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스웨덴의 뒷모습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책 제목부터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을 수 없는 제목이다. 이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가 어디인지 궁금해할 정도로 책의 제목은 우리의 환상을 뒤엎을 만발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끊임없이 만들게 한다. 참을 수 없어서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을 읽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은 복지국가 스웨덴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책이다. 책을 집필한 박지우 작가는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점과 스웨덴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스웨덴이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2022년에 발행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스웨덴은 7위에 랭크 되어있을 만큼 행복한 나라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복지가 굉장히 잘 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그 복지 제도와 국가 운영에 관련된 정책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도 과연 그럴까?
최근에 나는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고 왔다. 잇몸치료까지 받고 병원비가 2만원이 나왔다. 그런데 이 치료를 스웨덴에서 받으면 얼마가 나올까? 실제로 저자가 스웨덴에서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18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스케일링 9번 받을 수 있는 비용인데 스웨덴에서는 오직 한 번의 비용이다. 심지어 스케일링 비용만 18만원이라는 점에서 병원에 가기 무서워진다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참고로 스웨덴의 의료비는 거의 대부분 무료이지만 치과는 예외다. 치과 비용이 너무 비싸서 다른 나라로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가능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에서 소개한 빅맥 가격의 비교도 흥미롭다. 2020년 기준 미국과 한국의 빅맥 햄버거 가격은 5.17달러와 4,500원이다. 그런데 스웨덴 빅맥 가격은 5.8달러이다. 이렇게 빅맥 지수가 높은 나라는 지수가 낮은 나라에 비해 물건이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복지국가는 각종 제도와 시설 이용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렴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물품이 존재하지만 아닌 것도 있다.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서비스나 물품 중에서도 실생활에서 영향력을 많이 받는 영역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외였다.
1) 의료시스템
내가 앞서 스웨덴은 치과 비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료 비용은 무료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스웨덴 국민이라면 병원에 갈 때 무료 혹은 저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의사를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 사람들은 병원 이용률이 저조하다. 스웨덴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2.8회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에 속한다. 왜 그럴까? 일단 스웨덴의 병원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스웨덴 병원은 무조건 예약제로 운영된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예약하고 진료를 볼 수 있다. 또 경미한 증상은 아예 진료 대상으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러면 그냥 약을 먹고 증상이 호전되기를 바라야 한다. 응급실에 가도 바로 치료받을 수 없다. 실제로 저자의 지인은 전기톱에 손가락에 다쳐 응급실로 갔지만 7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여름이면 의사들이 휴가를 떠나는데 그때도 치료를 받기 어렵다.
물론 스웨덴의 의료 서비스가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혜택은 중병에 걸려 치료와 수술을 해야 할 때다. 수술 비용은 15만 원을 넘지 않고, 병원비 또한 만원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수술 이후가 문제다. 부족한 병상 탓에 입원 일수는 대부분 1~2일에 그친다. 또한 의료시설이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어 시골지역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스웨덴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상의료체계가 아닌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다.
2) 연금제도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얼마나 잘 되어있을까? 나는 탄탄한 연금제도가 구축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복지국가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연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상은 생각보다 부실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스웨덴의 물가는 비싼 편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높은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스웨덴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연금을 가입한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는데, 여기서 세금과 주택임대료를 제하면 50만 원 남짓한 돈만 남는다고 한다. 과연 이 돈으로 생활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가난이 없을 것만 같은 스웨덴에서도 쓰레기통을 뒤지며 빈 병을 줍는 노인들이 있다. 거기에 더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스웨덴 연금청은 연금 지급액을 자동으로 낮추는 장치를 도입했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약화되면서 팍팍한 살림 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불편한 세금의 진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이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걷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금을 걷고 있을까? 책의 내용에서 이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웨덴 적가 요란 노르베이가 미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 존 스토셀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스웨덴 세금정책은 부자로부터 돈을 걷어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쥐어짜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충실한 납세자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세금 조세 부과 시스템을 보면 조금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아무리 적게 벌어도 세율이 평균 32%나 된다. 이에 반해 과세 표준이 1억 5천만원이 넘어가면 평균 52%로 고정이다. 큰돈을 벌어도 52%의 세금만 내면 더 이상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50%라는 세금 비율을 생각하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누진세를 적용한다. 누진세란 소득 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정한 세금. 즉 과세물건의 수량이나 화폐액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조세를 말한다. 누진세는 경제력의 격차를 야기하는 소득 간 불평등을 보정하기 위한 것으로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금을, 저소득자에게는 낮은 세금을 거두자는 의도에서 실시되었다.
개인적으로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세금 부과 시스템을 비교해 봤을 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벌면 많이 내는 구조로 해야 소득 분배가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니지수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가 스웨덴 보다 좋다. 지니지수란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본다. 글로벌 부 데이터 북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0.867을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0.606을 기록했다.
스웨덴 모델은 장점이 많지만 동시에 단점도 명확하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스웨덴 관련 서적들은 주로 장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처럼 제한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면 또 다른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당연히 하는 스웨덴의 여러 모습 중 적잖은 부분이 편견과 오해, 그리고 잘못된 상식에 입각하고 있다.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p7
무상 의료 시스템, 무상 교육, 여성의 사회생활이 가능한 제도 등 스웨덴의 장점은 매력적이다. 복지 국가라는 타이틀에 부합하게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여성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장려하는 점은 우리나라가 많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경력 단절되는 인재들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단점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없으며, 적게 벌어도 세금으로 거의 다 나가며, 물가도 비싸고, 연금 및 고용보험제도도 탄탄하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국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스웨덴 보다 더 좋아 보이기까지 한다.
무엇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점을 살리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한듯싶다. 우리나라도 단점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점이 많은 나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의 장점을 보며 배워서 적용한다면 보다 좋은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