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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13. 2024

스튜어디스의 쇼호스트 도전기 -2


1편에서 계속


"아 말 그대로 진짜 삑사리요! 갑자기 목소리가 튀어가지고.. 마침 그떄 연습한게 생각나서 상품이 너무 좋아 저도 흥분했다 그런식으로 넘어가기는 했는데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어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티가 꼬인게 아니라 정말 목소리 실수였다면 게다가 저렇게 자연스럽게 대처하고 넘어갔다면 차라리 더 어필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더욱 흥분한 목소리로 1차도 합격을 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서류조차 합격해본적이 없는데 이제 최종 면접만 통과하면 꿈에 그리던 홈쇼핑 쇼호스트가 될 수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최종 면접은 지정 상품 피티와 즉석 피티를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홈쇼핑 회사에서 지정 피티용으로 내준 상품 리스트를 보고 패션을 빼고 골라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쉽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패션을 빼자는 제 제안에 그녀는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지원자가 패션 상품으로 피티를 할 확률이 높아요. 따로 준비해야하는 것도 없고 옷 설명이 무난한데다 아마 입사하면 패션 카테고리 방송 욕심들이 있을거라서요. 이럴때 차라리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상품을 한다면 차별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제야 그녀는 제 말에 수긍을 하고 남아있던 상품 중 수분크림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주방류나 건강식품 쪽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해당 카테고리 방송 경험이 전무하고 부담을 느낀다는 말에 수분크림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면접까지 살아남은 지원자들이 상품 설명을 못할리 없습니다. 대부분 무난하게 깔끔한 피티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무난함에 포인트를 주자고 제안했습니다. 대부분 수분크림을 발라서 피부의 촉촉함을 직접 보여주는 형태 그리고 안 바른 쪽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식으로 장점을 어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부수분테스트기를 한번 써보자는 제안을 했고 바른 직후에도 해보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테스트를 해서 보습 지속력을 강조하자고 말했습니다. 또한 수치가 원하는만큼 나오지 않았을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전략을 짰습니다.


마지막으로 즉석피티가 남았습니다. 어떤 상품을 설명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 다양한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오전 9시부터 11시 그리고 밤 8시부터 11시까지 해당 홈쇼핑에서 진행하는 방송들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시간이 홈쇼핑의 프라임 타임이라 가장 좋은 상품을 가장 뛰어난 쇼호스트가 판매하고 가장 유능한 피디가 차별성 있는 연출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그날부터 폐관수련이라도 하듯 TV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최종면접날 아침.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떨려서 그러나 혹은 마지막으로 조언을 구할 게 있나 싶어서 받았더니 목소리가 엉망이었습니다.


"저..어제부터 독감 기운이 좀 있었는데 오늘 말이 잘 안나오네요.."


코가 꽉 막힌 듯한, 중간중간 쇳소리도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저도 맥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면접관들에게 최대한 상황 설명을 하고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면접이 끝난 후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지금껏 했던 피티 중에 가장 잘한 것 같다며 면접관이 감기에 대해 먼저 물어볼만큼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기대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메세지가 왔습니다.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노력한 것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떨어져서 속상하지만..서류도 처음 통과해보고 최종 면접까지 간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처음으로 후회없이 준비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불합격이라는 말에 저도 안타까웠지만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또 공채는 열릴테니 그때 또 같이 준비해보자는 응원을 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이번에 합격할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만큼 열심히 준비한 분들도 많았고 약간의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진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또 다른 공채가 열리는 것을 기다리며 라이브커머스 방송과 공채 준비를 병행할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저 역시 필요하면 언제든 돕겠다고 응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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