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그 이름! 가족!
지난해 1월. 스튜디오에 가서 난생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찍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그래도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이 아닐 뿐 놀러 가서 찍은 것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앨범을 찾아보니 초등학생 이후로 넷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지인 ‘297’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는데, 의상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자 굳이 옷을 새로 살 필요 없이 색이나 스타일을 맞추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시밀러룩으로 입으면 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닮은 듯 다른 시밀러룩은 처음에는 코디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가 있지만, 한 번 시도해 보면 서로 옷을 맞춰 입는 재미도 있고, 그 조합이 묘한 매력이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이다 보니, 예전에는 쉽게 “누구 닮으셨어요~”라고 인사처럼 던지던 말치레도 칭찬으로 받는 사람이 드물다. ‘패밀리룩’의 유행도 이제 똑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 같다. 예전엔 ‘커플룩’이 유행이었다면, 요즘 대세는 ‘시밀러룩’이다. 시밀러룩은 ‘비슷한’, ‘유사한’이라는 뜻의 ‘시밀러’(similar)에서 유래한 용어로, 같은 옷을 함께 입는 커플룩과 달리 옷의 소재, 색상, 패턴 등을 맞추어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을 하는 것이다. 기존의 정통적인 커플룩이 ‘똑같이 입는다’라면, 시밀러룩은 ‘어울리게 입는다’로 정의할 수 있다. 커플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끼리도 활용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그룹 활동을 하는 아이돌들이 무대에 오를 때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데, 그런 믹스매치가 대표적이다.
시밀러룩은 같은 옷을 입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성을 각각 드러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새 옷이 아닌 원래 있던 옷으로 연출할 수 있고, 같은 옷을 입었을 때의 단조로움이나 유치함을 피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점점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내 한 몸 코디하는 것도 어려운데 온 가족을 모두 코디하는 것에 겁이 난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팁을 숙지하고 옷장을 한번 열어 보자.
시밀러룩은 생각보다 쉽다. 디테일 한 가지만 통일시켜도 얼마든지 서로의 코디가 조화로워질 수 있다. 가장 쉬운 시밀러룩 연출법은 컬러와 패턴으로 통일감을 주는 것이다. 컬러나 패턴은 같되 아이템은 각기 다르게 선택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예를 들어 블루로 통일감을 주려면, 남성은 셔츠, 여성은 치마를 블루 컬러로 선택하는 것이다. 컬러가 아니라 패턴을 통일한다면, 스트라이프나 체크가 가장 무난하다. 패턴의 굵기나 컬러가 다르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오히려 한층 센스 있는 시밀러룩이 가능하다.
그다음은 같은 아이템을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동일 아이템, 동일 컬러여도 디자인의 변화가 있다면 자연스러운 시밀러룩을 연출할 수 있다. 기왕이면 하의보다는 상의를 동일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상의에 시선이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래 머무르기 때문이다. 재킷, 티셔츠 등 상의 아이템을 서로 다른 핏으로 차이만 주거나, 같은 브라운 컬러 코트라도 남성은 반코트, 여성은 허리를 잘록하게 잡은 프린세스 라인으로 입는다면 사뭇 다르면서 통일감 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세 번째 제안하고 싶은 방법은 같은 포인트 아이템을 쓰는 것이다. 같은 디자인이나 컬러의 잡화 아이템(모자나 선글라스 등)을 써도 좋고, 같은 소재의 포인트 아이템을 써도 좋다. 후자에 설명을 덧붙이자면 남성은 왕골 소재의 모자를 쓰고, 여성은 왕골 가방을 든다든지 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는 전체 이미지를 맞추는 것이다. 이 경우 똑같은 색으로 맞춘다기보다 비슷한 색상 계열에서 명도와 채도가 조금씩 다르게 연출되기 때문에 언뜻 통일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듯 조화로운 느낌이 시밀러룩의 취지에 가장 가깝다.
날씨 좋은 어느 날, 가족끼리 외출하게 된다면 서로 얼굴 닮은 사람들끼리 비슷한 느낌의 옷을 입고 예쁜 사진 한 장 남겨 보시길.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고 재미있는 시간들을 만드시길. 생각보다 소중한 사람과 같이 옷을 고르고 거울 앞에 설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