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바쁘지도 그렇다고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지도 못할 만큼 딱 그만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매일 시간을 빼서 루틴 하게 하는 일이 영어 공부, 운동, 독서 그리고 이커머스 컨설팅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되면서,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강연을 하게 되면서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이나 기업에서 종종 연락을 받고는 합니다.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고 보람찬 것은 브런치스토리 댓글이나 이메일로 무작정 연락이 와서 이커머스 업계 취업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는 분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취업준비생으로서 또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얼마나 막막하면 이렇게 연락을 했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 업계 후배들을 미리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족한 인사이트나마 최선을 다해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연락이 온 수많은 분들 중 대부분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며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중에서는 드물게 직접 저를 만나러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대면으로 그리고 비대면으로 그런 분들과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업계 선배로서 때로는 사회 선배로서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들도 미리 준비해서 공유하곤 했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본인의 근황을 알리고 연락을 주시고 저의 부족한 글에 댓글을 달며 저에게 즐거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궁금한 부분들이 해소되고 난 후 바로 소식이 끊긴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야 모든 분들이 애틋하고 정이 갔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꼭 내가 주는 만큼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는 걸 알기에 크게 실망하거나 야속하게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제 너무나도 반가운 메시지 하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거의 4~5년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꽤 정확하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남짓 정도 되었을 때 한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으로 홈쇼핑 업계에 관심이 매우 많고 홈쇼핑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던 차에 작가님의 글을 보게 되었고 가능하시다면 궁금한 점을 조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는 않지만 제가 쓴 것보다 훨씬 더 정중한 내용이었고 제가 글을 쓰는 목적과 부합하기에 흔쾌히 궁금한 점을 알려달라고 답을 했습니다.
몇 번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 후 그분은 정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찾아뵙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왔고 저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만나는 거 카페보다는 현장을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약속장소를 회사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약속 당일, 한눈에도 앳되어 보이는 여대생 한 분을 만났습니다. 마침 회의실들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회사 옥상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꽤나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그녀는 미리 수첩에 써둔 질문과 즉석 질문을 한 시간 넘게 했고 저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저는 그녀를 지금 방송이 되고 있는 스튜디오에 데려가 홈쇼핑 방송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준비를 하고 화면에 나오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직접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빈 스튜디오에서 홈쇼핑에서 쓰는 방송 장비와 스튜디오 구성 등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저도 업무로 복귀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 아쉽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그녀는 회사 근처에 있는 나름 유명한 집에서 샀다며 수줍게 빵 꾸러미를 내밀었습니다.
그 뒤로 길게 인연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가끔 메신저에 업데이트되는 그녀를 보며 꼭 홈쇼핑 후배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응원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반가운 연락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 2년간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온 그녀는 다시 홈쇼핑 PD로 도전을 한다고 합니다. 그녀에게도 또 이 글을 볼 홈쇼핑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