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문턱
비운의 무명가수, 탁월한 음악가임에도 세상에 알려지질 않아 앨범을 2장 내고선 사람들에게 잊힌 가수 로드리게즈를 찾아 떠나는 영화이다. 세상엔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곤 단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힘들게 돈을 모으면 자식들에게 미술관과 박물관을 데려갔다고 한다. 영화감독은 겨우겨우 로드리게즈의 생존 소식을 찾고, 그의 앨범은 남아공에서 황당하게도 불법복제되며 남아공의 청년들에게 우상 같은 노래와 가수로 남아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있는가 싶은 일들.
감독은 실제로 살아서 노동을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는 로드리게즈를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나는 그의 인터뷰에 담긴 한마디 한마디가 예술가의 문턱과 삶을 정의 내리는 듯싶었다. 자신이 남아공에서 슈퍼스타인 것을 알았다면 삶이 달라졌을 것 같냐는 감독의 질문에 머쓱한 웃음을 짓는 그는, 마치 그러한 과거를 상정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 초연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이어 그가 왜 두 번째 앨범까지밖에 안 냈냐는 말에 그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 그것보다 잘 만들 수 없었어요.
나는 그의 담백한 대답들을 통해 진실한 예술가, 또 재능 있는 예술가의 모습을 엿본다. 예술가는 자신의 삶에 담긴 그 무엇을 꺼내놓는 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 마치 공장에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들처럼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존재들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에게 담긴 한계를 아는 것이 진실된 예술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예술가가 인식해야 하는 문턱의 높이를 정확히 아는 것으로 느껴졌다. 예술가는 언제 은퇴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마 자신이 이전작품보다 더 잘 만들 수 없음을 알 때일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가는 자신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뛰어난 예술가는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난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실된 예술가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가 낸 몇 장의 앨범만으로 그의 삶과 음악은 영구히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 사실 예술가는 당대에 얻어갈 것이 많이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예술을 돈으로 바꾸는 세태 속에서 아무런 보상이 없음에도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놓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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