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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May 04. 2023

너 아프다는 거 뻥이지?

"응"하고 대답하고 싶은 질문들

대학생 때였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콘서트 표가 있다며 같이 다녀오자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악이라니. 두말할 것 없이 따라갔다. 기대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연 내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일 틈도 없이 방방 뛰었다. 무대 위의 사람들과 공연에 초대해 준 언니에 대한 나름의 예의였다. 공연이 끝났고 사람들은 차례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 순간이 왔다. 짐을 챙기며 언니가 말한 것이다.


“왜 이렇게 잘 놀아? 너 아프다는 거 뻥이지?”


그녀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이 몸을 벗어버리고 싶은지. 얼마나 이 몸을 받아들이려 애쓰는지.


정말로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심장 반쪽의 부재가 어떤 것인지.


나는 그 순간에 이십몇 년의 지난날을 반추하고 돌아와 고작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집에 가요 이제.”


십 년이 넘은 지금껏 그 순간이 종종 떠오른다. 그런 날은 대게 손톱색을 보거나 뜀박질을 하지 않으면 나조차 심장을 잊을 만큼 상태가 좋은 날이다.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다 그 순간이 떠오르면 문득 사람들의 시선을 인지하게 된다. 프로필에 있는 병명이 진짜 맞냐고 누군가 또 디엠을 보내진 않을까 생각이 뛰쳐나간다. 이내 자의식 과잉이라고 내가 나를 놀린다.


보랏빛 나는 입술과 손톱을 다 뜯어버리고 싶었던 어린 나와 노약자석에 앉아 장애인증을 챙겼는지 더듬어 보는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나. 시선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나. 다시 콘서트를 가도 뛰고 싶은 만큼 뛸 수 있나.


그녀에 대한 궁금증도 희미하게 스쳐 지나간다. 드세고 씩씩하고 바쁘고 친절했던 사람. 잘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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