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날씨가 아주 상쾌하다.
가을. 참 좋은 계절이다.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한동안 브런치에 신경을 못썼다.
대본도 열심히 썼지만 최근 두 달여간은 쉬엄쉬엄 띄엄띄엄했으니까 그냥 이건 변명일 뿐이다.
솔직히 글다운 글을 써서 올리고 싶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떤 글도 올리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냥 없애버릴까, 올린 글도 다 형편없는데 다 비공개로 돌려버릴까,
그리고 이 브런치란 곳을 잊고 살까, 수시로 갈등했다.
아무래도 내 글을 올린 곳이니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근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순전히 구독자 분들 때문이다.
서른 명도 안되지만,
그리고 구독은 눌렀으되 별로 내 글을 기다리지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분들에게는 좀 황당한 일이지 않을까.
무례까지는 아닐 것 같지만.
꾸준히 글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런 곳을 열어 두고 있는다는 게 아무래도 무책임한 것 같고, 기분이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잡글이라도 올려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쓰기를 눌렀다.
아마도 내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은 드라마 작가를 꿈꾸고 있는 분들이지 않을까 싶다.
그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드릴 수 있는 글을 올려야 마땅한데, 늘 넋두리뿐이다.
며칠 전부터 다시 대본을 손보고 다음 회 대본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
쥐어짜니 확신이란 게 생겼다.
이건 될 거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확실히, 꼭 되게 만들 거다.
이런 나만의 확신을 글에 녹이며 이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게 드라마 작가의 일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막막하고 불확실한 하루하루,
자신의 글을 의심하기보다 믿어주고 지지해주며 당당히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것.
그 어떤 위기와 좌절이 찾아와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는 것. 그래서 내가 작가임을 글로써 늘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연휴는 연휴답게 작업보다 딴짓을 더 많이 할 생각이다.
작업실에서 하는 딴짓은 정말로 꿀맛이다.
그래 봐야 책을 보는 거지만.
이것도 일의 연장이지만.
제작사에서 마련해준 작업실에서는 어쩐지 대본만 열심히 써야할 것 같다.
쓰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작업실에서 하는 딴 짓은 그저 책 보고 핸드폰 가지고 노는 것뿐이다. 양심껏.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고, 지금 나는 작업실이다.
고요한 이 시간. 커피도 마시고 마음도 참 편안하고 여유롭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다는 건 이럴 때 아주 큰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얼마 전 tv에서 신동엽 씨가 이런 말을 했다.
편하게 살려면 혼자 살아야 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결혼을 하라고.
오, 와 닿는 말이다.
결혼한다고 해서 꼭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혼자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행복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근데 또 이런 말도 떠올랐다.
결혼해서 인생 망친 여자는 있어도, 결혼 안 해서 인생 망친 여자는 없다는 말.
이 말도 딱이지 않나.
복불복. 결혼은 역시 도박 같은 것이다. 인생을 걸어야 한다.
암튼 뭐가 됐든 간에 자기 선택일 뿐, 그것대로 만족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겠지.
근데 이런 명절이 오면 결혼 안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더 확고하게 든다.
책임감, 부담감, 이런 게 없으니까. 행복 대신 선택한 편안함. 이거라도 맘껏 즐겨야지.
코로나로 힘든 시기이지만,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