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바꾸어 생각해볼까? 역지사지의 마음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인간관계, 즉 인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인맥을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꾸준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오랜 시간 혼자 글을 쓰느라 비교적 교류가 적은 작가들에게는 특히 더 버겁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 조금 쉬워질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만사 모든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만 더 커질 뿐이다. 그래서 점점 더 혼자 고립되어간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를 하는 데 있어 인맥은 정말 필요하다.
중요한 사람을 뽑을 때는 어디에도 구인 글을 올리지 않는다.
그건 마지막 보루로 남겨둔다.
결국 누군가의 추천을 받거나 지금껏 함께 일해 본 사람들 가운데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폐쇄적이고 인맥 싸움이라는 의미이다. 인맥 관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더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인맥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라고. 인맥이 금맥이고 언젠가는 네 인생에 있어 맥이 되어줄 거라고.
그런데 이 말처럼 뜬구름 잡는 말이 없다.
어디까지가 인맥일까? 저 사람은 나의 인맥일까? 당장은 모르겠고 언젠가 인맥이 될 수 있으니 관리해야 할까? 근데 어떻게 관리해야 하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나는 단막극으로 데뷔하면서 만난 감독님과 총 다섯 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다들 그 분과 내가 많이 친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인맥 관리를 잘했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난 그분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거의 없다. 작품 회의도 늘 전화통화로 이루어졌다. 대본 최종고 회의 때나 방송국 회의실에서 한번 만나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내가 인맥관리라고 한 게 있다면 열심히 쓴 작품을 감독님께 보낸 것뿐이다.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즐기기보다 부담스러워하는 쪽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먼저 연락하고 친분을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는 노하우가 있다면 늘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한때 인맥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인맥을 쌓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맥도 기브 앤 테이크. 일종의 거래이며,
좋은 인맥을 쌓으려면 상대방에게 무언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본질적인 것으로 이어졌다.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을 인맥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 사람 역시 나를 인맥으로 만들고 싶게
나 자신이 메리트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위로를 준다면 공적인 관계 이상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물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상대 쪽에서 먼저 나에게 연락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내가 드라마 작가를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드라마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고,
내가 서있는 이곳은 치열한 경쟁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정글이라는 것이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힘이다.
작가에게 그 힘은 좋은 글에서 나온다.
갈고닦은 필력과 그걸 증명해줄 작품이 없다면 인맥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만나면 좋은 친구, 가까운 지인일 뿐이다.
인맥을 지키고 관리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을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방기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가꾸고 사랑하는 것,
인맥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리하여 어디에서든, 누구 앞에서든, 누추해지거나 비굴해지지 않는 것,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좋은 시너지가 될 수 있도록 나의 일과 주변에 정성을 다하는 것.
숙맥이 인맥을 만드는 방법은 이토록 단순하고 명료하다.
요행은 없다.
그러니까 정공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