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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Aug 30. 2021

어디로 귀촌할까?

귀촌할 곳 선택 조건 3가지와 덤

조건 1 : 마을 속에 집을 지을 땅을 발견하다.

귀촌을 희망했던 우리 부부가 귀촌할 곳으로 선택한 곳은 연고가 거의 없는 전라남도 해남의 작은 농촌마을. 수도권에서 살던 아내 친구부부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 고향으로 내려와 살고 있던 해남 땅.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번 놀러왔다가 집 인근에 버려져 있던 땅에 눈길이 간다.

폐가가 있고 대나무 밭이 되어 버린 . 380평이나 단다. 산과 붙어 있어서 다른 집들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서 바로 아래에 마을 회관이 있다. 당연히 마을 길과 인접한 . 버려져 있던 흉측한 상태의 땅이  눈에는 우리가 살면 좋을 땅으로 보였다. 마을 속에 있으면서 마을과 떨어져 있는 듯한 .

숲이 되어버린 버려져 있던 대지


 이 마을이 고향인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이 땅 팔아요?”

“아마, 팔라고 할 거에요. 알아 봐줘요?”

“네.”     


며칠 후에 연락이 왔다. 땅 주인이 친척 동생이란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기로 합의. 며칠 후에 대금을 송금하고 등기까지 마쳤다. 이제 귀촌해야만 할 나의 땅이 생겼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일 년 간의 캠핑카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땅을 정리하고 집을 지었다.     

대나무가 점령해 있던 대지를 3일간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땅이 되었고 그 터에 7평 작은 집을 가져다 놓았다. 일년간 부부의 집이 되어주었던 캠핑카에 비하면 집이 너무 크다.

내가 가졌던 귀촌할 곳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마을 속에 살 수 있는 땅이어야 한다는 것. 산속에서 혼자 살 거라면 굳이 귀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 거라면 도시에서 살아도 된다. 아니 오히려 도시에서 더 혼자만의 세상을 살기 더 쉽다.

도시에서도 사람 속에서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야 행복한 이유도 바로 사람은 혼자 사는 것보다 같이 살아갈 때 행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귀촌해서 살아갈 땅이 마을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구입한 땅이 바로 마을 속에 있는 곳이었다. 귀촌해서 행복한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첫번째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조건 2 : 연고 없는 곳에서 새롭게 살아가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해남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 있다면 아내 친구 부부가 살고 있다는 정도. 물론 처음에 땅을 사고 정착하는데 두 분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그 덕분에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했다. 그 이외에는 다른 연고가 없다.

주변에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나의 고향으로 왜 안가느냐고 물어온다. 나의 고향은 서울에서 차로 2시간이 안 걸리는 곳으로 많은 관광지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형님이 살고 계시고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귀촌할 지역으로 고향을 선택하지 않고 서울에서 가장 멀고 연고가 없는 해남을 선택했다.


귀촌할 때 나는 기존에 내 삶을 힘들게 할 수도 있는 네트워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관계의 재구축.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주어진 관계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내 삶을 구성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흰색 도화지와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내 삶을 내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연고가 없는 해남은 나의 귀촌지 선택의 두 번째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었다.      


조건 3 : 노년에 살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

내 친구들 중 일부는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은퇴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니까 몇 년이 지나면 노년의 삶이 다가올 것이고 그 노년의 삶에 대비를 해야 한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 건강, 친구, 가족 등등. 수도 없이 많다.

나는 그 중에서 내가 귀촌하면서 노년의 삶에 대비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한 것은 따뜻한 날씨였다. 고도가 700미터 이상이 되면 여름에 시원하고 모기도 없어서 전원생활을 하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런데 해남은 그렇게 고도가 높은 곳은 없다. 고도가 높으면 겨울은 상대적으로 더 춥다. 여름이 좋으면 겨울이 춥다. 그럼 무엇을 선택할까?

노인이 되면 따뜻한 겨울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해남은 겨울에도 채소가 자라는 따뜻한 날씨를 가지고 있다. 바다와 가깝지만 바닷가는 아니어서 여름에 너무 습하지도 않다. 겨울에는 거의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한 곳이다. 여름에 더우면 캠핑카로 여행을 떠나면 될 듯 하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3가지 기본 조건에 더해 해남은 귀촌에 드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게드는 매우 경제적인 곳이라는 장점을 더 갖춘 곳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귀촌 대상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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