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공유하는 일, 네 마디
차게 식은 손을 당신의 가슴 위로 얹어 보이면 두 팔 가득 안아주던 품이 참 따뜻했어요. 귓가에 울리던 심장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창문 너머로 들리는 빗소리에 덩달아 기분 좋게 나른해지던 일요일 오후였네요.
말을 건네 듯 나직하게 시작된 츠네오의 독백. 검고 어두웠던 분위기. 난색으로 얼룩진 필름. 츠네오와 조제가 적어도 함께였던 순간들.
눈을 감은 츠네오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후 잠에 들던. 담담하게 그를 보내주던 조제의 모습이 끝없이 나를 약해지게 만들어서요.
왜 고장 난 유모차를 고쳐달라 하지 않냐는 옆집 아이의 물음에 츠네오도 고칠 수가 없대, 태연히 말하던 조제는 언젠가 그가 떠날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거겠죠.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틋함도. 사라져 버리고 난 후의 공허함도. 이제는 닿지 못할 인연의 끝자락.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흘러가버린 순간들. 사랑하는 이의 반짝이던 모습은 점차 빛이 바래져갈 거라는 것. 더 이상 함께 가 아닌 훗날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까지.
집에서 보내온 명란젓과 식자재를 들고 조제에게 달려가던 설렘도,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주한 후배를 보며 잊고 있던 조제가 생각나 애꿎은 후배에게 화풀이를 하던 그리움도, 홀로 남겨진 조제를 안아주며 기꺼이 있어주겠다던 약속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길을 걷다 끝끝내 참고 있던 울음을 쏟아내던 츠네오의 모든 행동들이
동정이었을까, 나의 오해에게 한순간도 동정이었던 적 없었다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거예요.
츠네오가 없는 세상에 남겨진 조제를 보며 코끝이 시큰해졌을 때. 화면이 어두워지고 더 이상 츠네오의 어떤 독백도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엔딩곡이 미웠던 그때.
내가 그랬듯 씁쓸하게 밀려오는 애틋함을 모른척하기가 힘에 겨웠는지 정말로 담백한 이별을 했구나. 이렇게 현실적인 멜로 영화가 어디 있어, 속삭이며 빈틈없이 안아주네요.
조제를 업고 바닷가를 거닐던 츠네오의 모습이, 그들이 남기고 간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