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상담에서 돌아오는 길엔 조금씩 신이 났다. 나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어려운 첫걸음을 뗀 내가 기특했다. 오랜만에 남편에게 할 말이 생겨 기뻤다.
두 번째 상담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담당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저번에 진행한 우울증 검사지 결과예요.”
“우울증이 상당히 깊고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네요.”
“이럴 경우 정신과 진료를 받으시는 걸 권해드려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쁘면서 슬펐다.
꾀병이 아니라니 기뻤다. 아픈 게 맞다고, 도움 받는 게 당연하다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안도감과 함께 슬픈 기분이 든 건 나도 돌보지 않은 나의 마음이 너무 헝클어져있어서였는지, 혼자 견딘 시간이 너무 길어서였는지 모르겠다.