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뻔한 영화평 -2 >
무협 소설의 주인공 중에는 신체적 결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초절정 무예를 지닌 고수들이 많다.
60년대 후반 홍콩 무협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일등공신이 바로 ‘외팔이 검객’ 시리즈다. 장철 감독의 ‘외팔이 3부작’은 주인공 왕우를 일약 동양 최대의 스타로 만들었다. 골목골목마다 ‘외팔이 검객’ 왕우의 흉내를 내려는 아이들이 일부러 웃옷 한쪽 소매에 팔을 넣지 않은 채로 요란한 기합 소리를 내던 시절이었다. 슈퍼맨도 원더우먼도 제아무리 ‘6백만 불의 사나이’라도 당해내지 못했던 ‘외팔이 왕우’의 라이벌은 공교롭게도 맹인 검객이었다.
미야모토 무사시와 더불어 실존 인물이라고도 하는 일본의 전설적 맹인 검객 ‘자토이치’의 일대기는 원래 만화로 히트를 치다가 1962년 영화화되었다. 60년대를 풍미한 사무라이 활극 영화로서 ‘자토이치 시리즈’는 당시 일본문화 수입이 금지된 한국을 제외하고 전 아시아를 석권했다.
62년부터 71년까지 22편이나 제작된 ‘자토이치 시리즈’의 자토이치 역할은 한결같이 ‘카츠 신타로’라는 한 사람의 배우가 맡았다. 그러고 보니, 60년대 후반 아시아 영화시장은 좀 과장해서 말하면 ‘맹인 검객과 외팔이 검객’, ‘신타로와 왕우’의 시대였던 셈이다.
실제로 이 두 배우가 한 영화에서 자웅을 겨뤘던 일도 있었다. 일본과 홍콩-대만 합작영화의 형태로 제작(1971)되어 홍콩영화라는 명목으로 1972년 우리나라에도 수입, 상영된 이 영화의 제목은 <외팔이와 맹협>.
한 극장(단성사)에서만 18만 명이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이 합작영화는 홍콩 버전과 일본 버전의 결말이 다르다. 홍콩 버전에서는 외팔이의 승리, 일본 버전에서는 맹협 자토이치의 승리로 끝난다. 자국 이기주의인가? 어쨌든 무승부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맹인 검객도 있다. 만화가 박흥용의 수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맹인 검객 역할은 배우 황정민 씨가 맡았다. 일본 맹인 검객 자토이치는 그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 주연한 2004년작 속편도 있다.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獨臂刀 ; One-Armed Swordman, 1967 >
<돌아온 외팔이 ; 獨臂刀王 ; Return Of The One-Armed Swordman, 1969 >
<신 독비도 ; 新獨臂刀 ; New One-Armed Swordman, 1971 >
* 교복 입고 두 편 동시 상영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강추!
* MMA와 영춘권 고수의 대결이 궁금해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시는 분들... 실전에서는 칼이 최고여!
* 최근에 면도칼로 손을 베인 적이 있는 사람은 상처가 아물면 보시길...
* '독비도'라는 한자가 상당히 쉽게 이해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시간여행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