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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Sep 11. 2023

죽은 시인들의 사회

상한 교실을 위하여


 거진 20년 전, 이 영화를 보며 교사를 되겠다는 마음을 다독였다. 존 키팅 같은 선생님이 될 거야. 그 당시 영화의 씁쓸한 엔딩장면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고 다만 존 키팅이 아이들에게 속삭이듯이 수업을 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장면들,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슬픔이 가득한 교사의 눈빛만을 보며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이런 교실을 꿈꾸었다. 어쩌면 교실에 삶과 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직감일지도,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나이가 들고 영화관에서 죽은 시인들의 사회를 보니, 이제는 갓 부임해서 희망과 애정으로 가득 차 보이는 존 키팅 교사보다는 존키팅 교실의 학생이 자살하고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는 존 키팅 선생님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작금의 여러 현실과도 겹쳐 보인다.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겐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 교실에 숨겨져 있는 시 같은 비밀스러운 순간을 쫓아온 이들도 많을 것이다.


 기본기가 명확한 직업이나 취미들이 무척 부러웠다. 운동이나 요리, 여러 영역들은 분명 어떤 것을 어떤 순서로 갈고닦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는 듯이 보였다. 기본기가 무언지 알 수 있는 직업과 일들이 무척 부러웠었다. 하지만 영화는 내가 느끼기엔 분명 기본기가 불분명해 보였다. 나는 요리의 칼질을, 농구의 드리블을 예를 들며 도대체 영화를 잘 만들려면 기본기가 무엇이냐며 친구들에게 물었다. 나름의 대답을 하는 친구들이었지만, 다들 처음 들어본 이야기인 듯싶은 표정이었다.


 '삶'과 '관계'라는 무형의 것을 다루어야 하는 직업들의 어려운 점은 맺고 끊음의 관계가 비교적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다루는 직업은 정말로 기본기가 무언지 단정하기가 어렵다. 교사로서 기본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좋은 교사, 원숙한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도대체 좋은 교사는 무엇일까. 삶을 조명하고 관계 맺는 직업들, 삶을 매개로 학생과 자라나야 하는 교사들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존 키팅은 학교의 선배들의 단체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이제는 이렇게 해석해보고 싶다. 너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을 사는 것 밖에 없다. 그러니 오늘을 충분히 살라고. 어른들이 규정한 질서와 미래에 속하지 말고, 그저 너의 시가 담긴 하루를 살라고 말해준다. 삶이 있는 교실을 꿈꾸며 하루를 살아갔던 존 키팅을 보며 여러 선생님들이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 아이들에겐 여전히 좋은 선생님, 좋은 교실이 필요하다. 너의 삶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선생님. 아이들에겐 너의 하루를 살아가라고 말해줄 수 있는 이들과 환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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