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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차 Aug 24. 2022

감정 전당포(2)

일희일비

'생각보다 멘탈이 약한 것 같아.'



라는 말을 듣고서 가시에 찔린 기분이 들었다. 내가 멘탈이 약한가? 생각보다란 것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알고보니 약하구나.'의 뜻일 테다. 그럼 나는 보기에 강인했던 사람인가?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린 공통점을 찾았다. 슬플 땐 엄청 슬픈데, 누군가의 아는 체만으로도 기분이 상승한다는 것. 리트리버 재질의 사람들이 우리였다. 슬픔을 잘 느끼고 사소한 것에 행복도 잘 찾는 나는, 그럼 멘탈이 약한 걸까. 



전에 '회복탄력성'이란 용어를 본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의 단어다. 회복하는 데 빠른 편이면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회복탄력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이 기준에서 나는 회복탄력성이 괜찮은 편에 속한다. 울적하다가도 친구와 신나는 대화를 나누면 금세 회복한다. 문제는 타인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크다는 것이다. 문제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감정의 해결이 쉽지 않아진 데에 있다. 




사람과 교감을 하며 대화를 나누며 내 감정의 출구부터 출처까지 찾는 나.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런 것 때문에 외로움을 크게 느꼈어. 근데 그 감정의 원인이 아무래도 ~인 것 같아, 식의 대화는 기분을 환기시켜주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얼마 전에 브런치에 외로움을 토로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글을 다 쓰고 책상에 엎드려 한참을 울었다. 울다가 시간이 늦어 침대에 누워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외롭다'로 시작한 아침이 '무'의 상태가 됐다. 혼자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습득한 것 같았다.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글을 쓰기. 그리고 울음을 그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마구 울어버리기. 상대방이 있다는 건, 내 감정을 토로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없을 땐, 내 감정을 토로할 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글이었고 눈물이었다. 어쨌거나 사람은 감정의 끝을 보게 되면(내겐 분노나 슬픔이 그런 종류다)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쉽게 꺾이고 지치고 우울함이 자주 찾아오는 나는 어쩌면 멘탈이 약한 사람일지 모른다. 감정 조절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 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 뭐 어쩌겠는가. 타고 나길 이렇게 타고 났는데? 내 모습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공생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을 '감정 전당포'로 정한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감정이 용암처럼 들끓거나 파도처럼 밀려올 때 전당포인 글을 찾아가 내 감정을 맡기자고. 맡기고 다시 온순해진 나를 찾아오자고. 



글은 나를 외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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