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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o Sep 20. 2019

지단  ZIDANE

< 뻔뻔한 영화평 - 3 >

'나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날아온 외계인이다. 나의 임무는 인류를 관찰하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런던의 펍(PUB)에 들렀다. '뒷 담화'를 좋아하는 인류의 사교 행위를 지켜보는 것은 이제 지겹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라며 돌아 나가는 순간, 대형 TV가 켜졌다.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든 시선이 작고 동그란 단 하나의 구체를 향했다.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기뻐하다가 갑자기 분노하고, 울다가 웃었다. 다들 미쳐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관찰을 시작했다. 혹시 저 구체에 모든 인류를 흥분시키는 페로몬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저 구체 안에 보물지도라도 들어 있는 걸까? (사람들은 그 구체를 축구공이라고 불렀다.) 

화면 안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사력을 다해 투쟁하고 있었다. 내 고향 안드로메다에서는 저딴 일로 목숨을 걸진 않는다! 이 미개한 인간들이라니...' - 오메가 안드로메다. 

                                                

                            영화 <지단 - 21세기의 초상 ; Zidane, un portrait du 21e siècle, 2006>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5년 4월 23일 벌어진 스페인 1부 리그 비야레알과 레알 마드리드와의 96분간 실제 경기를 촬영했다. 

당연히 러닝 타임도 축구 경기시간과 같다. 축구 중계 실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리우스 콘쥐'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가 촬영감독이다. 17대의 카메라를 썼다. 월드컵 축구 중계도 그만큼 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축구 중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이 영화에는 지단만 나온다. 정말 지단만 나온다. 

17대의 카메라는 오직 지단, 단 한 사람의 움직임만 쫓는다. 그냥 보다가 딴생각을 해도 괜찮다. 어차피 스토리는 없다.   


 안드로메다 성운 출신의 한 외계인 '오메가'는 영화를 보고 무슨 말을 했을까? 영화의 부제처럼 이 영화가 '21세기의 초상'이라는 느낌이 들었을까? 

어쩌면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인류를 이해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축구 황제가 펠레가 아니라 지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반드시 볼 것

* 별생각 없이 멍 때리다가 득도할 요량이라면 추천

*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지단 이름도 모르는 분이라면 5분만 보시길

* 안드로메다 등 외계에서 오신 분들 꼭 보세요!!             


참고로...

다리우스 콘쥐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을 촬영했다.   

개인적으로는 <델리카트슨  사람들 ; Delicatessen, 1991>을 보고 나서 '다리우스 콘쥐'라는  이름을 기억해 뒀었다. 그가 이 영화에서 자신만의 색감을 구현했는지, 안 했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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