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밤과 당신을 위한 시
김경후_바람의 풍장
by
닝닝하고 밍밍한
Aug 30. 2023
바람의 풍장
닭튀김을 뒤적이다가, 이건 어디였지, 모가지 날개 사타구니 어디? 바람이 죽었대, 바람의 풍장 소식을 들은 밤이다
요즘 넌 어떻게 지내, 네가 나를 잘 모르듯이 지내, 그런 널 북쪽 밤하늘 어디쯤 걸어둬야 내 별처럼 흔들릴까, 바람의 풍장에 가지 못할 정도로 바람 부는 밤이다
내일도 나는 출근하고 빨래를 하리라는 걸, 오늘 도망갈 생각을 하는 동안 안다, 나는 닭의 어느 부위였을까
바람이 우는 그믐밤
나는 닭 날개를
뒤적인다
_김경후, 『열두 겹의 자정』, 문학동네, 2021, p.26
*
깊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일용할 양식을 먹는 이가 있다. 끼니를 놓쳐서이기도 하지만 허기를 잠재울 수가 없어서 이기도.
그럴 때 문득 생각나는 이, 혹은 낮에 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씹으며 닭튀김을 뒤적이리라.
내 슬픔은, 나의 서사는, 닭의 어디쯤일까.
어떤 맹세가, 가장 뜨겁게 튀겨졌을까.
“요즘 넌 어떻게 지내,
네가 나를 잘 모르듯이 지내”
다들 그렇게 산다.
keyword
바람
닭튀김
소식
1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닝닝하고 밍밍한
직업
출간작가
아직은 투명한
저자
사실 나는, 나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사력을 다해 쓰고 싶었다. 그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고, 나의 아껴둔 진심이었다. 다른 차원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게.
구독자
330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김경미_결심은 베이커리처럼
안미옥_캔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