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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하는 스노우 Dec 19. 2022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종강 파티 잊게 만든 인생 수업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갓난 아이에게 보살핌이 없다면 바로 죽을 것이다. 끊임없이 부모의 보살핌을 받음에도 전쟁, 질환, 기후변화 등 제어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서 위협을 받는다.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성장한 후에도 인간은 도움이 필요하다. 물질적인 지원, 정신적인 지원 어느 것 하나가 빠지면 인간은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간은 한없이 위태로운 존재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따르면, 인생은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부처도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기독교는 고통이란 감정을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유대교 신앙도 고통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하다. 삶은 곧 제약이란 등식은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진리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나약한 존재라서 신체의 쇠락을 피할 수 없고 심판과 경멸로 고통받는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험난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게 잔잔한 파도 위를 거닐며 평화로운 항해 생활을 기원하지만 막상 현실은 요란한 날씨가 반갑게 맞이해준 날들이 많다. 그 과정에서 기분도 울적해지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 덕분에 인간은 인생이란 항로를 효율적으로 나아갈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이 고달프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꿋꿋이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누군가는 영상이나 책 혹은 다른 경로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할 테지만 그 매체마저도 사람이 만든 것이다. 결국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사람을 통해서 발전하고 성장한다. 



좋은 사람들을 주위에 두는 것 그리고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찾아가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에 적절한 환경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들이나 부자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또 사람을 만나는 것 외에도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이나 글 등을 접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이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마주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덕분에 이어령 선생의 말투를 느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바로 옆에서 조언을 받는 느낌을 받게 했다. 


공자도 자식을 바꿀 수 없다


남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려운 일이야. 성인군자의 아들도 나쁜 짓을 해. 아버지의 피를 받았는데도 교화가 안 되지. 공자님은 아들을 가르치지 않았어. 가르칠 수 없는 거지. 가장 가까운 피붙이조차도 가르칠 수 없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237


인간이 느끼는 고통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단연코 큰 화두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고통이다. 나와 맞지 않는 혹은 이해되지 않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일을 해야 하거나 같이 살게 된다면 끊임없이 마찰이 생길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 선을 넘는 문제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과거에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싸워서 어떻게 해서든지 나의 주장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 노력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가 더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싸움이라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 감정 소모가 큰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나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최대한 논쟁은 피하되, 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말해야 하는 일만 말하고 끝냈다. 



이어령 선생의 관점은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매우 적절해 보인다. <열두 발자국>의 저자이자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 교수는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타인을 자기 자신처럼 제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애인, 가족, 지인들을 자신으로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바꾸려는 경향이 드러난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도 엄마에게 단점을 지적하면서 티격태격 싸우는 경우가 있다. 정재승 교수는 이런 인지적 오류를 고쳐야 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이어령 선생이 언급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라고 생각한다. 즉, 타인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 문단에서 설명하겠지만 안 다는 것과 깨닫는 것은 큰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뇌에서는 가까운 타인을 자기로 인식해 자동으로 통제하려 드는데 이를 고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오랜 시간을 두고 고쳐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깨닫는 것과 안다는 것

대인관계, 직업에 대한 기준, 연애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했던 내용은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다. 이어령 선생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갊에 따라 누군가의 부축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분명히 알고 있었던 지식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상황에 처해보니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배경지식이 많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그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다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최근에 나는 나에 대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됐다. 책을 많이 읽고 있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면서 내가 얻은 지식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서 내 인생을 발전시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인생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파급력이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것은 바로 실천과 깨달음의 부재였다. 책을 읽고 하나라도 책을 인생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봤어야 했는데 서평만 올리고 나는 책의 내용을 써먹었다고 생각했다. 머리로는 <숙면의 모든 것>에서 밤늦게 SNS를 하지 말라는 것을 알지만 누워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고, <스틱>을 통해서 6가지 잘 팔리는 법을 익혔지만 제대로 적용해 본 게 없는 것 같다. 또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움직임의 힘> 등을 통해 운동이 얼마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지만 지금 2주 넘게 운동을 안 하고 있다. 실천과 깨달음의 부재가 지식과의 괴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하나의 책을 읽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피부로 와닿게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어령 선생은 나이가 듦에 따라서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어릴 때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에서 느꼈던 괴리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아는 것보다 깨닫는 것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실천할 계획이다.


라스트 인터뷰,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한 가지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만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그 모습이 비참이든 숭고든. 고난이라는 실전을 통해서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231



이 책을 읽으면서 이어령 선생 그리고 이 책을 집필한 김지수 작가가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국 나약한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된다면 필히 고통과 마주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고통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어어령 선생은 고통과 고난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고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역경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해석했다. 



이어령 선생의 조언은 조금 진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고통은 언제나 짜증 나고 싫증 나는 존재다. 저절로 기분이 나빠지고 힘을 빠지게 한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애써 모르는 척하고 살아간다.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고통은 기본값이라는 것을. 그리고 고통에 비례해서 그 변화값은 더 커진 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깨달음을 안겨준 책이라서 애착이 간다. 가끔 이어령 선생의 주장에 대해서 나와 반대되는 내용이 있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던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 부정적으로 다가왔지만 나중에는 개인의 생각으로써 존중하게 됐다. 이렇게 인생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돼서 좋았다. 이런 책이 많이 출판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P.S 네이버 바이브 어플을 통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오디오 컨텐츠로 들어볼 수 있다는 점! 오디오 컨텐츠는 처음인데 괜찮은 것 같음. 정말 책을 읽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새롭게 책을 접해보고 싶은 분들은 바이브 어플을 통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추천. 


본 게시물은 출판사를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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