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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아빠곰 Nov 18. 2015

아빠요리 - 뚝딱 두부계란전

90년대 흑인음악과 함께하는 먹을수는 있어요리

아빠요리 - 먹을수는 있어요리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잘 하게 되면 속편은 없을수도 있어요
5대 영양소에 대한 고민없이 일단 먹을수는 있도록 만드는 요리입니다. 



먹을수는 있어요리 1탄, 뚝딱 두부계란전



계란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기본 재료인데, 계란 자체만으로도 여러가지 배리에이션이 가능하며,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하여 부피감을 느낄 수 있는 스패니쉬 오믈렛, 프랑스의 키쉬 같은 것들은 따뜻하게 먹으면 훌륭한 식사가 된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계란말이, 계란찜도 비슷한 형태. 


또한 계란에 대한 선호도 글로벌하여, 세계의 내로라하는 호텔에 가도 조식 코너의 계란 요리 코너에는 모든 인류가 줄을 서서 먹으며, 계란 단백질 익는 냄새는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도 집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프라이, 삶은계란 뿐만 아니라 지단, 계란장조림, 해물파전 등 계란의 창조적인 활용 면에서는 세계에서 탑 플레이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언제나 냉장고에 들어 있는 계란을 이용해서 재료의 형태와 참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기교 없이, 빠른 시간에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두부계란전을 소개한다.


참고로 어디 레시피가 있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니고 생각나는 대로 프라이팬에 집어넣은 것 뿐이니

Try this at home, please~!




준비물

유통기한이 다 된 두부, 계란 2~3개, salt-n-pepa, 모짜렐라치즈, 트러플(읭?), 마법의 소스 - 케첩



Salt-n-pepa의 Shoop을 들으며 시작~!

짭짤하고 자극적이지 않은지? 



1. 두부를 대충 잘라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굽는다.

대충 익기만 하면 된다. 사실 두부는 익혀서 만드는 거니까 그냥 먹어도 된다. 다만 따뜻해지면 더 맛있다.


깨끗한 가스렌지는 주부의 자랑~ (마눌님이 청소해 주심)




2. 계란을 깨서 넣는다. 갯수는 먹고싶은대로.

흩어져 있는 두부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대통합의 질료로써 작용한다.


앗, 계란껍질이



계란을 3개 넣었더니 너무 많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면 너무 많이 넣게 된다.




계란이 너무 많아서 윗부분이 익지 않고 있다.

이상태로 계속 두게 되면 아랫부분이 탄다.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경우는 후라이팬 뚜껑을 덮어서 수증기로 찌듯이 익힌다.



이 찌듯이 익히는 기술은 살림하면서 인터넷에서 배운 엄청난 비기인데..

군만두 할때나 좀 두꺼운 재료를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익히고 싶을 때는 기름에 겉면을 노릇하게 익힌 다음 물 반컵을 확 붓고 뚜껑을 덮어 두면 된다. 다만 설거지와 가스렌지 뒷정리는 좀 번거롭게 될 수 있다.

(Slat-n-Pepa 노래 틀어놓고 있는데 다음 곡으로 갑자기 엠씨해머 노래가 나온다. 오늘은 이런 분위기로.)


해머타임!


중딩때 AFKN에서 엠씨해머 뮤비를 보고 문화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의 모든 것을 기를 쓰고 따라해보려고 했으나 야구잠바랑 헐렁한 반바지만 몇 개 남았던 걸로 기억한다.


해머가 나왔으니 바비형도 빠질 수 없지.


휘트니 휴스턴과 결혼 후 별로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 주던 Bobby Brown의 Every Little Stop~!

Don't be Cruel 이 더 인기있었던 것 같지만 나는 팡팡 터지는 전자드럼의 이 노래가 더 좋다. 

긴장을 계속 이어나가는 곡 구성도 좋고 댄스랑 비디오도 완벽. 권오중이 추던 토끼춤의 오리지널.

처음엔 테이프로 듣다가 LP 샀다가 미쿡 친구가 보내준 테이프로 듣다가 CD도 구입




다음으로 넘어가자.


우리나라 엄마들은 애한테 밥 먹이는게 큰 스트레스인데 애한테 밥 먹이다 보니 어떤 심정인지 이해가 간다.

기껏 해 주면 안먹고 징징대고, 전에 잘 먹던것 다시 해 주면 안먹고,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해달라거나 하는 소리나 해쌌고, 안먹는다 했다가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하고 아주 등짝 스매싱 날리고 싶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현재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 애를 때리면 불법인가요? 갑자기 궁금..)


이런 때 애들이 무조건 잘 먹는 몇 가지 음식이 있으니.. 

우리집 형님은 1. 치즈, 2. 소시지나 햄, 3. 케첩 순이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끔 사용하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아이 밥먹이기 세계의 길티플레져.

이번 요리(?)에는 1번과 3번을 사용할 예정이다.




4. 헛소리하는 동안 대충 익어서 계란찜같이 됐으니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위에다 술술 뿌린다.

우리집은 이걸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는데 뿌릴 때 큰 덩어리가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으니 봉다리를 싱크대에 퍽퍽 쳐서 작은 조각으로 만든 후 뿌리는 것을 추천한다. (나를 위한 팁인듯..)

머나먼 이국의 요리 같다.



치즈 하니까 느끼함, 느끼함 하니까 바닐라 아이스가 생각난다. Ice Ice Baby!

시작부분에서 VIP 라고 하는 부분이 JYP 처럼 들린다. 


듣고 보니 노래는 상큼하네?



5. 다음으로 치즈가 녹으면... 이게 뭐지?

트러플이 무려 1%나 들어 있다


세계 3대 진미라고 해서 사다 놓고 어떻게 먹을 줄 몰라 처박아 두었던 트러플이다. 

역시 포장도 고급지다. 뭔가 우리말로 써있지 않으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 천박한 안목은 어쩔거야.

전문가와 미식가들께 여쭤봤는데 샐러드에도 넣고 빵에도 발라 먹고 어떤 요리든지 넣기만 하면 최상의 맛을 내주는 마법의 식재료라고.


넣어 보자.

애가 안먹는다고 할 수 있으니 일단 한쪽에만 넣는 걸로.


뿌려놓고 보니 테이트 모던에 전시해도 될 것 같은 모던한 작품이 되었다. 형태와 색채, 질감이 묘하게 조화롭다. 1960년대 스타일? 아니면 열정이 넘치는 이베리아반도 출신 작가의 작품같기도 하다.

눈이 녹고 있는 들판에 있는 썩은 나뭇잎 같다.



6. 마트에서 행사할 때 엄청 싸게 구해 왔으나 집에서는 큰 접시 사서 언제 쓸거냐고 욕만 먹은 포트메리온 접시에 세팅. 

풀때기 문양과 재료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원초적인 요리가 사뭇 잘 어울린다. 모래를 한 삽 파다 담아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명품은 이래서 좋은가보다.

결혼 20주년 기념일에는 선물로 그릇세트를 받아야지.




솔직후기


애는 외관이 이상해서 그런가 두려워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마법의 소스 - 케첩을 마음의 불편함이 있기 직전까지 범벅해 준다. 잘 먹는다. 


음식같지 않은 음식을 줬다는 미안함도 잠시. 따뜻한 음식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어른들께서 논에 물 들어갈 때랑 자식 입에 먹을거 들어갈때가 제일 기분 좋다고 하신게 이런 느낌이구나... 


솔직히 맛있다. 호텔에서 내면 그런가보다 하고 먹을 것 같은 맛.

아이는 시커먼거(트러플)는 아빠 드세요~ 맛있는거라면서요~ 하면서 잘 먹는다.

다만 두부계란전에 트러플은 어울리지 않는 걸로.



7. 번외로 같이 먹을 토마토 샐러드~

토마토를 잘라서 발사믹소스만 뿌리면 된다. 

그냥 발사믹식초만 뿌려도 맛있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는 외할머니가 토마토에 소금을 뿌려 주셨었는데 설탕좀 한번만 뿌려주시면 안될까 하고 간절히 원했었는데 들어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설탕이 아니라 식초 뿌리면 이렇게 맛있는 줄을 그땐 몰랐었네~(노영심 목소리)



소요시간은 삽질 포함 15분


톡 쏘는 포이즌같은 매력이 있는 두부계란전은 Bell Biv Devoe - Poison 으로 마무리.

미군부대 앞에서 황토색 워커 사서 잘 신고 다녔었다.



반찬거리 없어서 고민일 때 대충 따뜻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단백질(두부)과 단백질(계란)과 단백질(치즈)의 조합에다 나트륨과 약간의 칼슘이 가미된 음식이다.

그래도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보다는 낫다고 자부한다. 


(며칠 후 집사람이 갖가지 채소도 다져 넣은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는데 그건 훨씬 제도권 음식같은 맛이 나고 먹을만 했다고 한다.)


다음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인 메추리알 장조림 하는 법과 경제성 분석에 대해 써 볼까?

(언제일지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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