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fter lunch Apr 12. 2020

생각 스케치

가리워진 세상: 아름다움은 늘 곁에 있었다.

비가 내렸다. 예보보다 3시간 정도 빨리... 

정확해졌다고는 하지만 몇 분의 오차로 비를 예상하는 건 아직 무리인 듯하다. 나는 유능한 엔지니어이기에 3시간 정도의 오차를 너무 정확히 예상하고 일찍 콘크리트 타설을 마쳤다. 이로써, 공식적인 건축분야 콘크리트 타설 행위가 끝났다. 우선, 뿌듯하다. 


근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바람이 세어진다. 저녁을 먹고 퇴근하면서 현장을 주욱 훑어보며 숙소로 가고자 했다. 도로면에 접해있는 몇몇 세대 분합 창호가 열려있는 걸 보고 지나칠 수 없어 올라가 창문을 닫았다. 바람 방향을 보니, 북쪽 창문을 닫지 않으면 세대 내부로 비가 들이치겠다 싶어 움직였다.


'괜히, 현장을 봐가지고... 열려있는 창문을 보고 나올 수도 없고, 숙소에 가도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운동할 겸 창문 닫아보자... '

땀도 나고, 짜증도 났다. 굳이 닫지 않아도 되는 남쪽 방향의 거실 창문을 그래도 닫아보자고 다가서는 순간... 


창 밖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있는지 새삼 느꼈다. 

그동안, 늘 곁에 있었는데... 

건물 밖에선 건물 안을, 건물 안에서는 벽, 천정과 바닥만을 보고 있었구나...  


그래, 여기 제주였지... 

평범한 동네뷰이긴 한데, 짜증을 없애주는 청량함이 너무 좋았다. 


"누군지 몰라도, 잘 살아라... 이곳에서! 내가 잘 지어줄게~~ "



작가의 이전글 싸움의 원칙과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