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갤러리 특별전>
17세기 네덜란드 대표 화가 렘브란트. 빛의 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빛(카이로)과 어둠(스쿠로)의 합성어인 ‘카이로스쿠로’ 기법으로 유명한데, 아마 제일 유명한 작품은 <야경> 일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야경>작품으로 인해 당시 잘 나가고 있던 렘브란트의 명성이 떨어졌다고 하니, 너무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인물화로 유명했던 렘브란트가 이 작품을 그린 후, 어수선하고 여러 인물들이 한곳에 뭉쳐 집중이 안 된다고 비난을 받고 이후 인물화에 대한 의뢰가 끊겼다고 한다.
지난달 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특별전>에 다녀왔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서 내셔널갤러리에 방문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넉넉하지 못한 일정에 여기저기 욕심을 부려 일정을 빽빽하게 채워 넣었는데, 그중 하나가 내셔널갤러리였다. 당시에는 미술에 큰 관심도 없을 때 였지만 다들 꼭 가봐야 한다는 말에 무리를 했다. 너무 커서 어디를 어떻게 돌아봤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작품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그중 여러 점이 이번 한국 전시에도 소개가 되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단연 렘브란트의 자화상이었다. 이 자화상이 특별했던 것은 렘브란트가 죽었던 같은 해에 작업이 된 마지막 자화상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렘브란트는 63세라고 하는데, 주름지고 울퉁불퉁한 피부, 새하얘진 머리카락, 다 빠진 눈썹까지.. 가족들도 다 잃고 돈과 명성까지 잃은 그의 얼굴이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바라보는 눈동자만큼은 강렬해 보인다. 우리 내면의 영혼을 바라봐 주고 있는 것 같은 눈은 의연해 보인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로도 유명한데, 60점의 자화상에 판화와 데생 까지 포함하면 약 100점의 자화상을 남겼다고 한다. 자화상을 그리는일, 자신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스스로를 탐구하고 들어가 보는 일. 마지막 자화상에서는 그간의 행복, 상실, 외로움, 고독, 분노 모든 것이 담겨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 한 인간만이 보일뿐이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나의 영혼은 어디쯤 깊숙이 갔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내면 뿐만 아니라 타인의 눈을 바라보고 내면을 바라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라는 에리히프롬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