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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수 Feb 28. 2020

쓸까 말까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가 더 귀하신 몸이 되었다. 품절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는 다행히 미세먼지 때문에 여유 있게 사두었던 걸 지금까지 요긴하게 쓰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외출할 때 쓰니까 아직은 여유분이 남아있다.

그래도 언젠간 바닥이 나겠지. 그러니까 외출은 가급적 자제한다.

하지만 조카 만나러 가는 일은 코로나도 막지 못한다. 돌도 되지 않은 조카에게 가는 날 나는 평소보다 더 예민해진다.

마스크로 무장하고 최대한 손으로 그 어떤 것도 만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도 티슈를 사용한다.

지하철 손잡이도 되도록 만지지 않는다. 장갑을 끼는 사람들도 있다.

최대한 세균이 손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동생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망설인다.

마스크를 벗을까 말까. 갈등하다 쓴 채로 내린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 서면 비로소 마스크를 벗고 집안으로 입장.

현관문이 열리면 격하게 반겨주는 조카가 나타난다.

그러나 곧바로 안아주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독제를 이용한 1차 손 소독이 이루어지고 그대로 옷방으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허둥지둥 욕실로 달려가 손을 깨끗이 씻고... 마음이 절로 급해진다.

빨리 나와 자길 안으라는 듯 조약돌만 한 두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는 조카의 다급한 목소리에 황급히 욕실 밖으로 튀어나간다.

이내 번쩍 조카를 들어 안으면 그제야 우리의 상봉 절차가 마무리된다.


예전엔 마스크 쓴 사람을 보면 어디가 아픈가? 아님 어디 성형수술이라도 했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젠 마스크를 안 쓰면 개념 없는 민폐가 된다.

그러니까 마스크는 이제 자기를 보호하는 동시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이자 상식이 된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는 세상이다.


며칠 전 집필계약을 위해 한 드라마 제작사에 다녀왔다.

약속 시간에 맞춰 회사 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잠시 갈등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나? 이전에 왔을 때는 마스크를 벗었다.

만나는 분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마스크를 쓰고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그림이 좀 괴상했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어 손에 들었다. 근데 방에서 나오는 상무님이 마스크를 쓰고 계셨다. 순간 아차 싶었다.

지금이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나? 그러는 사이 나는 회의실로 안내를 받고 잠시 혼자 앉아있었다.

그리고 또 몇 번 망설였다. 쓸까 말까?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써버렸다.

잠시 뒤 회의실로 들어오는 상무님은 마스크를 반쯤, 그러니까 쓴 것도 아니고 벗은 것도 아닌 채였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마스크를 써야지 예의인 건지 벗어야 예의인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냥 쓰는 게 낫겠죠..”

그리고 나는 혼자 속으로 빵 터졌다.

마스크를 쓰고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두 사람. 상상 속 그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내 답답함이 밀려왔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눈 뒤 회사를 나왔다.

코로나가 누그러지면 식사라도 하자는 상무님 말씀에 다시 또 불안한 이 시국을 체감했다.

대화조차 마스크가 있어야 하는 세상에 식사는 언감생심이다.


하루에 한 번 카페에 나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낙으로 버텨왔는데, 지금은 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카페에서 종교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신천지가 아니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불안하다. 안전한 곳이 아니면 굳이 나가고 싶지 않다.

밀폐된 곳은 그 어디라도 지금 안심할 수 없다.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강박이 최선의 예방. 혼자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되어버린 지금. 마스크 쓸까 말까 고민하지 말자. 그냥 쓰자. 써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그리고 나는 믿는다.

누구라도 예외 없이 우리 모두는 지금 한 마음이라는 것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간절함의 주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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