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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ter lunch May 16. 2022

1. 인테리어 시작 전

제주 협재 아파트 리모델링 보고서


제주 협재에 오래된 아파트를 구매한 후 리모델링하여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였다.

먼저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어떠한 것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간략하게 말하고자 한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한 개인의 의견이므로 인테리어를 본업으로 하시는 분들과 건축주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1. 신축이 아니고서는 입지가 중요하다


새집을 짓는다면, 깊은 산골이든 앞뒤가 막힌 건물 사이든 배치를 틀고 창을 내고 진입로를 꾸미고 집을 올리든 차폐막을 치든지 방법은 있다. 구조도 맘대로 인테리어도 맘대로 할 수 있으니, 입지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근데,


저렴하고 오래된 집을 사서 내부만 고치는 인테리어에서는 변경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입지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형태의 주택인지, 몇 층인지, 뷰는 어떤지, 향은 어떤지는 맘대로 할 수 없으니까...  



2. 발품을 팔아라



지도를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은 되겠지만... 절대적으로 직접 가봐야 한다. 내가 살 곳을 인터넷으로 파악할 순 없다. 인테리어는 미니홈피를 꾸미는 게 아니다.(오래된 표현이군 ㅠㅠ) 

대략적인 시세나 연식, 구조 등의 일반적인 자료만 찾아보자. 그것도 발품 팔고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뒤에...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자주 돌아다니면 기름값만 낭비하고 내 다리만 아프다. 내가 지나는 이 길이 우리 동네 산책길이 된다면 어떨까 하고 발품 팔자.




3. 전문가와 함께 하라


건축가나 설계사 직원들도 도움이 되겠지만... 여건이 안된다면, 근처 부동산이나 부동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 또는 이미 인테리어를 직간접적으로 수행해 본 사람과 함께라면 내 집을 인테리어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집 앞의 부지에 건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서 뷰를 가릴 수 있다든지, 주변 개발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든지, 대략적인 주변의 실제 시세라든지, 개략적인 인테리어 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 등)




4. 현재보단 미래를 봐라


이들은 미래를 보았을까? 연합뉴스 이미지

좁은 주방도, 보기 싫은 체리색 몰딩도, 철 지난 꽃무늬 벽지도, 지저분한 발코니도 뜬금없는 샹들리에도... 내 스타일이 아닌 모든 것들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 눈에 3D 안경을 쓰고 내가 바꾸게 될 인테리어를 덧입혀진 상태를 보고 상상해야 한다.  



5. 구조적인 한계를 파악하라


인테리어는 구조부재(기둥, 보, 내력벽 등 하중을 받는 주요 부재)를 건드리지 못한다. 답답하다고 해서, 내력벽을 허물어 버리면 되겠지... 하다간 쇠고랑 차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만날 수 있다. 

벽돌이나 석고보드로 된 비내력벽은 철거가 가능하고, 보기 싫은 마감재들은 모두 철거 또는 재 붙임이 가능할 수 있으니,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참을 만 한가를 봐야 한다.

(층고, 벽간 거리, 창호의 크기, 엘리베이터 유무, 지하주차장 유무 등)



6. 공사금액이 큰 것부터 상태를 파악하라


인테리어 공사 중에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난방시스템을 바꾸거나 외부창호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들이 될 것이다. 그러니,

보일러 잘 돌아가는지, 외부창호가 썩어서 무너질 것 같은지, 비바람이 솔솔 새어 들어오는지 등은 따져보자. 아, 수압은 샌지... 이런 것도 바꾸기 힘들다. 정 맘에 안 들면 바꾼다고 생각하되, 대략적인 금액을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1억짜리 집을 사면서 창호 교체비만 2~3천만 원이 든다면, 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게 지론이다.




7. 자금사정을 생각해서 인테리어 수준을 정하자


3억짜리 집을 대출받고 사서 4천만 원 정도 인테리어 한 뒤, 3억 4천에 팔아도 손해이다. 

각종 세금 낸 거, 고생한 거, 복비에, 대출이자, 재산세, 관리비... 제외해서 얼마나 남겠는가?  

이래저래 들어간 돈에 가치 상승분이 포함되어 4억 정도 되면 투자할 만하다.


평당 단가... 이런 거 별로 신뢰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인테리어 평당 단가가 100만 원이면 가장 기본적인 마감 수준은 된다. 그러니, 30평에 3천만 원이면 아파트 분양받을 때 기본 세팅된 마감 정도는 할 수 있다. 근데, 그 정도면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는 할 수 없다. 지역과 개인의 인맥과 역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평당 150만 원 정도는 해야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인테리어 업을 오랫동안 하고 계시는 소장님의 말이다.




8. 내가 직접 인테리어 과정을 살펴볼 시간이 있는가?


인테리어는 모델하우스대로 지어진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이 아니다. 실제 시공하는 분(소장님이라고 하자)이 대부분의 일을 관리하겠지만, 소장님은 결국 건축주의 의견대로 공사관리를 하시는 분이다. 건축주의 의견은 곧 금액과 직결된다. 

철거범위, 실의 용도, 색상, 광택, 확장, 창호의 결정에서부터 마감자재(타일, 마루, 벽지, 페인트, 석재, 가구, 유리, 조명, 콘센트, 도기의 종류에 따라 공사기간이나 공사금액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지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아예 맡길 수는 없다. 아마 모든 걸 일임하고 알아서 해달라고 하더라도 매번 전화하다가 볼 일 다 본다. 게다가 건축주가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은 품질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해당 공사 끝나고 나서 수정하면 다 돈이다. 


결정이 늦어져서 시간이 늘어나도 다 돈이다. 나중에 내역서(공사금액을 분류하여 정리한 서류)를 보면 알겠지만, 인건비나 관리비가 꽤 많이 들어간다.


시간이 없다면, 단적으로 말해 자기만의 인테리어는 할 수 없다. 시간을 할애하여 고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딴지만 거는 건축주는 되지 말자.



다음 편에서는 인테리어 과정별로 구체적인 체크사항들 위주로 말씀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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