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이야기 2
주변에서는 7평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부부에 대한 걱정이 많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집에서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말로 작은 크기일까? 4년째 우리 부부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왜들 걱정이 많은지 모르겠다. 4년의 기간이면 7평 집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을 만도 한데 말이다. 그래서 7평 작은 집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7평 이동식 주택을 구매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공간 낭비를 없애는 것이었다. 많은 경우에 농막주택의 협소함을 없애기 위해서 다락방을 올린다. 그러면 주택 면적이 9평 정도로 늘어난다. 여기에는 허구가 있다. 바닥 면적 합은 9평 정도로 늘어나지만 실제 사용 면적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다락방에 올라가기 위한 계단을 설치하고 나면 사용을 못하는 죽은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1층 바닥 면적이 6평보다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더 협소한 주택이 된다. 나이 들어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다락방을 설치하지 않고 반대로 바닥 면적을 조금 더 확대하는 것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선택이다. 폭은 그대로 하고 길이만 적당히 늘리면 된다. 그러면 다락방을 설치하는 것과 유사하거나 더 넓은 실사용 면적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사용하지 않는 면적을 없앨 수 있고 공간 관리도 훨씬 쉬워진다. 즉 경제성이 높아진다.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두 번째로 신경 쓴 부분은 침대와 세면대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화장실에는 변기와 반신욕조를 넣고 세면대를 포기했다. 반신욕조는 아내가 꼭 원했던 시설이다. 세면대를 넣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화장실 면적이 넓어진다. 아내는 반신욕조를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세면대라고 말한다. 반신욕조를 세면대로 사용하게 되면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내부 폭 80cm에 길이 2.6m의 화장실이 만들어졌다. 변기 옆면에 생기는 약간의 여유 공간을 활용하여 폭 15cm, 길이 77cm, 높이 1.8m 4단 선반과 대형 거울을 설치했다. 헤어드라이기도 설치한 작은 파우더 룸이 생겼다. 작은 집에서는 15cm도 낭비하면 안 된다.
침대라는 가구는 현대인의 생활에 매우 편리한 도구이기 때문에 많은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커다란 침대를 놓게 되면 침대에 필요한 공간과 더불어 옷장과 같은 가구를 놓을 때 추가 여유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침대를 포기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 그 덕분에 잠자리를 펼 수 있는 정도의 공간만으로 침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낮에는 침실을 다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죽은 공간이 없으면 7평 집을 온전히 다 사용할 수 있으며 매일매일 모든 공간을 사용하게 된다.
집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부엌, 식당, 거실, 침실, 창고, 보일러실, 세탁실 등과 같은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각각의 용도에 맞추어 하나씩의 공간을 배정하면 집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부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공간이 있어야 할까? 우리는 이 문제를 7평 집에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부엌을 폭 0.7m, 길이 4.3m 일자형으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작은 집 부엌으로는 길고 큰 편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하부장에 80L 전기온수기와 3 kwh 전기온수보일러, 드럼 세탁기를 설치했다. 긴 부엌을 만듦으로써 보일러실과 세탁실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남은 공간은 수납공간이 된다. 상부장도 덩달아 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납공간이 생겼다.
부엌 바로 앞에 접이식 식탁과 접이식 침대 변환이 가능한 소파를 둠으로서 식당, 거실을 마련했다. 가끔 손님이 오면 소파를 침대로 바꿈으로써 게스트룸이 된다. 접이식 식탁을 통해 2인 식탁부터 6인 식탁까지 변화가 가능하다. 의자도 접이식 의자를 사용하면 식탁 아래와 냉장고 옆 남은 공간에 보관하여 사용할 수 있다. 농촌 생활에서 꼭 필요한 창고는 집 외부에 최소한의 면적(1㎡)으로 설치했다. 침실은 위에서 말한 방식을 통해 해결했다.
이러한 가변형 공간 개념을 활용하면 좁은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해진다. 식탁을 접어서 한쪽으로 치우면 넓은 마루가 생긴다. 여기에서 아내와 라인댄스를 추기도 하고 요가도 함께 한다. 소파를 펴고 적당한 크기의 모니터를 활용해서 영화를 보면 소파는 부부만의 안락한 영화관이 된다. 식탁은 식사를 할 때에는 식당이 되고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서재나 글을 쓸 수 있는 작업실이 된다.
이 정도면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집이지 않을까? 단 가끔 가구를 접었다 폈다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소와 관리가 매우 쉬워진다. 아침에 일어나 바닥 청소를 하는데 2분이면 충분하다. 40평 정도의 전원주택을 청소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게으른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 부부에게 작은 집은 너무나 좋은 조건이다. 이 모든 시설을 턱 없이 배치함으로써 청소와 관리가 더 쉬워진다.
우리 부부가 7평 집을 좁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외부에 있다. 이동식 집을 가져다 놓은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집과 연계하여 데크를 까는 일이었다. 7평 정도를 깔았으니 집 넓이만큼을 깐 것이다(살면서 여러 곳에 추가함). 가로 3.6m, 세로 3m의 데크 두 개를 설치하였다. 방부목 길이가 3.6m이기 때문에 재단을 하지 않아도 되고 드릴 하나면 설치할 수 있다. 그만큼 작업량이 줄어들고 폐기물이 없게 되고 재활용도 용이해진다. 하부 틀은 아연각관으로 하고 그 위에 방부목을 올렸다. 녹이 잘 슬지 않는 아연 각관으로 하면 혹시 썩을 수 있는 방부목만 교체하면 된다. 설치하기 전에 방부목 관리와 사용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목 뒷면에 3번 정도의 오일스텐을 칠했다. 뒷면은 설치하고 나면 추가로 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년이 지나고 있는 동안 들뜨거나 썩은 방부목은 아직까지 없다. 현재와 같이 관리(1년에 한 번 정도 오일스텐 칠하기)하면 앞으로 5년 이상은 문제가 없을 듯하다.
데크를 설치하면 무엇이 좋을까? 풍경만 좋아질까? 데크 설치는 풀관리 면적을 줄여준다. 소위 전원주택의 골칫거리라는 풀과의 전쟁 참전을 최소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쉬거나 음악을 듣거나 야외 식당을 차릴 수도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나오면 야외 음악당이 되고 접이식 식탁을 들고 나오면 야외 식당이 된다. 주변에 피고 지는 꽃을 가져다 놓고 초를 켜 놓으면 정말로 근사한 야외 식당이 된다. 남편이 근사한 음식을 접시에 내어 놓으면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이 넘쳐난다. 야외로 시선을 돌리면 7평 집은 좁은 집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는 넓은 집으로 변한다.
이러한 작업은 집을 조금 벗어난 곳에서도 진행된다. 집 주변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 밑(물론 우리 대지 안에 있는)에 데크를 깔면 나무 그늘 밑 정자가 되고 동네분들이 오가며 쉬는 곳이 된다. 물론 나도 그곳에서 커피 한잔 들고 가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인간에게는 건축 본능이 있다고 한다. 꽃이 가득한 정원을 만들기 시작하면 넓은 정원은 공원이 된다(우리 집에는 담이 없다). 그곳에서 내 안에 숨어 있는 건축본능을 발휘하였다. 폭 3m, 길이 7m의 온실을 지었다. 왜 이 크기일까? 일반적으로 나무 한 장은 3.6m이다. 7m 길이면 나무를 최소로 사용하여지을 수 있다. 매우 경제적인 크기이다. 그 안에는 꽃과 작물을 심을 수 있는 최소한의 땅을 만들고 대부분의 공간에 데크를 깔았다. 태양광을 활용한 전기 시설까지 갖추었다. 제2의 실내 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손님이 왔을 때 실내로 들어오기 불편한 상황이 되면 찻집이 된다. 가벼운 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들리는 운치 있는 거실이 된다. 밤에는 자동으로 태양광을 이용한 전등이 켜진다. 그러면 하나의 밤 풍경이 된다. 그리고 와이파이 증폭기를 달아서 야외 영화관을 만들 예정이다. 올 가을쯤에 야외 영화관을 개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늘이 일찍 드리워지는 온실 뒤로 정말로(?) 넓은 데크를 추가로 설치했다. 폭 3.6m, 길이 6m. 이유는 두 가지. 풀관리 면적을 줄이기 위한 목적과 캠핑장으로 활용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도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평상시에는 밤에 산책 후에 아내와 함께 별 보는 장소로 활용된다. 아직도 우리 부부는 집을 실내에서 실외로 확장하기 위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 7평 집은 결코 좁거나 지루한 집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고 많은 사람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다. 조금씩 생기는 약간의 여유 돈을 우리 부부는 이런 일에 매년 투자하고 있다. 나도 행복하고 이웃도 행복할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