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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생활 Sep 20. 2019

/DIY/ 집에서 만드는 두부

틀도 없고 간수도 없다! 대-충- 만들어 보는 수제 두부

친구 레베카와 두부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두부를 직접 만들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농담 반 진심반 대화를 했었는데, 머릿속에 수많은 DIY 프로젝트 중 갑자기 수제 두부 만들기에 꽂혀서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에서 편백나무로 만든 두부틀을 오더 했는데 다리가 부러져서 오는 바람에 리턴 시키고 이틀 동안이나 불려 놓았던 메주콩이 상해버릴까 봐 그냥 틀도 없고, 간수도 없이 대충 만들어 보았습니다.




두부 준비물:

300g 메주콩
2L 물
1 tbsp 참기름이나 들깨기름

간수 준비물:
1.5 tbsp 식초
1 tsp 천일염
1 tbsp 물


그 외 준비물:
Grade 90 Unbleached Cheese Cloth (면포)
믹서기




콩 준비

한국 마켓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Jayone에서 나오는 메주콩 300g을 이틀 정도 불렸습니다. 원래 12시간 이상 불려 놓아야 하는데 저는 미루고 미루다 냉장 보관해서 48시간 조금 넘게 불려버렸습니다. 생략해도 되는 것 같지만 저는 메주콩 껍질을 일일이 다 깠습니다.


믹서기에 불린 콩과 1L 물을 넣고 갑니다.


한번 손빨래한 면포를 스테인리스 보울에 살포시 얹어주고 그 위에 되직하게 갈린 콩+물 혼합물을 넣습니다.


1. 콩물 짜는 중 / 2. 첫 콩물

여기서부터 힘이 좀 들어가야 하는데, 면포에 넣은 혼합물을 최대한 짜서 콩물을 만듭니다. 나중에는 팔이 너무 아파서 집게를 사용해서 어렸을 때 엄마가 보약 짜던 모습이 생각나서 그렇게 짜 봤는데 더 잘되었습니다.


콩물을 짜 내고 남은 비지 찌꺼기를 다시 한번 1L 물과 함께 섞어 갈고 면포에 넣고 다시 짭니다. 팔과 어깨가 무척이나 아파집니다.




간수 준비


집에 애플 사이더 식초밖에 없어서 그것을 1.5 table spoon 넣고, 물 1 table spoon, 천일염 1 teaspoon 넣고 소금이 녹을때 까지 잘 혼합했습니다.


간수는 두부의 응고제 역할을 해서 단백질 분자들이 서로 엉겨 붙게 하는 화학물질이라고 합니다. 근데 간수가 없어도 식초와 소금을 섞어 만들면 자연적인 응고제 역할을 하니 저는 내추럴한 이 방법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두부 끓이기


1. 들기름 한바퀴 / 2. 간수 넣고 뭉글뭉글해진 두부

콩 물을 냄비에 넣고 들기름 한 바퀴 둘러줍니다. 중간 불로 은은하게 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주걱으로 휘저어가며 끓여줍니다.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간수를 넣고 두세 바퀴 주걱으로 휘저은 다음 불을 끄고 뚜껑을 닫고 3-4분 정도 기다립니다. 




두부 짜기



스테인리스 보울 안에 코랜더를 넣고 그 위에 면포를 올려놓고 순두부를 담습니다. 그리고 면포로 예쁘게 감싼 다음에 그 위에 무거운 물건들을 올려놓습니다. 집에 무거운 책이 없어서 위태롭지만 툴박스를 올려놓았습니다. 이렇게 올려놓고 원하는 굳기를 확인합니다. 완벽하게 응고될 때까지 10-15분 정도 기다립니다.




완성!


모양이 그리 이쁘지는 않지만 나름 귀여운 두부입니다. 만들다가 일을 가야 할 시간이 되어서 툴박스를 잔뜩 올려놓고 나가는 바람에 두부가 너무 딱딱해졌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비지로 뭐할까?


두부는 콩 물로 만드는 것이고 (앞부분 다 생략하고 두유로 쉽게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콩 물을 만들고 남은 콩 찌꺼기를 비지라고 합니다. 껍질을 다 까버려서 부드럽게 갈린 비지를 남편에게 토스했고, 남편이 저녁에 와서 김치 비지찌개를 끓여 주었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만드는 이북식 비지찌개를 정말 좋아하는데, 남편이 만든 것 도 정말 맛있었어요. 레벨이 높은 한국 음식은 남편이 합니다.




번외 1


두부를 다 만들고 난 다음날 아마존에서 다시 보낸 편백나무 두부틀이 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두부를 만들었습니다. 팔이 남아나질 않네요.


틀과 함께 포함되어서 온 간수(Nigari)를 넣어봤는데 쓰고 떫은맛이 나서 간수는 다음부터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다음에 만들때는 식초도 아닌 레몬즙을 넣어 만들까 싶어요. 투박하지만 두부 모양은 성공했습니다.




번외 2


두부 짤 때 쓰던 면포를 남편이 빨래를 하다 실수로 드라이어에 돌리는 바람에 음식 만들 때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하다 말고 슬그머니 딴짓을 하기 시작해서 완성한 프로듀스 파우치입니다.  그로서리 쇼핑 갈 때 하나 들고 가니 플라스틱 봉지나 종이봉투 사용하지 않고 사과도 담고 바나나도 담을 수 있게 되었어요. 공기가 잘 통해서 감자나 고구마 같은 친구들을 보관하기도 좋습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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