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겁꾼 Apr 10. 2023

남편의 캠핑 파업

캠핑은 가고 싶은데 육아는 하기 싫어


캠핑의 계절이 돌아왔는데

얼마 전 집 근처 빵집을 지나가다가 얼마 이상 사시면 캠핑 컵을 저렴하게 드린다는 포스터를 보고 캠핑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여행길이 막혔던 지난 코시국동안은 여행 대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던 반면, 이제는 해외여행도 가능해졌으니 캠핑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느슨해졌을까? 내가 캠핑의 계절을 실감하기 전부터 일부 캠핑장의 예약 전쟁은 진작 치열했다고 하니까 딱히 캠핑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아닌 듯하다.


아이의 생일인 5월이 다가오면서, 남편은 "올해는 생일 기념 캠핑을 가볼까?"라고 제안했다. 날도 따뜻해졌고, 나름 의미 있는 날이니까 올해 첫 캠핑을 스타트 끊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눈 여겨보던 캠핑장 몇 군데를 검색해 예약이 가능한지 살펴봤더니 생각보다 예약률이 높았다.


“내가 일단 캠핑장 몇 군데 봐봤는데 연휴라 그런지 예약이 많이 찼더라"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대뜸 “같이 갈 사람 없나?”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캠핑 초창기 시절부터 줄곧 캠핑 친구를 갈망해 왔지만, 주변에 캠핑을 같이 다닐만한 친구가 없어서 신혼일 때는 둘이서,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셋이서 캠핑을 다녔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친구 부부를 초대해 일회성으로 캠핑을 몇 번 같이 가곤 했었는데, 해가 바뀌고 막상 다시 셋이서 캠핑을 가려니 남편은 어딘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지나가는 말로 그럼 인터넷 캠핑 카페에 같이 갈 사람이라도 구해보라고 했더니, 살짝 솔깃하는 듯 했으나 쑥스럽단다. 거참… 방도가 없으니 이번에는 우리끼리 한 번 가보자는 말에 "1박 2일은 너무 힘드니까 다른 날짜를 잡아서 2박 3일로 가자"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그러니까 캠핑을 가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캠핑은 가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


앞 뒤 안 맞는 말들을 한참 빙빙 둘러 말하던 남편은 그제야 본심을 이야기했다.


"캠핑은 가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


언제부터 캠핑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요하는 일이었단 말인가! 없는 살림에 캠핑 장비도 덜컥 잘만 사고, 엘리베이터로 몇 번을 왕복해 가며 혼자 그 많던 짐도 나르고, 심지어 내가 운전을 못하던 시절에는 그 먼 거리들을 혼자 달리며 캠핑을 다니던 그 용자는 어디 가고 이제 와서 캠핑에 자신이 없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약간 더 젊었던 4년 전의 캠핑


처음 남편이 캠핑 가자고 했던 말에 나 또한 선뜻 좋다고 대답은 했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캠핑 한 번에 에너지가 꽤 많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아서 남편의 자신 없다는 말 뒤에 담긴 수많은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 엄마아빠가 되고 더 용감해지기는 커녕 몸을 사리고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슈퍼맨 아빠, 원더우먼 엄마 같은 건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 맞다.


게다가 요즘은 이상하게도 아이가 유난히 아빠 껌딱지가 돼서 무조건 아빠랑만 노는 탓에 남편은 쉴 틈 없는 육아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캠핑장에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하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그랬냐고…


아무튼 그래서 일단 캠핑은 잠정적으로 미뤄두고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가자며 이야기를 일단락 지었다. 어제는 문득, 이불 속에 들어가서 “여기는 텐트야~ 엄마도 들어와~”하며 노는 아이에게 “캠핑 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근데 아빠가 캠핑 가기 싫대”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뜨끔한 애비는 괜히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아빠 나 캠핑 좋아하는데




이대로는 뭔가 아쉬우니까, 눈여겨보던 캠핑장 몇 군데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1. 트리캠핑장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산13)

http://www.treecamping.net/ 


트리캠핑장이 있는 인천 선재도는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에 위치한 섬이다. 서울 근교에 있다 보니 접근성도 좋고, 캠핑하면서 바다뷰를 볼 수 있는 게 매력적이라 가보고 싶었던 캠핑장 중 한 곳이다. '선재도 맛집'만 검색해 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많이 나와서 왠지 여행 가는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숲과 바다로 둘러쌓인 캠핑장 사이트 | 출처: 트리캠핑장 홈페이지


2. 여울지 숲 속 캠핑장 (경기 김포시 하성면 오정동로 121-15)

https://yeoulforest.modoo.at


SNS의 노예라 그런가 아직도 인스타 감성 맛집, 인스타 감성 카페에 은근하게 집착하는 편인데 캠핑장도 그러고 있다. 여울지 숲 속 캠핑장은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인스타 감성 물씬 풍기는 캠핑장이다. 애기 없이 연인끼리 가야 더 잘 어울리는 캠핑장인 것 같긴 한데, 애 있다고 이런 데 못가나? 하는 생각에 가보고 싶은 캠핑장 후보로 둔 곳이다. 여기도 집 가까워 좋고, 단란하고 오붓하게 캠핑하기 좋을 것 같다. 천방지축 꼬맹이가 있으면 단란하기는 어렵다.


캠핑 사이트 외에 카라반, 오두막도 있다 물론 노키즈존이라 우린 못가.... | 출처: 트리캠핑장 홈페이지


3. 트멍 캠핑장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32-2)

https://cafe.naver.com/murimtmung


트멍캠핑장은 키즈캠핑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예약하려고 해도 늘 자리가 없어서 가고 싶어도 못 간다. 처음엔 캠핑장 치고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놀이 시설을 살펴보니 역시 뭔가 다르다. '트멍랜드'라고 해서 온수 수영장, 트램펄린, 썰매, 짚라인, 클라이밍, 모래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오픈 날짜에 맞춰 재빠르게 예약하거나, 아니면 캠핑장 공식 카페에서 취소된 자리를 양도받아서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타프, 냉난방기가 설치된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 출처: 트멍캠핑장 공식 네이버 카페
매거진의 이전글 쌍용자동차 오너라면 생맥주가 있는 캠핑장에 갈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