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아트 Oct 19. 2022

[이상미의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의 확장

[아트테크] 5편 미디어아트의 분류와 확장되는 분야 살펴보기

[이상미의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의 확장


[아트테크] 5편 미디어아트의 분류와 확장되는 분야 살펴보기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본제본


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캔버스를 벗어난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연재로 미디어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그 공간 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예술은 고정관념의 진리처럼 불변하지 않는다. 예술은 변한다. 새로워지고 낯설어진다. 인류 최초의 예술로 꼽히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1만 8천5백 년 전에서 1만 4천 년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약 1만 8천 년 전에 끝났다고 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남기고자 한 열망이 예술이 되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최근 기술과의 만남으로 예술은 대변혁을 이루었다. 매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 역시 마찬가지다. 매체예술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아트는 1839년 사진의 발명 이후 이미지의 기계적인 재현과 복사가 가능해지면서 도래하게 된 TV, 비디오 같은 매체들을 바탕으로 점차 확정되어왔다.


미디어아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종류도 변모해왔다. 백남준이 활동했던 시대에는 TV와 비디오였다.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와 영상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예술가들은 미학적으로 기존 매체들과 구분되는 독창성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여러 유형의 이미지 변형과 왜곡 기술이 유행하게 되면서 미디어아트는 현재 여러 장르와 결합하며 그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 컴퓨터 아트, 넷 아트 등으로 미디어아트의 분류와 확정되는 분야를 살펴보자.                                        


◇ 인터랙티브 아트


미디어아트가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있다. 미디어아트의 특징은 인터랙션(Interaction)이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특징은 말 그대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이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는 ‘상호 간’이라는 뜻을 지닌 인터(Inter)와 ‘활동적’이라는 뜻을 지닌 액티브(Active)의 합성어다. 예술가가 일방적으로 작품의 의미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관람자와 상호 소통을 할 수 있다. 작가와 작품 사이의 인터랙션도 가능하다. 그저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작품을 보는 데 그쳤던 전통 예술과는 달리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람객들에게 능동적으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행동을 끌어낸다. 이를 위해 인터랙티브 아트는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관람객의 감각 행위에 해당 작품이 반응하도록 설계된다.


그렇다면 인터랙티브 아트의 대표 작품은 무엇인가? 1999년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카밀 우터백(Camille Utterback)과 이스라엘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 로미 아키튜브(Romy Achituv)가 공동 작업한 ‘텍스트 레인’(1999)이다. 대형 프로젝션 스크린에 투사된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알파벳 문자가 흘러내린다. 관람객들에게 떨어지는 작은 영문 알파벳들이 마치 눈송이 같기도 하다. ‘텍스트 레인’에서 관람객이 체험하는 텍스트 애니메이션은 가변적 조합으로 재구성된 에반 짐로드(Evan Zimroth)의 언어와 신체에 대한 시인 ‘Talk, You’의 알파벳 문자들이다. 이 시는 1993년 출간된 시집 ‘Dead, Dinner, or Naked’에 수록되어 있다. ‘텍스트 레인’에는 모션 캡처 기술이 사용되었다. 모션 캡처는 전시장의 교육이나 놀이 프로그램으로 활용된다.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카밀 우터백과 이스라엘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 로미 아키튜브가 공동 작업한 ‘텍스트 레인’(1999)은 인터렉티브 아트의 대표로 손꼽힌다.



◇ 컴퓨터 아트


컴퓨터 아트는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예술을 말한다. 컴퓨터 아트는 1960년대 초에 등장했다. 당시 컴퓨터는 매우 거대하고 가격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대기업 부설 연구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기계였다. 다룰 수 있는 사람도 공학자나 수학자 정도였다. 컴퓨터 아트의 출발점도 미국의 대형 통신회사 AT&T에서 지원을 받은 벨연구소의 마이클 놀이라는 공학자이다. 그는 벨연구소에서 컴퓨터를 통해 이뤄진 작업을 출력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오류가 발생했는데, 특정한 패턴이 없는 무작위적 그래픽이 출력된 것이다. 놀은 ‘컴퓨터 아트’라고 불렀다. 그는 우연히 만들어진 출력물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디지털 아트를 창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1960년대 독일에서도 컴퓨터 아트가 시도되었다. 독일 예술가 프리더 나케와 게오르크 네스는 각각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이들로서 통계적 무작위성과 미학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이들은 자기 작품을 1965년 슈투르가르트에 있는 벤델린 니들리히 갤러리에 전시했다. 이는 컴퓨터 아트를 하는 예술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였다. 컴퓨터라는 새로운 매체로 창작자의 표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 컴퓨터의 가격이 더 낮아지고 이용법 또한 쉬워지자, 예술가들이 컴퓨터를 예술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 후 더 저렴하고 성능이 향상된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그래픽, 애니메이션, 디지털 이미지 등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은 발전되었다. 컴퓨터를 통한 예술은 실물 없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은 단지 현실 세계의 재현이나 표현에서 벗어나 예술가가 생각하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변형을 가할 수도 있다.


컴퓨터 아트의 특징으로는 상호작용적이며, 네트워크를 통해 창작자와 관람자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 컴퓨터 아트는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있어 아날로그 방식의 매체와 다르게 완전 복제가 가능하다. 이는 예술의 ‘비 물질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실물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오리지널 개념의 폐기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헝가리 예술가인 베라 몰나르(Vera Molnar)는 컴퓨터 아트의 초기 개척자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철저한 컴퓨터 시스템 기반의 접근 방식은 예술과 기술 간의 현대적 교차점에 대한 매개변수를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베라 몰나르는 컴퓨터 드로잉을 통해 복잡하고, 급하게 그린 듯한 일련의 선이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는 컴퓨터를 사용해 자신이 표현한 것을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작업으로 확장해 나갔다. 이를 통해 미학적인 충격을 만들어냈다. 체계적이고 대칭적인 단순하고 평범한 요소들을 배제 시키기 위해 작가가 우연적이거나 임의로 바꾸어 만들어 낸 것이었다.



베라 몰나르가 컴퓨터 드로잉으로 작업한 ‘Molndrian 74,066/11.23.00’(1974) 작품


                  

◇ 넷 아트


오늘날의 예술에 있어서 인터넷은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넷 아트(Net Art 또는 웹 아트)는 예술에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 실물 작품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이나 감상이 넷 아트에서는 가능하다. 마우스나 키보드로 누르면 화면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양하게 확장되는 걸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월드와이드웹(www)은 1991년에 배포된 이름이다. 1989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소립자물리학연구소에서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에 의해 개발되었다. 월드와이드웹의 의도는 물리학자들 간의 국제적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데 있었다. 그 후 군사나 대학의 연구 목적에 활용되다가 일반에 개방되었다. 넷 아트는 기술이 예술의 발전을 이끈 대표적인 사례다.


넷 아트는 1997년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 X에서 선보였다. 이듬해인 1998년 여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웹을 위한 첫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대만계 미국 예술가인 슈 리아 창(Shu Lea Cheang)의 ‘브랜든’(1998)이다. 티나 브랜든이라는 실존했던 여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트랜스젠더인 티나 브랜든은 안타깝게도 1993년 강간 후 살해되는 끔찍한 범죄를 입었다. 이 작품은 구겐하임 미술관이 제작한 ‘브랜든’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마우스로 화면 중앙을 클릭하면 여러 이미지가 바둑판 모양으로 나열된다. 브랜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을 조명하기 위해 육체가 없는 인간 형태의 이미지, 범죄와 형벌을 주제로 한 문장이나 그림들이 나온다. 마우스로 클릭할 때마다 다른 이미지로 변형된다. 이를 통해 슈 리아 창은 브랜든의 죽음에 대해 되묻고 있다.


                                                       

대만계 미국 예술가인 슈 리아 창(Shu Lea Cheang)이 티나 브랜든이라는 실존했던 여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브랜든’(1998)이다.


◇ 나날이 확장하는 미디어아트


그 외에도 파일 전송법과 복사 미술에서 비롯되어 정보통신과 상호작용적인 네트워크, 위성 예술인 커뮤니케이션 아트, 위치 파악 미디어 프로젝트, 예술가가 제작한 비디오 게임,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설치작업과 퍼포먼스, 생명과학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아트,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아트 등이 있다. 미디어아트는 기술 발전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기에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미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예술이기에 미디어아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학의 정립 또한 필요하다. 20세기 미술사조는 새로운 양식이 미술사조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이즘(-ism)으로 묶으려 했다. 오늘날의 미디어아트는 디지털을 활용해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즘에 국한되지 않으려 한다.


디지털 기술이 여러 장르에 영향을 끼치는 현재 회화, 조각, 사진, 퍼포먼스 등 장르 간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디어아트는 여러 매체를 혼합하며 현대미술의 대표로 거듭나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과연 어디까지 확장하게 될까?




△ 글=이상미 


프랑스 파리 고등미술연구원 예술경영학과에서 수학했고, 파리 고등실천연구원에서 서양예술사학과 고고학으로 석사 학위,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상아트(주) 대표이사이자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미술계 현장에서의 활발한 활동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 본 칼럼은 이데일리에 '[아트테크] 이상미의 미디어아트'로 연재되었습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00486632494560&mediaCodeNo=257&OutLnkChk=Y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미의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