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3
귀촌하여 살고 있는 7평 작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 보고자 한다. 7평 작은 집은 우리 부부에게는 호텔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공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물건과 에너지를 조금 더 적게 소모하게 함으로써 기후변화 시대와 백세 시대에 부합하는 주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 자세히 말해보고자 한다.
아내는 우리가 살고 있는 7평 작은 해남 집을 "호텔"이라고 부른다. 왜 아내는 호텔이라고 할까? 누군가에는 살기 힘든 매우 협소한 주택이지만 아내에게는 매우 쾌적하고 안락한 집이다. 아내는 나를 호텔 메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집 청소와 관리는 아내가 더 많이 하지만 나에게 호텔 메이드와 같은 마음으로 살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그러한 재촉 덕분에 집은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호텔에서는 메이드가 매일매일 깨끗한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 누군가가 내 집을 매일매일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정리 정돈을 해준다면 그 집은 호텔과 유사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호텔에서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큰 집에서는 메이드의 노동시간이 꽤 길어야 한다. 그러나 7평 작은 집에서는 하루에 짧게는 2분, 길게는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런 정도의 시간 투자면 호텔처럼 매일매일 깨끗하고 정돈된 집에서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에게 7평 집은 호텔과 같은 존재이다. 어떤 날은 내가 메이드가 되고 어떤 날은 아내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가끔은 함께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집 청소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을 극도로 최소화함으로써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아내는 자신을 "시간 부자"라고 부른다.
아내가 7평 집을 호텔이라고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우리 부부는 2평 정도의 캠핑카 안에서 1년 동안 여행하면서 지냈었다. 물과 전기 등의 자원 이용에 엄청난 제약이 있던 캠핑카에서 1년을 지내고 보니 7평 집은 너무나 크고 안락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물과 전기 걱정이 없는 곳. 지상 낙원이다. 캠핑카 1년 살이의 경험은 누구에게 살 수 없다고 생각되는 작은 집을 호텔로 보이게 만들었다. 작은 집은 돈을 거의 내지 않고 호텔에서 사는 것처럼 살면서 시간 부자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집은 작을수록 관리비가 적게 든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동안에는 큰 집이 필요하지만 은퇴 이후, 부부만 살 때에는 큰 집은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평상시에 쓰지도 않는 많은 면적을 유지하는데 관리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들면 지출도 줄여야 한다. 우리 부부처럼 이른 은퇴를 하고 귀촌할 때 작은 집을 짓는 것에 합의가 쉬웠던 것도 바로 이러한 지출을 줄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집에서는 어떠한 부분에서 지출이 줄어들까? 에너지 이용량은 집 규모와 비례한다. 작은 집을 짓고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면 저에너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오히려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보겠다. 보조금을 받고 140여만 원의 자부담으로 태양광 3 kwh를 설치했다(보조금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1년 동안 전기 생산량과 소비량을 비교해 보았다. 겨울 관리온도를 20도 내외로 하고, 여름에 에어컨을 필요할 경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집의 요리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하고 있다. 세탁기는 물론 빨래 건조기도 가끔 사용한다. 그럼에도 년간 약 400 kwh 정도가 남았다. 그래서 올해에는 더 안락한 삶을 꿈꾸고 있다.
난방으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달에는 전기요금이 1만 5천 원 정도 나왔다. 이 전기요금의 대부분은 전기 사용량에 대한 부가세이다. 즉 15만 원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였다는 의미이다. 평상시에 저축해 놓은 전기 발생량을 상계하고 나면 순 전기사용량은 "0"이 된다. 단, 15만 원 한전 전기 사용에 따른 요금의 부가세만을 내는 것이다. 태양광이 없으면 20만 원 이상을 내야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전기로 난방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누진세 때문이다. 누진세만 없다면 전기 난방도 경제적일 수 있다. 겨울 철 이외에 남는 전기여유분을 저축해서 겨울에 사용하면 누진세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많은 농가에서 난방 에너지로 석유나 가스를 주로 사용하는 데 년간 100여만 원 내외의 돈이 들어가는 듯하다. 이와 비교하면 태양광을 설치한 작은 집은 돈을 버는 집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태양광이 있는 7평 작은 집에서 살면 주택 에너지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을 년간 100만 원 내외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돈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집이 된다.
동시에 주택 유지관리비도 규모가 작은 만큼 덜 들어간다. 우리 집은 외벽이 나무로 되어있어서 오일스텐을 일 년에 한 번 정도 칠한다. 칠하는데 30분 정도면 되고 비용은 3만 원 내외면 된다. 내부 마감을 마감용 합판으로 해서 우리가 사는 동안에 벽지를 교체할 일이 없다. 이 정도면 돈을 벌어주는 집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집 크기와 짐의 양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여유 공간이 있으면 어느 순간에 그 공간에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동시에 내 통장 잔고는 줄어든다. 그러나 집이 작으면 물리적으로 물건의 양이 제한된다. 물건의 양이 줄어들면 그 물건을 사거나 폐기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줄어든다. 그만큼 돈을 벌지 않아도 행복하다.
창고가 작으면 물건도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 집은 집도 작지만 창고도 작다(바닥면적 1제곱미터). 그래서 물건을 새로 살 때에는 어디에 놓을 것인가 그리고 정말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고 해도 귀촌한 첫해에 비하면 짐이 많이 늘어났다. 빨래 건조기, 식기세척기, 식빵제조기, 모니터 등등의 시설이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때 우리 부부는 새로운 식구의 가장 적절한 크기는 몇 cm이며 어디에 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1cm 차이에 의해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수 있을지와 없을지가 결정되는 일도 많다. 집 안의 여유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새로운 식구들이 가져다주는 편익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큰 가전제품을 선택하기 어렵다. 그만큼 새로운 식구를 들이는데 들어가는 돈이 줄어든다. 그러나 많은 가전제품들이 가져다주는 편익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에 따른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는 집이 작은 집이다. 그리고 우리 집이나 가전제품이 수명을 다할 경우 쓰레기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나의 현재 편익을 줄이지는 않지만 동시에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집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념에 부합하는 주택이다.
간혹 자식들이나 손자들이 왔을 때 집이 너무 좁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한다. 매우 타당한 질문이다. 우리 집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적정 인원을 4명 정도로 생각한다. 그 이상이 오면 수용력을 초과한다. 그럼 어떻게 할까? 일 년에 한두 번 올 사람들을 위해 5천만 원 내외를 더 투자해야 할까? 일시적 투자 이외에 유지관리비용도 지속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경제적인 결정이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마을에 5 가구 이상이 모여 공동 하우스를 지으면 어떨까? 마을에 우리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한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 매우 안락한 펜션들이 많이 있다. 경치도 우리 집보다 더 좋다. 그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5천만 원 이상의 주택비용과 관리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다. 그 돈을 백세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부부의 삶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래야 노년의 삶이 행복할 수 있다.
" 백세 시대를 맞이하여 나에게 제한된 자원(돈을 포함하여) 이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