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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 Oct 29. 2020

어쩌다 교정 - 첫번째 교정장치

2. 답답하고,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9월 7일날 교정을 하기로 결정하고, 9월 29일날 교정기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쉬는 날 달아야 해서 그 다음주로 10월 5일로 예약을 잡고 초조해하며 예약일을 기다렸다. 보통 인비절라인은 미국에서 장치가 모두 제작되어 오기 때문에 한달정도 배송기간이 걸린다고 안내해주셨다. 특히  병원에서 설명해주실 때 코로나로 인해서 항공편이 많이 줄어서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하셨고, 추석도 있어서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 - 내심 기대 - 거의 딱 한 달만에 도착한 듯 했다. 그래 빨리하면 빨리 끝나겠지.




동생 - 교정 유경험자- 의 겁을 잔뜩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가 반드시 아플거라고 생각하고 내 인생의 소울푸드 떡볶이로 교정 전 마지막 만찬(?)을 하고 덜덜 떨면서 병원 도착. 




배송이 오기까지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오히려 겁만 더 늘었다. 인비절라인이 일반 교정보다 훨씬 간단한 형태인것은 맞지만 오랜 기간 교정을 하는 사람, 재제작해서 기간이 늘어 난 사람, 스크류를 박고 고무줄을 건 사람 등등 너무 다양한 형태의 후기들이 많이 나와서 더 겁이 났다. 그리고 멀쩡한 이빨을 빼는데 거부감이 있어서 최대한 비발치교정을 하고 싶었고, 병원에서 제시한 조건도 너무 만족스러웠는데 실제로 비발치 교정을 할 경우 치아 이동의 자리가 잘 나오지 않아 교열은 괜찮아져도 이 전체가 바깥으로 뻗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발견하고 잠시 충격에 빠지기도.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교정장치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며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제라도 그만둔다고 해야되나 싶을 때 쯤 교정기가 완성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돌이킬 수도 없었을 텐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꼭 여러가지 고민하고 찾아보시고 고민하신 뒤 교정을 진행하시기를. 이가 바깥으로 뻗었는지는 교정 후에 알려드리는 걸로.....




병원에 도착했고 어떤 시술을 할지 제대로 몰라서 벌벌 떨면서 치과의자에 앉았더니 치위생사 분께서 패드를 가져다 주시면서 안내 동영상을 보라고 하셨다. 열심히 보고 있으니 외국인이 나와서 인비절라인의 홍보 + 사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어떻게 빼는지, 어떻게 끼는지 부터 보관방법, 몇시간 동안 하고 있어야 하는지 전반적인 사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어서 나름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런데 최근에 업데이트 된 버전은 아닌듯. 영상속에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교정기는 파란색 케이스에 직전에 교정기는 빨간색에 넣어서 보관하라고 얘기했는데 나는 까만색 고급스러운 케이스 하나만 주셨다.  



이렇게 고급스러울 필요가 있나 싶지만, 교정의 가격을 생각하면 가능.



영상을 다 보고 나니 직원분이 오셔서 잘 보셨냐고 하시며 동의서에 싸인. 그리고 나는 이 때! 정말 맹세코 처음으로 치간 삭제의 이야기를 들음. 뭐 지나가는 말로 치간 삭제 할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설명 중에 하셨을 수는 있지만 나에게는 직접적으로 치간 삭제를 할거에요.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치간 삭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약간 머리가 띵- 발치와 비발치만 생각했지,  치간 삭제 부분은 생각도 못해봄. 단어 뜻을 연상해보니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이제와서 물릴 수는 없어서 동의서에 사인. 사실 함부로 이렇게 사인하면 안되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무서울까봐(+ 올려도 되는지 몰라서) 올려보는 나의 교정 계획 사진을 보면 저 밑에 저렇게 써 있는 부분이 치간 삭제를 얼마나 해야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계획을 들어보니 몇 주에 어느 정도나 치간 삭제를 할 지 정확하게 계획이 되어 있는 부분이라 치아를 3D 스캐너로 다 스캔한 뒤 인비절라인 교정 여부 상담을 할 때 자세히 물어보면 아마 상담해주실듯 하다. - 그리고 나는 집에 와서 폭풍검색을 하는데...




동의서에 싸인하고 나니 드디어 나의 첫 교정장치를 주셨다. 아랫니부터 주시면서 껴보세요. 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랫니에 끼우는데 아??? 안들어간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진땀이 났다. 다행이 거울을 보고 위치를 맞춰 끼울 수 있었고 몇십년 넘게 내가 달고 있는 치아 모양도 잘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 좀 우습기도 했다. 윗니까지 잘 끼우고 나니-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 때는 잘 끼웠다라는 생각이 안들었음, 이게 잘 끼운거야, 만거야 -  아, 이제 시작이다 라는 느낌과 함께 물밀듯 밀려오는 답답함.





지금은 안 차고 있는 1번 교정기. 완전 투명한 건 아니고 묘하게 선이 가 있다.



잠시 있다보니 의사가 왔고 영상 잘 보셨나고 물어보면서 질문을 몇가지 했는데 마치 틀리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무슨 퀴즈쇼 나온 사람처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빠릿빠릿하게 맞췄다. 




1. 교정기를 끼고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은? 정답! 찬물.

2. 교정기는 얼마나 끼고 있어야 하나? 정답! 20~22시간(영상에 이렇게 나옴) 삐빗! 식사를 할 때 빼고는 항상 (의사가 원하는 대답)




그리고는 끝(네?)첫 진료를 여기서 마무리. 긴장한 것과 다르게 너무 빠르게 끝나버린 첫 진료. 치위생사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5분 정도라면 의사와는 30초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치과에 올때마다 궁금한 것은 도대체 치위생사와 치과의사 일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어쨌든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렇게까지 고급스러울 필요가 있나 싶은 인비절라인 케이스- 검은색 하나- 를 받았고 걱정한 것과 다르게 너무나 아무런 느낌없이 교정기를 끼고 나왔다. 다음에는 드디어 치간 삭제를 하고 교정 장치를 더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어태치먼트를 붙인다고 예약시간을 좀 더 넉넉히 잡으라고 하셨고, 나는 또 긴장하면서 치과를 나옴. 한 번도 즐겁게 들어오고 나간 적이 없는 곳, 치과.




교정기를 낀 첫 느낌은 답답하고, 답답하고 또 답답했다.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입안에 평소에 없던 것이 들어가 있으니 꽤나 답답했다. 내가 평소에 입을 어떻게 다물고 있었더라, 혀는 어디에 두었지.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색했다. 내 입인데 내 입이 아닌 느낌. 




제일 걱정이었던 부분은 발음 부분이었다. 말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발음이 너무 새거나 하면 수업하는 동안 빼 놓고 있을까 생각도 해봤었는데 20~22시간 정도 착용하고 있으라고 하니 그럼 거의 교정의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진짜 볼펜물고 발음연습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었다. 처음 끼고 나서는 발음이 이상한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았다. 물론 ㅅ 같이 윗니 뒤에 닿는 발음에서는 윗니가 안 닿고 교정기가 닿으니 약간 이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아서 너무너무 신나 있었다. 그런데 퇴근하고 들어 온 아빠가 인사하자마자, 너 발음이 이상하다? 해서 산산조각. 와장창. 역시 발음이 약간 이상해지기는 했나보다. 한달 가까이 지난 현재의 이야기를 미리 좀 해보자면 어색한 발음- 볼을 엄청 깨물던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저 교정해요, 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정도까지 가기는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히 내 발음이 어떻게 들리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처음 교정기를 빼고 낄 때는 너무 어색해서 헛손질도 몇 번하고 막막하기도 했는데 워낙에 어렵지 않아 금방 적응했다. 혹시 손톱을 깨무는 사람이라면 손톱이 짧아 조금 어려우실지도. 어금니쪽에 손을 넣어서 긁어내듯이 빼내는 건데 남 앞에서 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새 교정장치를 바꿔 낀 첫날이 아무래도 제일 어려운듯. 




밥 먹을 때 빼는 부분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뭐든지 먹기 편한 부분에서는 큰 장점인데, 아무때나 먹을 수 없다는 부분에서는 단점이다. 빼고 먹고 양치하고 다시 끼고의 과정이 생각보다 꽤 번거롭다.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그렇게 먹어야 하니까. 이 부분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좀 더 자세히. 이게 끼고있는게 교정이 되나 싶다가도 - 초반부에 아프지 않았을 때 - 교정장치를 빼고 밥을 먹으면 평소 내가 쓰던 이가 아닌 기분이 든다. 뭔가 이가 약간 갈리는 거 같고 맞물려 씹을 때 흔들거리는 것 같고. 아, 교정이 되고 있기는 하구나를 가장 크게 실감할 때다. 




예전 일기를 지금 쓰니까 할 말이 많아지는데 사실 가장 큰 고비는 교정 장치를 차고 온 첫날밤이었다. 답답함이 정말 극단적 상태에 도달했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사람이 흥분하면 숨이 답답해지는데 자려고 누웠는데 입 안에 뭔가 가득찬 기분이 들어서 너무 답답했고 정말 숨이 턱까지 차는 기분이 들었다. 인비절라인의 최대 장점이나 단점이 뺄 수 있다는 것으로 실제로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다 보니 의사 상의 없이 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아니 왜?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날 밤에 혹시 내가 자다가 뺄까봐 누가 나의 자유를 강제로 빼앗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그리고 잠이 들었고, 이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빼지 않고 잘 잤다.....ㅎ...




오랜 기간 교정을 한 내 동생은 어후 웬 유난이야 했지만 일련의 과정에는 꽤나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어떤 상황이 있을지 계속 겁을 줬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내 교정기간 365일 중에 이제 단 하루 지났다는 것이라는 것. 이제 나에게는 아직도 364라는 긴 날들이 남았을 뿐이고. (물론 지금은 1/12 정도 지나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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