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과 Jun 08. 2023

요노스케 이야기

선한 사진


 요노스케처럼 착하고 선한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갖는 게 어울릴까? 문득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노스케의 여자친구 쇼코의 아버지는 요노스케에게 꿈이 무엇이냐 묻는다.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던 대학생인 요노스케는 그저 졸업이라고 말하고, 쇼코의 아버지는 전망이 없는 사람이 아니냐고 딸에게 묻자, 쇼코는 그 누구보다 전망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종일관 선하고 착하고 어리숙한 요노스케를 보며 '그러게, 요노스케는 졸업하면 어떤 것을 하고 살까? '라는 생각이 들며 요노스케의 삶이 궁금해졌다. 요노스케의 직업은 영화 후반부쯤 뉴스를 통해 나온다. 사진가 요노스케(35살)는 지하철에서 선로로 떨어진 승객을 구하다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나온다.


 갑자기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잃은 사진가 요노스케, 갑자기 등장한 그의 직업과 죽음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사진가라는 직업이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요노스케는 사진전에서 어떤 한 사진을 보며 깊게 빠져든다. 그 이후 사진가로부터 빌린 카메라. 요노스케는 작은 카메라로 신비한 세상들을 찍기 시작한다. 갓 태어난 아기, 도망가는 작은 강아지, 노동에 지쳐 하품을 하는 아저씨, 장난치는 아이들, 사랑하는 여자친구, 요노스케가 처음으로 찍은 사진들은 우리 모두가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 들을 보며 경탄한 장면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요노스케가 처음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싶었던 쇼코의 소원은 뒤늦게 요노스케의 죽음 이후, 쇼코에게 배달된다. 쇼코가 요노스케의 자취집에서 그렸던 낙서 가득한 낡은 종이에 싸여.


 세상의 숨겨진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황홀하고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에 압도된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든다.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들. 영화는 그 유일한 순간을 담는 행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하는 듯하다. 한 사람이 비밀스러운 재능에 눈을 뜨는 순간, 몰입하는 순간, 카메라를 든 첫 순간, 무언가를 찍는 그 순간은 얼마나 아름답고 애타는지 말해준다. 우리는 이런 예술가들 덕분에 가끔씩 정신이 또렷해지며 세상을 살아간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이들은 얼마나 선하겠는가. 얼마나 착할까. 그러한 예술가들은 아마도 친구가 전해준 쪽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친구의 이삿짐을 나르느라 오늘 해야 할 자신의 일을 깜빡할지도 모르겠다.



 Copyright 2023.양과.All right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굿바이(타키타 요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