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L Jul 14. 2019

브런치를 하는 이유

첫 브런치 글을 작성하며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났다.

이제 내가 쓰는 글은 나만 보는 메모장 속 기록이 아니라

누구든지 찾아본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온라인 속 흔적으로 남게 된다.


사실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 지금도 오락가락한다.

5년 전쯤 석사 공부를 하던 언니가 했던 말이 있었다.

석사 공부를 해보다 보니 자기는 너무나 무지했었고, 모르는 것이 훨씬 많서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많이 알면 알수록 내가 이 우주의 먼지라는 걸 알게 된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도 떠올랐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입이 무거워진다는 말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들었던 당시에는 23살, 아직 뭘 몰라도 많이 몰랐던(물론 5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는 게 아주 많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사실 그다지 와 닿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사실 나는 원래 성향 자체가 말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경험한 건 쓰든, 말하든 주위에 떠드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사회초년생 때도 역시나 많이 떠들었고, 말이 많은 사람은 말이 적은 사람에 비해 실수도 빈틈도 많은 법이라 말을 많이 해서 그만큼 쓰라리게 돌아온 일들도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쓴맛 안 봐본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 또한 쓴 고베를 마시며

어느 날 언니와 나눴던 저 대화가 생각나는 날이 있었고, 가슴에 콕-이 아닌 콱! 박혔었다.


아, 내가 무식(無識)해서 용감했구나.

그렇게 깨닫고 나니 언제부터인가 '분명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건데', '과연 이게 진짜 맞는 걸까', '인생에 정답이 하나는 아닌데', '이게 진짜 최선일까' 하는 생각들이 많은 순간 나를 붙잡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썼던 과거의 글들을 보며 '어후, 이 글들 봤을 때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에겐 이게 참 불편할 수도 있었겠구나'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했고, 말을 하면서도 자꾸 그 관계의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할까- 복잡하게 생각하게 되었었다.

그게 쌓이다 보니 어느새 글도 쓰지 않고, 말할 때도 우유부단도 심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많은 순간 망설이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또 다른 그 모습은 스스로 마주했을 때, 반갑지 않았고 스스로 참 매력이 없어서 멋있지가 않았다.


아, 내가 무지(無智)했구나.


스스로 반갑지 않았던 모습이었지만 마주함으로써

아는 게 많을수록 입이 무거워진다는 말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그 의미를 다시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고,

인생은 죽기까지 모두 과정이니 지금 조금 잘못한 선택 혹은 모자란 선택이었을지언정 그게 끝이 아니며,

겸손하고 배려하되 나의 소신은 있어야 한다.


이게 내가 배운 것이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 글을 쓰고, 말을 했던 건 내가 잘난 척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가르치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니었으니 그런 비난에 움츠러들지 말고!

그저 나라는 사람의 기질과 성향이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에 대한 것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으니 이 목적성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주고 교류할 수 있는 관심에 집중하자!

물론, 이제는 그 표현이라는 요리에 있어 방법이라는 원재료에 겸손과 배려라는 조미료로 조금 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고 : )


그래서 나는 다시 내가 생각한 것과 느낀 것을 표현해보고자 한다.


어떤 영향력이라는 야망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실행하고 누군가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다면 더 플러스(+)가 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바로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반가워요, 나의 첫 브런치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