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운다
엄마와 결혼식장에 갔다 오는 차 안. 하늘을 맥없이 바라보다 울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요즘은 때때로 눈물이 난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샤워기를 틀어놓고도 울고,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도 울고, 알바를 하다가도 울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운다. 서럽게 우는 건 아니다. 눈물이 자꾸만 시야를 범람한다.
이 마음을 어딘가엔 적어두고 싶은데, 손으로 글을 쓸 기력은 없었다. 그렇다고 멍울진 마음을 풀어놓지 않으면 잠에 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켰다.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옅어지는 때도 있으니까.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듯 내 마음을 맡기고 싶다. 그만 괴롭고 싶다. 그만 생각하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대학교 때 동기의 추천으로 유명한 색깔 사주 집을 간 적이 있었다. 그곳의 주인은 내 사주가 비서를 데리고 다닐 사주라며 크게 칭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내게 강렬히 남은 건 다른 얘기였다. 단명. 내가 50세에 죽는다는 거였다. 이유가 뭐냐 묻자, 주인은 살짝 고심하더니 답했다. 자살이라고. 외로워서 자살한다고. 그땐 그 얘기를 듣고 '뭐야'라며 넘겼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던 과거였는데, 지금은 두렵다. 정말로 그렇게 될까 봐.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정말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단 몇 개월의 사회적 공백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거라면, 나는 이 생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살아생전 이토록 외로움을 느꼈던 때가 있던가. 학교를 다니고 대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감정에 오랫동안 시달린 적은 없었다.
단 108일의 사랑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라면 다시 사랑을 하기가 무섭다. 원래 혼자서도 잘 살던 사람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너덜너덜해졌다. 외로움 때문에 다시금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싫지만, 그때 내가 받았던 상처들이 다시금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도 싫다. 나는 내 연한 부분만을 골라 곡괭이질을 한다. 이러면 아픈 걸 아니까, 금세 울음을 터트릴 걸 아니까.
행복한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과 나 사이에 창이 하나 있는 것만 같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나는 그들을 관망할 수밖에 없고, 그 세계로 갈 수도 없다. 나는, 나는 그들의 웃음을 보고만 있는다. 저기에 내가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희미해진다.
누군가는 내 상황을 보고 즐기라고 한다. 누군가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누군가는 그게 전부가 아니지 않냐고 한다. 다 맞는 말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 나는 자꾸만 고꾸라지고 침참하고 어두워진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이 귀찮아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싫어지고,
누군가가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다.
내가 정상이 아니란 건 잘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