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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Sep 05. 2021

텃세야, 너 누구니?

귀촌을 계획할 때 꼭 듣게 되는 단어. 텃세.

며칠 전, 주변에서 귀촌과 관련한 강의를 부탁받아 고민하다가 텃세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텃세를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많은 귀촌 혹은 귀농인들에게 텃세라는 단어가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와 있는 것일까? 정말로 귀촌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에서 꼭 한 번 이상은 다루게 되는 주제이다. 텃세는 꼭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한 경우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서 진지하게 텃세가 무엇이며 왜 귀촌 과정에서 텃세라는 것이 발생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작은 생각을 적어보기로 한다.    


텃세는 존재하는 것인가?

텃세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적 실체이다. 텃세는 농촌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텃세는 어디에서도 항상 존재한다. 심지어 동물 사회에서도 존재한다. 학생 시절 전학 간 학교에서 텃세가 존재할 수 있다. 직장을 옮길 때에도 텃세가 존재할 수 있다. 집을 옮겨 이사 간 경우에도 텃세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텃세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없어질 수도 있고 회피를 통해 텃세를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귀촌할 경우 농촌사회에서는 텃세가 강하게 작동할 경우 텃세는 꽤 오랜 기간 작동할 수 있다. 텃세로부터 회피는 귀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귀촌인들에게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게 문제이다.     

텃세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사회는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일정한 네트워크이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를 만들어간다. 농촌사회의 품앗이나 대동계들이 바로 그 네트워크이다. 그 네트워크를 통해 마을을 만들고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에 구성원들이 참여한다. 그러니까 농촌 마을 네트워크는 마을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 자본 및 경제 자본을 가지게 된다. 마을 소유 땅도 있고 건물도 있다. 법제화된 것은 아니지만 법인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귀촌인들은 그 역사를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농촌마을 네트워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한다. 마을 건물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고 농사나 농촌 생활과 관련한 편익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을 흔히 농촌의 인정이라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농촌의 인정은 마을 네트워크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의무를 다할 때 받을 수 있는 편익이다. 인정이 먼저가 아니고 네트워크 구성원으로서의 인정받기가 먼저이다.

커피 한잔으로 시작되어 어머님들의 빵이 나오고 과일이 나오고 사탕이 나왔다. 마을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면 이런 정이 넘쳐난다.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면 많은 편익을 무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네트워크 구성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못한다. 텃세는 새로운 구성원으로 기존에 만들어 놓은 자본을 함께 향유할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마을에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자본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다.

 

농촌과 도시는 어떻게 다른가?

도시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네트워크가 발전 주체가 되는 일이 거의 없고 도시 발전은 국가가 주체가 되어 이루어진다. 농촌마을에서는 지금도 마을 꽃길을 주민들이 함께 조성하고 관리한다. 꽃이 시들면 주민들이 알아서 물을 주고 심지어는 비료도 뿌린다. 함께 해야 할 일이라면 이장에게 전화를 건다. 이장은 농촌마을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도시에서는 국가가 마을 꽃길을 만들고 관리한다. 꽃이 시들면 행정당국에서 다른 꽃을 가져다 심는다. 적극적인 사람은 행정 당국에 민원 전화를 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농촌은 도시와 매우 다른 사회이다.


텃세는 어떠한 성격의 존재일까?

귀촌은 도시민들이 농촌 네트워크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때 마을 네트워크 구성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귀촌할 분이 마을 네트워크 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 기존에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마을 자본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이를 돈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위 마을발전 기금 등이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마을 발전기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마을도 없고 인근 마을도 없다.

대부분 더 중요한 것은 정서적 평가이다. 귀촌할 사람이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평가. 이는 오로지 정서적 평가이다.

도시에서는 마을발전기금도 없고 정서적 평가를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까 도시에서 이사할  텃세가 거의 문제가 안되지만 농촌 마을에서는 텃세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농촌 텃세는 귀촌인들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마을마다 다른 귀촌인에 대한 경험

일단 마을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듯하다. 귀촌인이 처음인 마을에서는 환영한다. 마을 인구가 줄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걱정이 든다. 저 사람이 마을에 들어와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그런 불란의 경험이 있는 마을에서는 처음부터 귀촌인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분이 되었지만 이웃 마을에 사시는 전직 이장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한 말이 있다.


“마을 이장님과 상의하지 않고 민원을 넣는 일만 하지 말아 주세요.”


그분 마을에 귀촌한 분이 행정당국에 여러 가지 민원을 많이 넣어 마을이 시끄러웠단다.


빨간 신호등을 경계해야 한다!

농촌 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 도시 생활과 다르거나 불합리해 보이는 면들이 너무나 많이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 농촌 마을에서는 땅 경계가 지적도대로 된 곳이 거의 없고 정식 도로가 아닌 사유지가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곳은 너무나 많다. 내 땅만 다른 사람이 내 땅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나도 다른 사람의 땅을 쓰고 있다. 이런 게 농촌 마을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도시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큰 문제이다. 사유지 도로를 이용할 일이 없는 도시민들에게는 전적으로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문제이다.

이와 같이 도시 문화와 농촌 문화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에서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만 농촌마을에서는 누가 옳다고 편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글이 길어져서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주민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고 도시인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경우, 마을 주민들에게는 네트워크 구성원과 다른 구성원의 등장이라는 빨간 신호등이 켜진다. 당연히 자신의 네트워크를 보호하려는 힘이 작동하고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진다. 감정은 이성보다 훨씬 빠르다. 농촌에서는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안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네트워크 관계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귀촌인이 하는 모든 일을 빨간 안경으로 보게 된다. 이러한 시각에 기초해서 생기는 갈등이 바로 텃세이다. 작은 일이 큰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산 대지도 경계가 불투명했다. 지적도 대로라면 내 땅인데 옆집 어르신이 농사를 짓고 있는 자투리 땅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땅에 내 땅의 일부가 들어 있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다. 그분들은 올해에도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일단 기존 문화와 네트워크,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


파란 신호등을 켜는 방법

그리고 도시인의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무언가 부족한 사람 그리고 도와주어야 할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농촌은 도시에 대하여 열등감이 있을 수 있다. 도시인의 이미지는 농촌 지역주민들에게 나와 다른 사람의 등장, 우리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보는 사람의 등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

무언가 부족한 자가 나타나면 보호하려는 문화고 농촌 네트워크에는 존재한다. 이분들은 농사를 평사 지어오신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물어보면 너무나 좋아하신다. 그분들의 자긍심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살았지만 너 농사짓는 것은 나보다 못하지?’


아마 이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실 것이다. 농사정보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았으면(사실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물어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간단한 답례를 하면 좋다. 돈으로 할 수 있는 답례는 지속하기도 힘들고 경제적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성으로 하는 답례가 최고인 듯하다. 마을분들도 대부분 정성으로 서로 답례를 한다.

그리고 도시에서 살았던 이야기나 잘 나갔던 회사일이나 경력 등을 내세우지 말자.  그냥 마을에 살려고 들어온 사람 그 자체면 된다. 소위 "잘난 척, 있는 척"으로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이질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런 일들을 하지 않고 먼저 다가서면 귀촌인에 대한 정서적 평가가 파란 신호등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귀촌 관련 프로그램에서 귀촌에 성공한 분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성공 요인이 "먼저 인사하기 "인 것이 이해가 된다.


마지막으로 마을 네트워크와 농촌의 정은 정확한 “Give and Take”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세로 귀촌하면 대부분 마을에서 텃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부부는 봄에 귀촌해서 그 해 12월 대동계에 초청을 받았고 그 회의에서 마을 개발위원이 되었다. 올해에는 으뜸마을 만들기 추진단 총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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