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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May 31. 2024

[스쿨 오브 락] 유쾌한 전화위복

꿈을 붙들다







‘꿈’이라는 단어만큼 낭만적인 말이 또 있을까. 마음속에 꿈 하나를 품는 것만으로도 이미 바라던 미래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 반대로 가슴속에 간직할 꿈을 찾지 못한다면 어쩐지 망망대해에 버려진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꿈이라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꿈을 마침내 이루어 낸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꿈이라는 이름 뒤에 오래지 않아 따라붙기 쉬운 것이 바로 ‘타협’이다. 이는 때에 따라 ‘포기’의 이음동의어가 될 수도 있다. 간절했던 꿈을 뒤로하고 타협을 하게 되는 이유를 떠올리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요약하자면 사람 일이 항상 마음 같지는 않다, 정도이리라.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가면 목표가 너무 높아서,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등등이 있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한동안 마음을 설레게 했던 꿈을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 두는 일은 썩 기분이 좋진 않다. 경우에 따라 차라리 후련할 지도 모르겠으나 혀끝에선 씁쓸함이 감돌 것이다.



• 락(Rock), 그것이 곧 낙(樂)


유명해지는 길은 요원하게만 보이는 그저 그런 밴드의 멤버 듀이. 혼자서만 욕심과 의욕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듀이가 먼저 시작한 밴드이건만, 그는 경연을 코앞에 두고 다른 멤버들에 의해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오랜 시간 얹혀 지내던 친구 네드와 그의 여자 친구 패티는 월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면 집에서 나가달라고 통보한다. 열정을 다 바친 락 음악을 포기할 수도, 갑자기 수입이 날 구석도 없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던 듀이는 마침 한 사립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는다.


학생들을 만난 듀이 / 밴드 경연 준비를 위한 역할 분담을 하는 듀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대체 교사로 일하는 네드인 줄로만 알았던 학교 측하루빨리 출근해 달라고 요청하고, 괜찮은 보수에 혹한 듀이는 네드로 가장해 위장 취업을 시도한다. 마침내 반 아이들과 만났지만 정식 교사가 아닌 듀이가 제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터. 아이들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듀이는 대충 시간만 때운다.


듀이와 교장 로잘리 / 듀이와 네드 커플, 그리고 경찰


그러던 어느 날 듀이는 우연히 반 아이들이 음악 수업을 듣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들의 음악적 재능알아본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서 듀이는 학생들을 동원해 밴드를 결성하고, 경연에 나갈 계획을 한다. 각자 역할을 부여받은 아이들은 듀이의 지시에 따라 연습을 시작하고,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꽃피운다. 이렇게 듀이가 다시 한번 밴드 경연에 가까워진 어느 날, 친구 네드는 듀이가 그동안 자신의 행세를 해온 것을 알게 된다.



• 사람 일은 모른다


‘스쿨 오브 락’이라는 영화의 장르 특성상 듀이가 마주했을 고난과 질타들이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졌다. 주연인 잭 블랙 특유의 코믹한 연기 역시 전반적인 분위기를 한껏 유쾌하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만약 이 영화가 현실성에 충실한 드라마 장르였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 주인공의 귀에 꽂혀 오는 비난과 잔소리들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꿈은 소중하지만 눈앞에서 아른거리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기 일쑤이다. 물론 그 꿈이 소박하고 현실적이거나, 사회에서 규정하는 ‘평범함’ 혹은 ‘정상성’에 가깝다면 비교적 그 꿈을 이루기가 수월할지 모른다. 틀에서 벗어난 꿈을 꿀 때와 달리 주변에서 좀 더 북돋아 주고 쉬이 인정해 줄 확률도 높다. 그런 의미에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 위에서 홀로 막막함을 감당하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붙드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학생들과 경연에 참가한 듀이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 꿈꾸었던 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궤를 같이 하는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영화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가 그 좋은 예이다. 무용수가 되기를 원하였으나 계속해서 좌절하기만 하던 그는 안무 창작자로서 재능을 보이고, 덕분에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인 안정까지 찾게 된다. ‘스쿨 오브 락’의 듀이 역시 같은 성인들이 아닌 학생들로 밴드를 꾸려 경연에 참가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타협이라 볼 수 있겠다. 당장 나조차도 그동안 수많은 타협을 하고 살아왔으니 타협 그 자체를 두고 비판하기에는 한참 자격 미달이다.


결국 모두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길만을 고집하며 뚝심 있게 나아가든지, 아니면 좀 더 편안하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현실과 손을 잡든지. 모르긴 몰라도 둘 중 더 많은 벽에 부딪히고 걱정을 가장한 비난을 받는 쪽은 전자일 것이다. 그러니 가슴속 열정만이 살아갈 이유인 이들을 응원은 못 해주더라도 최소한 발목을 붙잡진 말자. 사람 일이란 게 뜻대로만 풀리지 않는다지만, 또 한편으론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니까.






사진 출처 : IMDB

https://m.imdb.com/title/tt033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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