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빈 Jun 05. 2019

5월, 봄의 마지막 일몰

감정을 공유하는 일, 두 조각

5월 31일 그러니까, 봄의 마지막 일몰이었어요. 우리가 머무는 곳이 한눈에 들여다 보이는 산자락에서요. 끝과 끝이 맞닿은 어스름은 분명 짙은 파란색이었고요. 아래로 보이던 도시의 불빛들은 얼마나 완연했나요? 아무 바위 끄트머리에 앉아 예쁘다던가, 황홀하다는 말을 우리 몇 번이나 반복했어요?


스치듯 당신의 눈에 내려앉은 찬란했던 불빛도, 그토록 좋아하던 당신의 모습까지 오랫동안 선명해서요. 무릎을 나란히 하고 앉아있던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여느 연인처럼 예뻐 보였다면 참 좋을 텐데요.


함께 들었던 마지막 노래를 기억하세요? 우리가 지나온 어느 날, 독특한 상점이 즐비한 거리에서요. 어디서 들려오는 줄도 모르고 들었던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됐는데, 가사를 되뇌이다 보니 꼭 그 가삿말과 우리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신기한 건, 노래를 흥얼거리던 당신이 담담한 얼굴로, '우리 이야기 같아'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그 노래가 완전히 좋아진 거 있죠. 질릴 법도 할 텐데, 듣고 있으면 기분이 막 좋아지는 거예요.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특징적인 암호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길엔 당신의 플레이 리스트에 담겨있던 걸 보고 혼자 흐뭇해하기도 했는데.



무슨 생각 해?



두 뺨 가득 차오른 수십 개의 불빛이 일렁일 때,  먼 곳에 머물러있던 당신의 시선이 내게 닿을 때면 꼭 그렇게 보고 있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얼굴로 묻곤 했잖아요.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했을 그 짧은 한 마디가 꼭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알고 싶어’ 라고 들린다면 내 착각일까요.


드물지만 헤어 나오기 힘든 사색에 잠길 수밖에 없는 날, 세상 그 누구보다 너그러운 목소리로 무슨 생각 해, 하고 물어오면 꼭 당신의 따듯한 체온이 여기저기로 스며드는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홀로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일이 조금은 낯설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거든요.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속수무책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으려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이미 반이나 풀려버린 눈에 구태여 힘을 주는 그 모습이 못내 안타까우면서도 조금 더 이렇게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있잖아요,  언젠가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요. 생전 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광경. 그러니까, 예를 들면 몽골의 쏟아지는 별밤이라던가, 북극의 오로라 같은 것들이요. 이곳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에도 꼭 당신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보다 많은 것을 함께 보고, 더 많은 것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거든요.

작가의 이전글 언제부터 꽃을 좋아하게 됐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