며칠 동안 물에 담가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너무 큰 직물을 준비하는 바람에 첫 아보카도 염색은 며칠 동안 물에 담가 놓는 방법으로 시작했습니다.


스와치 테스트 했을때 나온 색감과 실제 염색 할때의 색감


아보카도 껍질을 우려낸 물을 팔팔 끓인 뒤, 뜨거운 물에 담근 천에다 부었습니다. 천이 완벽하게 잠겨야 하기 때문에 조금 부족한 물은 수돗물을 끓여서 더한 뒤 삼일 정도 방치시켜 놓았습니다. 골고루 된 염색을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천을 뒤적여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보카도 껍질과 씨앗에 큰 차이가 없어서 같이 섞고, 아보카도 껍질을 우려낸 물을 스와치용으로 만든 천에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너무나도 강렬한 주황색에 소리를 꽤액- 질렀지만... 2.5야드 천을 염색할 때는 수돗물과 혼합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주 흐릿한 살구색이 나왔습니다.


양파껍질 염색 시작


큰 냄비를 구해 양파껍질 염색은 열기를 이용해서 염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보카도 염색이 생각보다 흐릿하게 되는 바람에 양파껍질은 다른 방법으로 염색을 해보았습니다.

양파껍질 염색 중

1) 큰 냄비에 천을 물에 넣고 타지 않을 정도로 따듯하게 끓인다

2) 다른 냄비에는 양파껍질과 물을 함께 끓인다
3) 거즈를 큰 냄비에 덮고 양파 껍질 우려낸 물을 붓는다
4) 천이 잠길만큼 수돗물을 넣는다
5) 하루 종일 약한 불로 끓인다 (손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온도)
6) 염색이 골고루 되기 위해 몇 시간에 한 번씩 천을 뒤적여 준다


좌) 노란색 양파껍질 물로 1차 염색 / 우) 적양파껍질을 끓인 물에 2차 염색


몇 시간 끓인 뒤 그냥 뜨거운 상태로 스토브에 올려놓고 다음 날 빼봤더니 예쁜 노란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보카도 색과 너무 흡사할 것 같아 조금 차별화된 색을 만들고 싶어서 급하게 적양파껍질을 공수했습니다. 노란 양파껍질로 1차 염색 한 천을 헹구어 내고 적양파껍질을 우려낸 물에 다시 2차 염색을 시작하고 다시 하루 종일 은은한 불에 끓였습니다. 보글보글 끓으면 천이 타버리거나 염색이 오염될 수 있으니 약한 불에 끓여야 합니다.클라우디아가 색이 너무 이쁘다고 직접 스피닝 한 양모로 적양파껍질색을 테스트해보았습니다.




꼭두서니 염색 시작


열기를 이용한 염색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서 끓이는 쪽으로 염색을 해 보았습니다.



양파껍질 염색과 같은 방법으로, 꼭두서니를 끓였다가 거즈로 필터를 해서 우려낸 물만 받아 수돗물을 섞어 또 은은한 불에 끓였습니다. 그리고 색을 최대한 흡수시키기 위해서 거의 3-4일을 끓이고 뒤적이고 담가 놓는 것을 반복했는데, 물에서 살짝 오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빼냈습니다.


꼭두서니를 너무 고르게 블렌딩 하면 안 되는 이유가 꼭두서니 입자가 필터 사이로 빠져나와 천에 붙어 염색이 잘 안되었던 부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대충대충 가는 방법이 좋은 것 같습니다.


클라우디아가 핑크색 양모실을 갖고 싶다고 갓 우려낸 뜨끈뜨끈한 꼭두서니 물에 30분 담가놓았더니 예쁜 핑크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2.5 야드 린넨은 양이 많아서 연한 핑크로 나왔습니다. 식물성과 동물성 텍스타일의 염색 흡수력과 다른 점을 이렇게 발견했습니다. 동물성 직물을 사용하게 된다면 (울이나 실크) 점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직물을 끓인 물에 적셨다가 바로 염색물에 넣어 담가 놓아도 됩니다.


참고로 꼭두서니 작업할 때는 장갑 끼기를 추천합니다. 장갑을 안 끼고 작업했더니 손에 두드러기 같은 게 올라와서 조금 고생했습니다.


호두 염색 시작


호두를 달인 물이 상당히 진했고 냄비가 하나밖에 없는 이유로 호두는 아보카도와 같이 물에 담그는 방법으로 염색을 선택했습니다.



호두가 마지막 염색이었는데, 살짝 체력이 달리는 바람에 과정 사진이 이것밖에... 하지만 너무 예쁜 커피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흡족했던 염색 색깔이었어요.


클라우디아는 호두가 아깝다고 큰 유리병에 옮겨 얼려놓고 다음에 쓸거라고 했습니다.




염색 그 후 1


염색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닌 천연염색의 험난한 길


염색이 끝나면 세탁기에 탈수 모드로 천을 짜고 햇빛에 하루 종일 천을 며칠을 말립니다.


좌) 양파와 아보카도로 염색 (위에서 아래로 ) / 우) 호두와 꼭두서니 (위에서 아래로)


책에서 읽어본 예로는 며칠을 말려야 색이 완벽하게 직물에 흡수가 된다고 했는데, 지내고 있던 동네에 갑자기 비가 오기도 했고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기 시작해서 이틀 정도 말리고 다리미로 열심히 다렸습니다. 린넨이라 그런지 쪼글쪼글 해진 것을 친구의 오래된 다리미로 다리느라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대충 다리미질을 하고 곱게 접어 집에 갈 준비! 왼쪽부터: 꼭두서니, 양파, 아보카도, 호두



부랴부랴 염색을 끝내고 집에 갖고 와서 다시 마지막으로 무향의 세제로 천을 한번 빨고 캘리포니아의 햇빛에 말렸습니다. 말리고 있는 천은 호두로 염색된 린넨.




염색 그 후 2


천을 말리고 다리미질했다고 끝난 게 아닌 천연염색의 험난한 길. 이제 소품 만듭니다!


처음에는 염색한 천으로 전공(?)을 살려 애이프런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2.5야드가 살짝 어중간해서 고민을 하다가 냅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보카도로 염색한 색감. 실제와 거의 흡사하다.


천을 잘라 원하는 냅킨의 모양을 잡고 실을 색에 맞춰서 꿰맨 뒤에 냅킨을 완성했습니다. 근데 냅킨만 완성하면 끝난 게 아닌 우리네 자급자족 DIY 중독인들. 패키징도 생각해야 하니 오랜만에 디자인 실력 좀 발휘해봅니다. 이미 에너지가 많이 고갈된 관계로 아주 심플하게 패키징을 할 예정입니다.



하나하나 그려서 작업한 로고와 이미지들. 하루 이틀 엄청나게 집중해서 작업했습니다.


꼭두서니 뿌리로 염색한 천 색감


냅킨 만들고 남은 천 조가리들은 고생해서 염색한 천이라 버릴 수도 없고 퀼트를 만들기는 이미 너무 체력이 바닥이 난 상태여서 갈렌드를 만들려고 세모로 잘라냈습니다. 갈렌드 만드는데도 은근히 손 많이 갔네요.




마지막


진정한 마지막은 상품화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작업 완성. 두 개 묶음으로 포장했습니다.
체력 고갈로 잘라만 놓고 많이 만들진 못했지만 이렇게 두 세트를 클라우디아한테 보내주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Anthony Rogers 가 찍은 사진


그리고 겨울 팝업 상점에서 디스플레이된 냅킨과 문에 걸어 놓은 갈렌드.




후기


저의 험난하고 길었던 염색에서 상품까지 만드는 것을 정리해서 쓰고 나니 엄청난 고생을 한 것 같네요. 다음에 염색을 하겠냐고 하면 YES입니다. 하지만 2.5야드의 천을 염색하겠냐고 하면 NO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완성된 작업을 염색을 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라우디아도 동의했고요.


저는 요즘도 아보카도와 양파껍질을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