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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Apr 20. 2023

4월의 산책

심장장애인의 기쁨과 슬픔

4월은 많은 일이 일어난다. 겨울인양 최저기온 영하를 찍기도 하고, 금세 여름처럼 최고기온 28도에 다다르기도 한다.


오늘은 여름 같은 날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스르륵 드러누웠다. 겨울을 지내는 동안 잊고 있던 느낌이 되살아났다. 기온이 올라가고 햇살이 강하면 좀처럼 다리가 쉽게 욺직여지지 않는다. 추위라고 쉬운 것은 아니지만, 더위는 늘 더 어려운 기분이다. 그 더위가 점점 다가오는 4월의 어느 날이다.


천천히 산소줄을 끼고 기계를 작동시켰다.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두통이 여기저기 머리와 눈을 쑤셔댔다. 웅웅 거리는 기계소리를 듣고 있자니 심장이 떠올랐다. 곧장 목이 잠겼다. 그리고 아까 맡은 라일락 향기와 이름 모를 꽃들의 빛깔을 떠올렸다. 기쁨이 피어오른다.


기쁘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진 않는다. 오늘 간신히 걸어낸 7 천보의 산책길이 기쁨으로, 심장과 두통은 슬픔으로 각자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양쪽을 두리번거리다 기쁨을 좀 더 오래 보고 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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