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안녕하세요?!"
숨찬 목소리로 밝은 인사와 함께 교실 앞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소O이.
1학기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들른 아이는 에너지가 넘쳤다.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더니 박카스를 내민다.
"매번 이런 거 안 사 와도 돼. 그냥 와."
소O이는 4학년 때 가르친 제자다.
5, 6학년이 됐어도 옆반이어서 항상 내 반에 놀러 왔었다.
소O이는 공예수업을 하시는 엄마를 닮아 손재주가 좋다.
마음씨도 착하고 정도 많아서 찾아올 때마다 꼭 뭐를 사가지고 온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교실에서 자기 물건을 함부로 쓰는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펑펑 울었었다.
"요새 그 애들은 힘들게 안 하니?"
"네. 요샌 덜해요."
그래도 속상한 점이 있는데 안 좋은 말을 남에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 그래도 부서진 물건 보상하라고 한번 말해봤으니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뭐 줄 것은 없나 살펴보다가 즉석사진기로 사진도 찍어주었다.
아이는 가방에서 요새 배우는 것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기술가정 쌤이 해주는 성우 클래스 수업 자료와 전자드럼 악보였다.
여전히 공부를 어려워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여 다행스러웠다.
퇴근 시간이 다가와 아이와 같이 교실을 나섰다.
마침 가지고 있던 <플란더스의 개> 책도 선물로 주었다.
학교 앞 마트를 들르는 아이를 보며
학교 생활 잘하길, 좋은 친구 만나길, 조금 더 행복하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