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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Apr 07. 2023

돈과 자존심, 현실과 이상의 간극

창업성공실패기 혹은 창업실패성공기(4) 


친환경이 주류가 되었다. 반가운 일이지만 겉보기에 가깝다.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휘발유 냄새로 이슈가 되었던 데 이어 리유저블 컵으로 또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과연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왜 매년, 매 분기 새로운 디자인의 텀블러를 출시하는 걸까. 매년 인상되는 굿즈의 가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도한(?) 친환경 마인드로 논란을 만든 또 다른 기업, 애플.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포장재를 줄이겠다며 충전기를 구성에서 빼버렸다. 그럼 아이폰은 어떻게 충전해야 할까? 별도 판매인 충전기는 포장을 하지 않을까?


친환경 라이프, ESG 실천 기업을 응원하던 나는 왜 저런 브랜드에 목을 매었을까. 그렇다고 썩 좋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린워싱(Greenwashing).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미지 마케팅을 일컫는 말이다. 과장 혹은 허위광고. 앞다투어 ESG 경영을 외치는 덕분에, 그린워싱 사례를 찾는 건 식은 죽을 먹는 것보다 쉬워졌다. 이해는 간다. 이익 창출과 지속 가능한 사회, 이 두 가지 가치가 공존하긴 쉽지 않으니.






글로벌 기업들의 예시를 놓고 보니, 내 이야기는 너무 보잘것없지만 아주 귀엽게도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했었다.






네이버에서 가져왔어요, 이것만한 이미지가 없어서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마트에서든 시장에서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과한 포장이 만연하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건지, 쓰레기를 사는 건지. 불편했다. 적어도 나만큼은 쓰레기를 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정한 아이템이 다회용 행주였다. 빨아 쓰는 일회용 행주가 아니라, 삶아 쓰는 일 년 용 행주.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이었다.


포장재도 아무거나 쓸 순 없어, 훨씬 비싼 값을 치르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당장의 이익보단 내 신념이 더 중요했고 그런 고집은 꽤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매출을 조금 더 늘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재구매를 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휴지나 세제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무언가가. 다행히(?) 고민은 쉽게 해결됐다. 식물 수세미, 대나무 칫솔, 고체 세제 등 적절한 제품군이 행주 뒤를 이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이 팔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지?





사장으로서 꼭 해야 할 생각이건만, 당초 품었던 가치와는 거리가 꽤 멀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져갔다. 



합법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주는 것뿐이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더 좋다고 느껴지게끔.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명품 백'이나 '외제차'를 사는 마음처럼, 특별한 노력 없이 건강을 유지하려 '영양제'를 먹는 것처럼, 읽지도 못할 '책'을 사서 쌓아두곤 똑똑한 척 장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 누구도 요구한 적 없는 제품이건만


당신이 찾던 바로 그 제품!


이라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TV, 스마트폰, 엘리베이터 모니터 등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고객을 꼬신다. 대형 백화점과 마트를 가득 채우는 수많은 제품들을 쉴 새 없이 팔고 있다. 할인이나 증정 등의 이벤트를 마치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이젠 무엇이 정말 내게 필요한 지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집안 곳곳을 돌아보면 언제 샀는지 모를 물건들이 잔뜩이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물체들은 다 어디로 갈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없앨 수 없다. 결국 땅으로 바다로 공기로 흩어져 다시 우리 몸에 쌓이고 말 것이다. 미세먼지, 오염물질 이런 이름을 달고서.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수명이 다하면 버려질 노트북과 마우스를 가지고 있다. 설거지해야 할 커피잔과 종이 빨대를 쓰고 패스트패션을 입고 산다. 


언젠가 '숨만 쉬어도 돈 백만 원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 있는데, 지금은 숨만 쉬어도 수많은 쓰레기를 버리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했던 친환경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친환경과 사업이라는 말이 나란히 붙을 수 있는 말인지조차 모르겠다.



에라잇. 그래, 내 모든 행보는 다 내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해야 할 판이다. 아무튼 그런 고민이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야 하는 친환경 사업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나는 찾지 못했다.







* 같은 이야기를 네이버블로그에도 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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