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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재건축을 경험하다

Ep1. 재건축 아파트로 입성하다.

by 자유사색가

몇 년 전부터 살고 싶었던 동네가 있었다.

그 당시, 그 동네를 임장한 후 딱 2가지 이유 때문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첫 번째, 20년이 훌쩍 넘은 낡고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유명한 동네라 입지는 정말 좋았지만, 대출까지 무리하게 일으키면서 이렇게 오래되고 낡은 집에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그 돈이면 입지는 조금 덜 좋더라도 더 넓고 쾌적한 신축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몸테크'*를 할 자신이 없었고, 넓은 신축에 대한 욕심을 못 버렸던 것이다.

입지가 좋고 학군이 좋아도 내가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지?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히는 게 맞는건가? 이런 생각들을 떨쳐내지 못 했던 것이다.


*몸테크: 부동산 시세차익 등의 투자이익 실현을 위해 낡고 오래된 집에서 다소 불편하게 살면서 버티는 행위


두 번째 , 열악한 주차장 환경이었다.

구축인만큼 주차장이 비좁았고, 그 흔하다는 지하주차장도 없었다. 낮 시간임에도 차량들이 이중/삼중으로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눈으로 보니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차를 꺼낼때마다 다른 차를 밀어내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비싼 돈 내고 들어와서 왜 이런 고생까지 해야하는 거지? 대체 어디까지가 주차장이고 어디까지가 인도인거지? 주차하다가 접촉사고 내서 골치아픈 일이 수시로 생기는 거 아닌가?

한 번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니까 내 머릿속은 어느새 단점들로만 채워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7년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에 아이가 생겼고, 호기롭게 투자한 부동산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는 정책들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투자한 부동산보다 옆 동네 부동산이 몇 배의 속도로 오르는 것을 보면서 나의 결정을 후회한 적도 많았다. 지인이 부동산 투자 성공담은 이제 그만 듣고 싶었다.


그래, 아이도 점점 커가는데 이제 좀 좋은 동네의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자!

그 때부터 부동산 어플과 지도앱을 보면서 적당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7년 전보다 더 많은 조건을 보게 되더라. 특히 학군!

학군이 좋다면 그 외 조건이 좀 불만족스럽더라도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아이가 없을 때는 학군지라도 인프라가 안 좋거나, 살기 불편한 요소가 보이면 우선순위가 밀렸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물론 학군이 좋으면 가격은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고르고 고르다 보니, 7년 전에 고민했던 그 동네로 귀결되었다. (결국..)

그 사이에 거래가격은 2배 이상 뛰었다. 물론 7년만큼 더 낡았지만 말이다.

그 지역이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배팅해 볼 만 하다 싶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7년 전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제는 결단을 해야 했다. 이중주차도 해야하고, 살다보면 녹물이 나올 수도 있고, 낡은 창문이 잘 안 열릴 수도 있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몸테크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


예산을 따져봤다. 쉽지 않은 금액이다.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와야 가능할까 말까 싶었다. 자잘하게 운영중이던 주식, 채권, 예금, 펀드 등을 전부 털어내고 여기저기 돈을 끌어모으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고 결국 입성했다!!

들어와서 살다보니 이 곳 주민들은 아이 교육 외에도 '재건축'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보였다.

기사로만 접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들리고 보였다. 나도 이제 그 복잡하고 힘들다는 재건축을 경험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재건축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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