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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Jun 12. 2023

작은 집 이야기(1)

귀촌 이야기 1

두 편의 방송이 던져준 작은 집에 대한 의문(?)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해남 농촌마을에 내려와 산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귀촌을 결정할 때 고민 중 하나가 어떠한 크기의 집을 어떻게 짓을 것인가였다. 우리 부부가 내린 결정은 아주 작은 집을 짓는 것이었고 최종 결정 난 집의 크기는 7평. 흔히 말하는 농막보다 조금 크다. 이 작은 집을 지어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7평을 지어 가져다 줄 이동식 주택 회사를 찾아다녔다. 운 좋게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을 가진 회사를 찾을 수 있었고 마음 놓고 계약을 체결하고 집을 가져다 놓았다.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캠핑카로 유럽 여행을 하고 해남에 내려와 7평의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우리 부부의 삶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두 차례나 방송에 나갔고 유튜브에 인기 방송이 되었다. 두 편다 조회수 100만을 넘기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댓글을 통해서 작은 집을 짓고 사는 것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작은 집을 농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7평에서 살 수 있느냐는 것. 혹시 별장처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작은 집은 농막?

농막은 작은 집이지만 작은 집이 농막은 아니다. 사과는 과일이지만 과일이 사과는 아닌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보는 작은 집은 대부분 농막이기 때문에 작은집을 농막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농막과 주택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우선 농막은 농지 위에 지어진 농사용 관리사를 말하며 용도와 크기가 제한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m2 이내여야 하며(평수로 말하면 6평) 최근에는 숙박이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주택은 기본적으로 대지 위에 지어져야 한다. 그리고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크기의 제한은 토지에 부여된 용도에 의한 용적률 등에 의해 의해 제한된다. 그 법적 기준 이내에서는 얼마든지 작은 집을 지어도 된다. 즉 3평짜리 집을 지어도 대지 위에 지으면 건축법 적용 대상이 된다. 단열 기준도 지역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이와 같이 농막과 주택은 토지의 성격과 적용 법률, 용도 등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해남의 우리 작은 집은 건축법 적용을 받아서 지어진 완전한 주택이고 등기가 존재한다. 기밀성능과 단열 기준이 높아진 집은 크기와 관계없이 쾌적한 삶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 농막은 건축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대부분 값싸게 지어지고 단열과 기밀 성능도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 작은 집은 한 여름만 아니면 더운 날에 제습기능만 돌려도 집은 쾌적한 상태가 된다.


2. 작은 집은 별장?

7평 집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옷도 많이 있고 다양한 짐들도 있는데 어떻게 7평에서 다 넣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변명은 두 가지 점에서 말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도시의 7평과 농촌의 7평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둘째는 7평에 살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미니멀라이프에 근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


1. 도시의 7평과 농촌의 7평 차이

일단 우리 집 마당과 정원은 도시 주택에 비하면 무지하게 넓다. 이 넓은 땅은 우리 부부의 삶에 상당한 여유로움을 준다. 그리고 아파트 7평에는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이 포함되지만 일반 주택 7평은 오로지 전용면적이다. 그러니 일반 주택 7평은 아파트로 말하면 10평 이상의 주택이 된다. 그리고 1m 2의 작은 창고가 따로 있으니 잡다한 물건들을 체계적으로 수납할 수 있다. 필요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창고를 별도로 크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보면 7평의 농촌 주택은 아파트 12평 주택 정도 이상의 효능감을 가질 수 있다. 이 정도면 부부 둘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2. 미니멀라이프?

아무리 그래도 작은 집이다. 작은 집에 살려면 짐이 적어야 한다. 그렇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 년 내내 입지 않은 옷들을 모두 처분했다. 지금도 잘 입지 않는 옷들을 조금씩 더 정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작은 옷장이 넘쳐나지 않는다. 댓글을 달아주신 어떤 분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 이사 준비 중에 이사를 가야 할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과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하는 시간에 2달의 긴 간격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짐을 창고에 보관하고 가방 몇 개의 짐만을 가지고 우리 가족은 오피스텔을 빌려 살았다. 그런데 그 두 달 동안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고 창고에 보관해 놓은 짐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


이 댓글을 달아주신 분은 작은 집의 삶에 크게 동감하셨다. 집은 짐들의 보관장소가 아니어야 한다. 집값이 얼마나 비싼가? 그런데 그 비싼 돈을 내고 집을 짐 보관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비경제적인 일이다. 심지어 집에 큰 냉장고를 둘 필요도 없다. 작은 냉장고를 쓰는 대신에 슈퍼마켓이나 시장을 음식물 보관장소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면 항상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큰 집에서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어렵다. 그러나 작은 집에서 살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쉬워진다. 집이 작아지면 냉난방비만 적게 들어가는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절약된다. 그 차이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부부는 작은 집을 통해 적은 돈을 쓰면서도 더 행복해질 가능성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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